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이 교차하는 시기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해빙기’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화재 원인 중 ‘전기적 요인’은 매년 약 20~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건조한 대기 상태가 지속되는 3월은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크다. 필자는 안전교육 육군인증강사이자 현직 소방관이다. 소방관의 시선으로 바라본 군부대는 그 어느 곳보다 정교한 안전 설계와 선제적인 비전투 손실 예방이 필요한 장소다.
오늘날의 생활관은 개인 정비 시간에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인가된 보조배터리, 무선 이어폰 등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다양한 전자기기 사용이 일상화됐다. 문제는 기온이 상승하는 봄철, 이 기기들을 한꺼번에 충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리튬 배터리는 효율적이지만 과충전이나 물리적 충격, 특히 통풍이 되지 않는 이불 속 같은 환경에 노출되면 배터리 내부 온도가 급상승하는 ‘열폭주’ 현상을 일으킨다. 이는 기기 고장을 넘어 생활관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화마로 돌변할 수 있다.
또한 한정된 콘센트에 여러 개의 멀티탭을 연결하는 습관은 과부하의 원인이 된다. 노후 멀티탭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 쌓인 먼지는 ‘트래킹 현상’을 유발해 야간 취침 시간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군에서의 사고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부대의 임무 수행 능력 공백을 의미하기에 더욱 철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부대 지휘관과 관계자들에게 안전교육은 단순히 행정 절차를 채우는 일이 돼선 안 된다. 실질적인 통계와 사고 사례를 바탕으로 장병들의 ‘안전 감수성’을 깨우고 부대 전투력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군 안전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천 수칙을 제안한다.
첫째, 충전은 반드시 열 발산이 잘 되는 개방된 장소에서 해야 한다. 특히 봄철 기온 상승과 맞물려 이불 위 충전의 위험성을 인지시켜야 행동이 바뀐다. 둘째, 인증받은 정품 충전기를 사용하고 멀티탭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기기의 이상 징후(발열, 배터리 부풀어 오름) 발견 시 즉각적인 사용 중단과 지휘계통을 통한 보고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
안전은 번거로운 절차가 아니라 나와 전우를 지키는 가장 적극적인 ‘전투 준비’다. 장병 모두가 건강하게 복무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무결점 부대’를 만드는 데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한다. 오늘 밤, 잠들기 전 머리맡 플러그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안전한 강군(强軍)의 완성은 작은 관심과 실천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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