보이지 않지만 전투를 결정하는 힘

입력 2026. 03. 31   15:51
업데이트 2026. 03. 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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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력은 숫자로만 계산되지 않는다. 전차 대수, 포탄 수량, 장비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운용하는 장병들의 정신이 흔들린다면 전투는 절반 이상 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장에서 체감한 이 사실은 공병 병과에서 정훈 병과로 전과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2016년 공병 장교로 근무하며 각종 훈련과 임무를 수행하던 중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이 있었다. “실제 전시상황에서 장병들을 끝까지 싸우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가?”

유형 전력의 중요성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극한의 상황에서 장병을 움직이는 것은 장비가 아니라 사명감과 신념, ‘왜 싸우는가’에 관한 분명한 인식이었다.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눈에 보이는 전력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 전력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마침 병과 전환의 기회가 주어졌고, 주저 없이 정훈 병과를 선택했다.

정신전력교육은 단순히 이론 전달을 하는 게 아니다. 이는 전투 이전에 이미 승패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현재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정신전력교육 장교로서 매주 사단 자체 군인정신 함양교육 주제를 정하고, 교육자료를 제작해 지휘관 주관 간부를 포함한 전 장병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스토리텔링 중심의 참여형 교육으로 구성한다. 역사 속 전투사례, 실전 전투 경험, 우리가 마주한 안보 현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장병 스스로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받는 장병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 무형 전력이 서서히 쌓이고 있음을 느낀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세 아이를 출산하는 동안 “잠시 쉬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그러나 장병들의 정신전력은 상황이 허락할 때만 강화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아니었기에 출산휴가 복귀 이후에도 정신전력교육을 지속해 왔다. 이는 개인의 의지를 넘어 군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책임감에 가까웠다. 장병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버팀목이 돼 주는 것이 주어진 임무여서다.

무형 전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훈련 성과처럼 즉각적인 수치로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전투력을 현장에서 묵묵히 쌓아 올리는 이들이 있다. 각급 부대의 정신전력교육 담당자다. 이들은 전투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무형 전력의 숨은 영웅’이다. 오늘도 교육자료를 준비하며 이야기를 다듬는다. 총성이 울리기 전 전투는 이미 장병의 마음속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무형 전력이 강한 군대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단단히 다지는 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실천하는 무형 전력이자 대한민국 국군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김태희 대위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정훈실
김태희 대위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 정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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