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두드릴수록 강해진다.’ 내가 군에서 검도를 하며 배운 것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군 생활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는 반복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검도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검도를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동기의 권유였다. 바깥에서는 비용 부담이 큰 운동을 군에서 배울 수 있다는 말에 죽도를 잡았다. 막상 시작해 보니 검도는 생각보다 느리고,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운동이었다. 몇 달 동안 죽도를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한 채 자세만 반복했다. 지루했고, 여러 번 그만두고 싶었다. 그때마다 동기는 말했다. “잘하고 있다” “재능 있다.” 그 말이 없었다면 끝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도복을 입고 호구를 착용한 뒤에는 또 다른 두려움이 찾아왔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 무서웠다. 비싼 장비를 사 놓고 포기하게 될까 봐 망설였다. 하지만 결론은 단순했다. 검도에서는 도망칠 수 없다. 맞는 순간은 반드시 다시 온다. 중요한 것은 피하기만 하느냐, 아니면 견뎌내느냐다.
나는 내 몸으로 다가오는 죽도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했다. 호구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는 머리와 손목,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죽도의 떨림과 공포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저 두드리면 강해지는 검처럼 한 자루의 검이 되기로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세 번 꾸준히 검도를 배우면서 ‘기합’과 ‘깡’이 늘었다. 처음 반격에 성공했을 땐 내면이 단단해졌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검도가 익숙해질 즈음, 우리는 부대 대표로 드림배틀 출전을 준비하게 됐다. 영상 제작이라는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됐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의 나였으면 생각하지도 못했을 법한 말을 속으로 내뱉고 있었다. ‘해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마음을 품고 마주하니 어느새 중대장님을 비롯한 간부들의 도움과 타 대대의 협조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못 잡고 있었던 처음 그 순간과 달리 무엇을 해야 할지 길이 보였다. 그 순간 처음으로 느꼈다. 개인의 도전이 조직의 응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결과적으로 우리는 수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쉽지는 않았다. 검도를 통해 두려움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법을 배웠고, 영상 제작을 통해 처음 해보는 일에도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군은 새로운 경험을 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부족하고 제약은 많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해보며 느낀 것이 하나 있다. 할 수 없어서 못 한 것이 아니라 해볼 생각을 못 한 것뿐이라는 점이다.
“검은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 수동적이었던 인생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한 이 문장은 내 인생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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