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밀접한 돈의 속성이란

입력 2026. 03. 18   16:46
업데이트 2026. 03. 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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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를 읽고


주찬희 군무주무관 육군1포병여단
주찬희 군무주무관 육군1포병여단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펴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펴냄



바야흐로 대투자의 시대다. ‘성실한 노동이 돈을 가져다준다’는 유구한 공식을 따르기보다 투자를 통해 ‘스마트’하게 돈을 불려 나가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이는 사회가 됐다. 당연히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고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투자를 통한 큰 한방만이 정답이라는 인식이 사회로 퍼져나가는 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돈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기에 이런 생각이 열병처럼 퍼져나가는 것일까. 평범한 우리의 삶에서 돈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투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과열돼 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기본적으로 뜨거운 것이기에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김애란 작가는 우리가 돈을 조금은 낮은 온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작가는 돈의 속성을 뜨거움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인생이라는 망망대해를 건너는 데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삶의 부력이라고 해석한다.

『안녕이라 그랬어』에서 우리는 돈을 중심으로 유영과 침몰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오가는 소시민의 다양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돈의 극단적인 속성을 묘사하지 않는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 부자들의 향락을 비판하지도, 그 반대편의 빈곤에 절망하지도 않는다. 대신 가난한 친정엄마에게 부잣집 아들인 남편이 봉투도 없이 용돈을 찔러주는 광경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아내의 모습, 가난한 줄 알고 있던 제자의 가족이 본인의 집보다 더 좋은 신축 아파트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예전처럼 제자를 대하지 못하는 과외선생의 심경 같은 것들을 조명한다.

돈만을 좇으며 살아가진 않았지만 그 돈 때문에 행복할 수 없는, 깊은 물 속으로 발이 쑥 빠져버린 섬뜩함 같은 것을 느끼는 등장인물들의 삶은 결코 특수하지 않고 핍진하다. 이 이야기들은 SNS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누군가의 대박(혹은 쪽박) 소식처럼 짧고 뜨겁게 우리 마음속에서 타오르다 소멸하는 대신 차갑고 애처롭게 머물며 때로는 부박한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현실 속 우리의 삶이 돈과 정면으로 살을 맞대게 되는 상황들과 많이 닮아 있다.

이 작품은 투자 한방으로 천당부터 지옥을 오가는 자극적인 이야기에 가려진 평범함을 불러일으키는 재주를 지녔다. 돈으로 지탱되는 애잔하면서도 단단한 삶, 뻔하고 축축하지만 절대 가라앉을 수 없는 우리의 인생 말이다.

예전에 당직병과 근무를 서면서 복무기간 모은 목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사연을 종종 들었다. 12만 원 받던 내 봉급과의 차이에 우선 놀랐지만 그보다도 놀라운 건 우연히 접한 대박 정보에 혹한 병사들의 화끈한 투자 작전이었다. 아저씨의 오지랖으로 보일까 봐 차마 말하진 못했지만 이 지면을 빌려 하고 싶었던 말을 조심스레 해본다.

‘고생해서 모은 돈, 조금은 조심히 써 보면 좋지 않을까. 돈이 많아졌을 때 느끼는 부피감보다 없어졌을 때 느끼는 허망함이 몇 배는 크니 당분간은 부력에 몸을 맡긴 채 삶을 유영하는 법부터 배우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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