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드론은 장난감일 뿐이다”

입력 2026. 03. 24   14:56
업데이트 2026. 03. 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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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연합군은 레이다와 무전기 같은 첨단 장비를 대거 도입해 전투기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폭격기에 탑재된 전자장비의 60%가 작전 중 고장 났고, 수리 부품을 실은 배가 도착하기도 전 비행기는 창고에서 임무도 수행하지 못한 채 방치됐다.

최근 우리 군은 병력자원 감소를 극복하고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를 구축하기 위해 첨단 드론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신무기 도입 사례에서 보듯이 드론의 첨단 기능과 이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시에 즉각 띄울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먼저 ‘외주정비’라는 이름의 가용도(Availability) 사각지대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대다수 드론은 민간의 상용 기술을 접목해 빠르게 도입되다 보니 고장 시 제작업체의 수리 보증에 의존하는 외주정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평상시 효율적일 수 있으나 전시나 긴급상황 시에는 평균정비시간(MTTR)을 통제하기 힘들다. 업체의 부품 수급상황이나 수리인력에 따라 정비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가용도는 급격하게 하락한다. 군은 단순히 “고쳐 준다”는 약속을 넘어 정비 지연이 작전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화하고 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로 드론 맞춤형 ‘운용 가용도’ 산정의 부재다. 전투기나 전차와 달리 드론은 소모성 자산과 정밀장비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 그러나 현재 드론 도입 과정에서 해당 장비가 얼마나 자주 고장 나는지, 이를 통해 도출된 목표 가용도가 얼마인지 명확한 군수 가이드라인(MTBF)이 부족하다. 장비 도입 단계부터 ‘신뢰성 시험-실제 운용 가용도 예측-예비부품 수량과 정비소요 산출’이라는 신뢰성 기반 군수지원(PBL) 개념이 도입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축적이 곧 전투력이다. 드론은 전자부품과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아 환경 변화(온도, 습도, 전파 방해 등)에 민감하다. 야전에서 발생하는 고장 유형과 빈도를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고장 보고 및 분석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향후 2가지 강력한 우리 군의 무기가 될 것이다. 첫째, 제작사에 대한 피드백으로 데이터는 성능 개량과 차기 모델 개발의 근거가 된다. 둘째, 선제적 정비로 데이터가 쌓이면 고장이 나기 전 미리 부품을 교체하는 ‘상태 기반 정비’가 가능해진다.

지금 당장 드론 100대를 더 보급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100대가 언제든 출격할 수 있는 신뢰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데이터 축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첨단 무기는 전장에서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권도훈 군무사무관 육군53보병사단 부산여단
권도훈 군무사무관 육군53보병사단 부산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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