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선택

입력 2026. 03. 18   15:16
업데이트 2026. 03. 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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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 들어와 처음 만난 동기에게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으며, 전역 후 미국으로 돌아가 일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들은 동기들은 제 입대를 ‘선택’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미국 뉴욕이라는 환경과 18개월이라는 시간을 버리고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는 군 생활은 26-12-1번 훈련병이라는 저의 교번처럼 훈련소의 26-2기 동기들에게 인식됐습니다.

저는 종종 다른 친구들이라면 듣지 않을 질문을 받았습니다. “군대 온 것이 후회돼?”라는 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매번 저는 동일한 답을 했기에 수료를 앞둔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라고 한다면 제가 매번 답한 그 말이 그대로 나올 것입니다.

“군대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대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면 제 입대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대한민국 문화’라는 개념은 단순히 K팝 같은 것들이 세계에서 인정받기에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인생의 절반을 한국, 나머지 절반을 미국과 유럽에서 살아왔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 중 하나는 집에서 밖으로 나가기 전 해주셨던 어머니의 말씀입니다. 어머니께선 저와 동생들에게 우리는 개인이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제 행동을 통해 한국을 인식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한 가르침이었고, 성인이 돼 미국에서 자리 잡으며 ‘밖에서 보는 한국’이라는 개념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외국 친구들은 막상 주한미군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등의 궁금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질문들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제가 답해야 하는 미션으로 느껴지게 됐습니다.

저는 5주간 갈고닦은 훈련소에서의 정신적·육체적 다듬어짐을 통해 제게 부여된 18개월을 멋진 군 생활이라는 표현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정진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꿈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입대를 결정하고 가장 많이 들은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군 생활을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 존재할 저의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선택’이 아닌 ‘각오’가 앞으로 나아갈 저의 군 생활을 수식하길 바라며 이 공간에 소감이 아닌 각오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이 각오야말로 입대를 결정했던 이유보다도 이 훈련소를 수료하며 나아가는 데 더 중요한, ‘진정한 선택’입니다.

정진용 이병 육군훈련소 26연대
정진용 이병 육군훈련소 2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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