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아이스크림 점포를 운영하던 업주가 초등학생 얼굴 사진을 매장에 게시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 한 개를 결제하지 않은 장면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히자 업주는 아이의 이목구비를 식별 가능한 사진 아래에 “양심 있는 문화인이 됩시다. 형법적 해결보다 진심 어린 사과와 조치가 우선입니다”라는 문구를 인쇄해 매장 안에 게시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아이의 부모는 사실을 확인한 뒤 매장을 찾아와 아이스크림 값을 지불하고 사과했지만, 업주는 게시물을 철거하지 않았다. 부모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기 전까지 사진은 그대로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이후 아이는 주변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게 됐고, 정신과 진료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아이의 행동은 잘못이지만, 과연 아이스크림 한 개에 걸맞은 합당한 처분이었을까.
결국 업주에게는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됐다. 법원은 업주의 행위가 아이에 대한 명예훼손과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얼굴을 모자이크했더라도 동네 주민이나 지인에 의해 특정될 가능성이 있었고 ‘절도’를 암시하는 문구와 결합되면서 아이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런 행위가 아동에게 수치심과 위축감을 주는 정서적 학대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주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 CCTV 영상 속 얼굴 이미지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이를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는 행위는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이 될 수 있다.
CCTV를 설치해 개인정보인 얼굴 이미지를 수집하도록 한 것은 도난 방지 등 정당한 목적을 위한 범위로 한정되는 것이므로 아이나 부모의 동의 없이 절도 사실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유출한 경우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아이의 행위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의 행위는 형사미성년자로서 처벌은 받지 않지만, 법적으로 절도에 해당하고 민사적으로는 보호자인 부모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법은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는 방식으로 공개적인 낙인이나 망신 주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훈육에는 분명한 경계가 있고, 그 선을 넘는 순간 책임의 방향은 바뀐다.
안타까운 것은 이 사건이 일회성이 아닌 최근 수년간 반복돼 온 무인 점포 얼굴 공개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이다. 절도 예방을 명분으로 아이의 CCTV 사진을 붙이거나 ‘도둑’ ‘범죄자’란 표현을 사용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이젠 층간소음 등 이웃 간 문제도 법적 분쟁이 되고 학교 안에서 해결하던 문제도 학교폭력 사건이 된 것처럼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갈등이 생기면 먼저 대화하기보다 기록을 남기고 책임을 묻는 방식이 앞서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문제를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해결하기보다 ‘사건화’하는 사회 분위기가 점점 일상화되는 모습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는 책임은 사회와 어른들의 몫이다. 조용히 부모에게 알리고 아이에게 다시 한번 계산대 앞에서 가르쳐 주는 선택도 가능했지만, 공개적인 낙인을 택했다면 그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하는 것도 어른이다.
아이스크림 한 개는 금세 녹아 사라지지만, 아이에게 남은 기억은 그렇지 않다. 법은 그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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