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바라볼 때 우리는 서로 다른 감정을 느낀다. 몇 달 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태극기가 시상대 위로 올라갈 때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와 경쟁한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이 담겨 있어서다. 우리가 그들을 ‘국가대표’로 부르고, 그들의 순간을 오래 기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기쁨만 느끼는 건 아니다. 올해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는 대통령님이 참석해 서해를 지키다가 산화한 장병들의 희생을 기렸다.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전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장병들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그 이름들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의 평화를 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묵념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태극기는 바람에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해 싸운 또 하나의 국가대표였다는 사실을.
우리 대대와 함께 이번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조포 임무를 수행했다. 우리 대대는 평소 2작전사령부 지역을 지키는 포병부대로, 언제든 임무에 임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 대대는 국가 행사 때 예포와 조포를 지원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임관식과 국가 행사, 추모 자리에서 울려 퍼지는 포성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군의 사명과 국가의 예우를 함께 담고 있다. 우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같은 국제 행사와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식 등 주요 국가 행사에서도 임무를 수행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국가대표로서 역할을 이어 가고 있다.
쾅! 포성이 울리는 순간, 말없이 마음속으로 되새긴다. 대한민국은 그들을 기억하고, 앞으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훈련하고 있는가? 그 답은 멀리 있지 않다. 태극기를 바라보는 순간, 이미 알고 있다. 올림픽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치열하게 훈련하듯이 우리 역시 우측 어깨에 태극기를 부착한 채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또 하나의 국가대표다. 우리는 경기장이 아닌 훈련장에서 땀을 흘리고, 기록이 아닌 임무를 위해 준비한다. 눈에 보이는 메달은 없지만 국가안보를 수호한다는 자부심이 우리에게는 가장 큰 영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울려 퍼진 포성은 나라를 위해 싸운 영웅들을 향한 경의였고,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의 다짐이다. 포성은 멈췄지만 대한민국의 기억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오늘도 또 하나의 국가대표로 그 이름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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