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 할 수 있습니다

입력 2026. 03. 24   14:55
업데이트 2026. 03. 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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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여름, 경상도 한산도 앞바다.

수많은 왜선으로 바다는 까맸습니다. 조선 수군의 전력은 고작 12척이었습니다. 불 보듯 뻔한 너무나 버거운 싸움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집집마다 숨겨 뒀던 뗏목까지 끌어냈습니다. 거친 물살에 배는 크게 흔들렸고, 손에 쥔 노는 자꾸만 미끄러집니다. 두려움에 심장이 뜁니다. 하지만 이마의 짠물을 닦아 가며 노를 당깁니다. 바로 그 굳센 손에 조선의 명운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날 망망대해에서 노를 잡고 있던 민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파도보다 높고 왜군보다 거센 공포가 밀려왔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그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도망치고 싶은 순간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노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과연 무엇을 믿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을까요.

곁에는 같이 숨을 고르던 동료가 있었습니다. 물러설 수 없다는 공동의 책임이 있었습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나라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로를 향한 믿음이 두려움을 이겨 냈습니다. 그 믿음은 거대한 전열이 됐고, 마침내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이뤘습니다.

우리는 흔히 한 명의 영웅을 기억합니다. 그러나 역사를 움직이는 힘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단결에서 시작됩니다. 거센 물살 속에서도 자리를 지킨 병사 한 명, 가진 것을 내주며 전쟁을 버텨 낸 백성 한 사람, 밤새 전열을 정비하며 부서진 노를 다시 묶던 손길이 모여 나라를 지켰습니다. 단결은 특별한 순간에만 필요한 힘이 아니라 평소의 작은 실천에서 자라나는 힘입니다.

원불교 정산종사법어 제12공도편 33장에는 이렇게 전합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으면 능히 큰 것을 이루고… 남다른 경륜으로 남다른 사업을 뜻하는 이는 먼저 단결의 위력을 통찰하고 그 대의를 체득하여 단결의 실현에 노력하나니, 우리의 급선무는 단결이니라.”

오늘의 군대도 다르지 않습니다. 경계근무를 서는 병사 한 명이 있습니다. 장비를 점검하는 손길 하나가 있습니다. 지친 전우를 향한 짧은 격려가 있습니다. 이런 작은 책임과 실천이 모여 국방이라는 큰 힘을 만듭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결국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서로를 믿고 맡은 일을 해내는 태도가 군을 강하게 만듭니다.

지금 우리는 전쟁의 위협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갈등과 분열 또한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서로를 향한 믿음과 단결의 힘은 더욱 절실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서 있을 때 우리는 더 강해집니다. 같이 책임을 나눌 때 공동체는 더욱 단단해집니다.

근무 중인 육군7보병사단의 경례 구호는 “단결! 할 수 있습니다”입니다. 이 경례 구호가 서로를 향한 약속이며 어떤 어려움도 함께 이겨 내겠다는 다짐으로 느껴집니다. 오늘도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병 여러분의 모습이 바로 단결의 시작입니다. 그 작은 실천이 모여 우리 부대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고 이 나라를 지켜 줄 것입니다.

우리 서로의 얼굴을 다시 한번 봅시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격려 한마디를 전합시다. 우리가 함께 지키고 있는 이 나라, 이 조국을 생각합시다. 우리가 불철주야 힘쓰는 동안 편안히 잠들고 평화롭게 살아갈 우리의 가족과 국민을 떠올립시다. 그리고 말해 봅니다.

“단결! 할 수 있습니다.”

김우석 대위 육군7보병사단 연승여단 교무
김우석 대위 육군7보병사단 연승여단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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