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기록 넘어, 국가 유산으로… 공군사관학교 국립공군박물관

입력 2026. 03. 20   15:46
업데이트 2026. 03. 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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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스 언박싱 <10>
군대에 국립박물관이 있다?


충북 청주시 보라매의 요람인 공군사관학교에 자리한 국립공군박물관이 최근 ‘어린이체험관’의 문을 활짝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어린이체험관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항공과 공군을 주제로 어린이들이 비행 원리와 공군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엉뚱한 궁금증 한 가지. 분명 공군이 운영하는 군대 박물관인데, ‘군립(軍立)’ 박물관이거나 그냥 ‘공군박물관’이 아니고 왜 ‘국립’박물관인 걸까? 오늘 에어포스 언박싱에서는 공군박물관이 국립이 될 수 있었던 법적 근거와 그 속에 숨겨진 깐깐한 자격 요건을 파헤쳐 본다. 임채무 기자/사진=부대 제공

공군사관학교 국립공군박물관 어린이체험관에서 성무어린이집 원생들이 항공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공군사관학교 국립공군박물관 어린이체험관에서 성무어린이집 원생들이 항공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아무나 ‘국립’ 이름 못 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군대 박물관이라도 정부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면 ‘국립’이 된다. 그렇다고 단순히 나라 예산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국립 명칭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은 법에 명시돼 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6장 16조에 따르면 “박물관과 미술관을 설립·운영하려는 자는 그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학예사와 박물관자료 또는 미술관자료 및 시설을 갖추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립박물관 및 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즉 문체부 장관의 승인이라는 단계를 거쳐야만 비로소 국립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신청해서 승인만 받으면 되느냐? 그건 또 아니다.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과 별표2 ‘박물관 또는 미술관 등록 요건’을 보면 그 기준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자료가 해당 분야에 적합한지 △수집 과정은 적정한지 △학술적·예술적·교육적·역사적 가치가 충분한지 △희소성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번 국립이 되었다고 계속 국립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체부는 국립박물관으로 지정된 곳을 대상으로 3년마다 인증평가를 시행한다. 평가는 설립 목적 달성도부터 조직·인력 관리, 자료 수집의 충실성 등 5개 범주 13개 지표를 현미경 검증하듯 살핀다.

공군박물관은 2024년 평가에서 이 인증을 보란 듯이 통과했다. 즉, 우리가 방문하는 국립공군박물관은 국가가 공인한 ‘국가대표급’ 박물관이라는 뜻이다.

공군 성장사와 함께한 공군박물관

그렇다면 국립공군박물관은 하루아침에 국립이 됐을까? 그 역사를 ‘언박싱’해보면 우리 공군의 성장사와 궤를 같이한다. 

공군박물관은 1978년 5월 공군기념관 건립 계획안이 승인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한다. 이듬해인 1979년 3월 200평 규모로 소박하게 개관했던 공군기념관은 1985년 청주기지 신관으로 이동하며 ‘공군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끊임없이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내실을 다져왔고 2012년 12월 5일 마침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정식으로 국립박물관으로 등록됐다.

이어 2024년 1월 18일 박물관의 명칭을 ‘국립공군박물관’으로 변경하며 그 위상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공군박물관 수장고와 전시실에는 국산 1호 항공기이자 국가등록문화재 제411호인 부활호, 대한민국 최초의 항공기인 L-4 연락기(국가등록문화재 제462호)를 포함해 무려 2만여 점의 군사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군사문화가 관람객과 소통하고, 격동의 현대사를 품은 공군의 가치가 스토리텔링으로 되살아나는 곳. 이것이 바로 공군박물관이 ‘국립’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육·해군은 물론 ‘전사박물관’도

공군만 국립박물관을 가진 건 아니다. 육군사관학교의 육군박물관, 해군사관학교박물관 역시 당당한 국립박물관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 군이 운영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같은 국립박물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육군부사관학교 내에 있는 ‘국립전사(戰士)박물관’이다.

전사박물관은 국내 최초의 ‘전사(Warrior)’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다. 보통 지휘관 중심의 전쟁사 기술에서 벗어나, 전장의 최일선에서 피와 땀을 흘린 부사관들의 감동적인 역사를 알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영웅들을 만날 수 있다. 1953년 양구 비석고지전투의 영웅 최득수 이등상사, 형산강 도하 작전의 연제근 이등상사, 영화 같은 베티고지전투의 김만술 특무상사 등 6·25전쟁에서 조국을 구한 부사관 영웅들의 이름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이 외에도 이명수 일등중사, 안낙규 일등중사, 백재덕 이등상사 등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이 이곳에 살아 숨 쉰다.

이처럼 군대 박물관이 ‘국립’인 이유는 그곳에 담긴 역사가 특정 군만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켜온 치열한 생존의 기록이자 국가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국립공군박물관 어린이체험관은 문을 연 첫날 성무어린이집 원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 웃음 뒤에는 깐깐한 기준을 통과하며 역사를 지켜온 박물관의 노력이, 그리고 그 역사를 만든 영웅들의 헌신이 단단한 활주로처럼 깔려 있다. 이번 주말, ‘국립’의 품격을 확인하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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