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해군으로 도약…심해의 엔진을 깨워라

입력 2026. 03. 25   16:49
업데이트 2026. 03. 2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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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핵잠인가… 
전력 보강 넘어 해양전략 변화의 핵심 전력
잠수함 함장 출신 저자 현장 경험·사례 담아
주요국 패권 경쟁 속 韓 해군 대응방향 제시
중단된 362사업 등 도전·좌절 역사도 눈길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예상도.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예상도.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건조 승인과 핵연료 협력 논의가 이뤄지며 대한민국의 반세기 숙원이었던 한국형 핵추진잠수함(SSN·핵잠) 사업이 현실 단계에 진입했다.

이재명 정부가 핵잠 도입의지를 공식화하고 이를 관철시키면서 한국은 단순한 전력 보강을 넘어 해양전략 환경을 바꿀 수 있는 핵심 전력을 확보하게 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국형 핵잠 확보는 수중 억제력의 질적 도약이자 한국 해군의 작전개념 자체를 바꾸는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잠수함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 정책을 모두 경험한 전문가인 문근식 박사가 왜 한국에 핵잠이 필요한지, 이를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를 정면으로 다룬 신간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을 내놨다. 단순한 무기 소개를 넘어 반세기 동안 이어져 온 도전과 좌절, 앞으로의 실행전략까지 체계적으로 담아낸 게 특징이다.

저자인 문근식 박사는 해군사관학교 35기로 임관해 독일 해군 잠수함 운용 및 전술훈련 과정과 네덜란드 해군 잠수함 함장 과정을 이수했다. 우리 해군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함 인수 과정에도 참여했다. 이후 우리 해군의 두 번째 잠수함인 나대용함 함장, 93잠수함전대장, 핵추진잠수함사업단장, 방위사업청 잠수함사업팀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잠수함 전력 발전의 핵심 현장을 직접 이끌어 왔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책은 “왜 지금 핵추진잠수함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문 박사는 21세기 안보 경쟁의 중심이 바다 아래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 세계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 대부분이 해상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이를 보호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곧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 문근식 지음 / 플래닛미디어 펴냄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 문근식 지음 / 플래닛미디어 펴냄



특히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핵잠은 은밀성과 지속성을 바탕으로 전쟁 억제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전략무기라고 설명한다.

디젤잠수함의 한계도 분명히 짚는다. 잠항시간이 제한적이고 주기적인 부상이 불가피해 작전 지속성과 생존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반면 핵잠은 장시간 수중작전이 가능해 감시·추적·억제 능력에서 질적으로 다른 전력을 제공한다. 문 박사는 이 차이를 단순한 성능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지속성의 문제’로 규정한다.

한국형 핵잠 도입이 가져올 변화는 해군력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수준으로 설명된다. 연안 방어 중심의 ‘연안 해군’에서 벗어나 전 세계 해상교통로를 보호할 수 있는 ‘대양 해군’으로 전환하는 핵심 수단이라는 것이다.

책은 또한 한국형 핵잠사업의 과거를 상세히 되짚는다. 1970년대 ‘Y-프로젝트’부터 2003년 ‘362사업’에 이르기까지 국가 기밀로 추진되다가 중단된 시도를 복기하며 반복된 좌절의 원인을 분석한다. 문 박사는 그 핵심 원인을 외교적 제약과 전략적 준비 부족에서 찾는다. 핵잠사업은 단순한 군사기술 개발이 아니라 원자력협정과 국제규범, 외교협상과 국가 예산이 결합된 초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에 잠수함 자체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국가 시스템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핵잠 보유국들의 사례를 비교 분석하며 국가 차원의 통합관리체계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 사업 성공 모델로 대통령 직속 ‘범정부 통합사업단(PMO)’ 구성을 제안하고,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장기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구조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향후 추진방향도 구체적으로 내놓는다. 문 박사는 6000~7000톤급 중형 핵잠을 최소 6척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를 위한 기술적·외교적 로드맵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사업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연료 확보 문제를 꼽았다. 호주의 오커스(AUKUS) 사례를 분석하며 미국과의 전략적 협상으로 현실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책은 기술과 외교, 정책이 맞물린 복합적 과제를 쉽게 풀어내면서도 정책 결정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형 핵잠 확보가 현실의 과제로 떠오른 지금, 그 준비와 실행을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참고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송시연 기자/사진=저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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