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대 집중탐구
해군기동함대 268해상감시장비운용대
빈틈없이…한라산 중턱서 24시간 레이다 가동
치열하게…악조건 속 제주 남방해역 감시망 유지 만전
든든하게…따뜻한 밥심 채워주는 상생의 식단
조화롭게…동고동락하며 임무+개인 성장 일궈
해발 560m 한라산 중턱, 파도 소리 대신 거친 산바람이 굽이치는 고지에 대한민국 바다를 지키는 해군의 눈과 귀가 있다. 변덕스러운 기상과 격오지 생활의 고됨 속에서도 24시간 레이다를 가동하며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상징적인 ‘첫 문’을 수호하는 해군기동함대 268해상감시장비운용대가 그 주인공이다. 도민과 호흡하며 묵묵히 제주 남방 해역의 감시망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산중(山中) 해군 부대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24시를 들여다봤다. 글=조수연/사진=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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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산으로 간 까닭은
제주도에 해군 기지가 있다는 사실은 꽤 널리 알려졌지만, 그 해군이 바다가 아닌 ‘산중’에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268해상감시장비운용대는 한라산 중턱 해발 560m 이상의 고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핵심 임무는 고지대의 탁 트인 시야를 활용해 제주 남방 해역을 24시간 철통같이 감시하고 이상징후를 조기에 식별하는 것이다.
최근 이 비밀스러운 부대를 찾았다. 산비탈을 따라 부대에 들어서자 우뚝 솟은 철탑과 북처럼 생긴 거대한 마이크로웨이브(M/W) 안테나가 방문객을 맞았다. 이 안테나는 유선통신망 두절에 대비한 예비 무선통신 중계소 역할을 하며, 지휘통제체계가 단 1초도 중단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생명선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철탑이 군사 목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대는 교통방송·불교방송 등 제주시의 방송 중계를 지원하는 기지 역할도 겸한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역사회의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2012년부터 제주에서 근무하며 부대 변천사를 지켜본 김학석(상사) 발전기 운용담당은 제주 해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강조했다. 그는 “제주 해역은 다른 곳에 비해 어선이 붐비고 항구에는 해녀가 많아 민과 접촉점이 넓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부대가 감시하는 권역은 대한민국 수출 물동량이 오가는 핵심 길목이다. 김 상사는 이 고지대 레이다 기지를 “대양해군으로 나아가는 첫 문과 같은 존재”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함정들이 먼바다로 나설 때 처음 만나는 레이다 장비이자 항로의 모든 접촉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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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과 폭설에도 꺼지지 않는 레이다
한라산 중턱의 수려한 풍경 이면에는 매서운 대자연의 도전이 도사리고 있다. 높은 고도 덕분에 넓은 시야와 멋진 풍광을 얻었지만, 동시에 이는 기상의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름에는 낙뢰와 태풍의 강풍이 철탑을 뒤흔들고, 겨울이면 눈과 비가 옆으로 들이치는 제주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부대를 고립시킨다. 기자가 부대를 방문한 날에도 굵은 빗줄기와 함께 강풍주의보가 내려 전 부대원이 쉴 틈 없이 시설물 안전을 확보하는 대비작업에 한창이었다.
하지만 태풍이 불고 폭설이 내려도 부대의 레이다 화면은 꺼지지 않는다. 강풍이 예고되면 대원들은 안테나와 설비를 밧줄로 결박하고 모래주머니를 쌓는다. 겨울철 폭설이 내리면 식량·식수 부족을 막기 위해 전 부대원이 부식 차량 진입로 제설작전에 투입된다.
고전압을 사용하는 레이다 특성상 정전은 치명적인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김 상사와 같은 발전기 담당자들은 예비전원체계를 목숨처럼 관리한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기지 방호태세는 날이 서 있다. 외부인 침투상황을 가정한 ‘번개조’ 훈련은 예고 없이 떨어진다. 상황 방송이 울리면 대원들은 하던 일을 즉각 멈추고 출동해 초기 진압 절차를 숙달한다.
지난해 준사관으로 임관해 부대를 지휘 중인 오상현 운용대장은 “한라산에서 내려다보는 제주 남방 해역은 광활하고 아름답지만, 그 바다를 24시간 감시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행하는 임무이지만 이 해역의 안전이 곧 대한민국의 안전이라는 마음으로 완벽한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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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소라·뭇국 한 그릇에 담긴 ‘지역사랑’
척박하고 고단한 격오지 근무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은 전우들과 나누는 온기, 정성이 가득 담긴 ‘밥심’이다. 20여 명이 상주하는 이 소규모 부대의 식탁은 양승길(하사) 조리담당이 책임지고 있다. 대학에서 조리를 전공한 그는 병사 시절(상병) 당직 중 선임 전자장과 대화를 나누다가 해군 부사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2024년 9월 임관해 간부로서 주방 조리도구를 다시 잡았다.
기동함대 예하 부대답게 이들 식단엔 제주의 향기가 물씬 배어 있다. 양 하사는 “기동함대는 뿔소라, 감귤 등을 강정마을에서 구매해 배식한다”며 지역과 상생하는 부대 식단을 소개했다. 병사 시절부터 경계병들과 동고동락하며 그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풍경만 보고 제주 근무를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분이 많지만, 실제로는 고생스러운 곳”이라며 “힘든 데서 근무하는 만큼 군침 도는 식단을 지켜 ‘맛있는 부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쌀쌀한 산바람을 맞고 돌아온 경계병들에게 양 하사가 끓여 낸 뜨끈한 뭇국 한 그릇은 식사의 의미를 넘어선 ‘위로’다.
임무가 끝난 뒤의 일과시간은 자기계발과 화합으로 채워진다. 산을 내려가 자격증이나 수능 시험을 치르려면 대중교통으로 편도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오지이지만, 간부들은 근무와 외출시간을 조정해 가며 대원들의 학습여건을 최대한 보장한다. 선·후임이 어울려 한라산을 등반하고 함께 공부하는 모습에서 ‘임무와 개인의 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부대의 건강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산 정상에서 대한민국 바다를 지킨다는 책임감과 서로 의지하며 격오지 생활을 헤쳐 나가는 전우애가 268해상감시장비운용대의 오늘을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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