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EQ 말고… 당신의 HQ 점수는?

입력 2026. 03. 18   16:32
업데이트 2026. 03. 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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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건강지능(HQ)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듯 의약품을 구매하는 등 소비자들의 소비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 연합뉴스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듯 의약품을 구매하는 등 소비자들의 소비가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에 문을 연 창고형 약국. 연합뉴스


요즘 사람들이 주거공간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로 짓는 아파트의 커뮤니티 시설을 보면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이제까지는 고가 아파트를 시작으로 수영장·골프장 등 레저와 관련된 커뮤니티 시설을 강조한 반면 최근에는 건설사마다 ‘헬스케어’를 접목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예를 들어 삼성물산은 혈액검사와 맞춤식단을 제공하는 건강관리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고 현대건설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헬스케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아파트 단지 내에 고압산소 체임버, 재활수영 시설을 설치하는 등 고도화된 헬스케어를 도입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건강’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건설산업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식품산업은 저당·고단백으로 변화 중이고 의류산업은 ‘고프코어’처럼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없애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제 건강관리는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나 중·장년층만의 이슈가 아니다. 이따금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선택재 영역이 아니라 상시 고려하고 실천하는 필수재 영역이 됐다. 건강관리의 깊이도 달라졌다. 자기진단을 철저히 하고 주도적으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찾아 적용하는 추세다.

『트렌드코리아 2026』은 이를 소비자의 건강관리 역량이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어 ‘건강지능(HQ·Health Quotient)’이라고 정의했다. 마치 과거에는 IQ(지능지수), EQ(정서지수)를 성공의 필수 조건으로 꼽았던 것에 빗댄 것으로, 건강관리가 삶의 핵심이 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건강지능을 키워가고 있을까?

먼저 과학적으로 건강관리를 한다. 과학적 지식이나 최신 기술을 동원하는 것이다.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러닝을 하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자신의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운동 외에 수시로 몸 상태를 트래킹하는 사람도 많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를 차고 자신의 생체 리듬과 수면패턴을 측정하고 적정 수면시간을 찾아간다. 실제로 시장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분석에 따르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연동 앱을 실행한 횟수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나아가 헬스데이터 관리 앱의 설치자 및 사용자 수는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두 번째로 의료영역을 동원해 건강관리를 한다. 이는 아플 때 병원을 간다는 의미가 아니라 예방·관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의료서비스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 의약품 접근성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화제가 된 ‘창고·마트형 약국’은 의약품 소비 변화와 관련이 있다. 물론 해당 용어는 소비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어 사용을 지양해야겠지만 그 별칭처럼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듯 자유롭게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의약외품 등을 둘러보며 제품을 비교해보고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각자 챙겨 먹는 영양제만 하더라도 한 움큼씩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새로운 형태의 약국이 왜 문전성시를 이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미용 영역도 마찬가지다. 요즘 소비자들은 “값비싼 화장품을 써봐야 성분이 진피까지 안 들어간다”고 당당히 말하며 피부과를 찾는다. 이에 따라 화장품에서는 의약품 성분을 화장품으로 개발하는 ‘더마뷰티’가 성장하고, 미용의료 영역에서는 스킨부스터 시장이 지난 5년간 급속히 성장했다.

더 적극적인 처치를 원하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의사 커뮤니티 캠프메디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용 분야 개원의 응답자 156명 중 57%는 흔히 중장년층에서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진 ‘동안성형’ 수술을 20~30대부터 찾기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세 번째는 총체적인 건강관리다. 과거의 건강관리가 ‘좋은 것 챙겨먹기’ ‘운동하기’ 정도였다면 이제는 모든 일상을 관리한다. 잘 쉬는 것, ‘회복’이 대두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마치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 후 근육에 휴식을 주는 것이 중요하듯이 의도적인 휴식도 건강관리의 일부로 여긴다. 외국에서 시작된 사우나 열풍이 번지고 있는 것도 그중 하나다. 최근에는 가볍게 러닝한 후 사우나에서 디톡스를 하는 ‘사우나런’까지 등장했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올리브영이 올해 개점한 ‘올리브베러’는 웰니스의 확장을 보여준다. 기존에도 올리브영에서 웰니스 관련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지만 올리브베러는 웰니스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브랜드다. 올리브베러에서도 기존에 생각하는 웰니스인 ‘잘 먹기(Eat Well), 잘 채우기(Nourish Well), 잘 움직이기(Fit Well)’를 넘어 ‘잘 쉬기(Relax Well), 잘 가꾸기(Glow Well), 잘 케어하기(Care Well)’를 웰니스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백질 셰이크나 영양제뿐만 아니라 대체 커피, 숙면을 위한 파자마, 마사지 기기 등 총체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제품을 큐레이션한다.

소비자들의 건강지능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시장환경과 소비자의 변화 모두가 헬스케어산업을 북돋고 있기 때문이다. ‘프라이스 디코딩’에서 살펴봤듯이 소비자의 정보력이 높아졌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전문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게 됐다. 기술의 발전도 있다. 누구나 자신의 건강상태를 상시 관리할 수 있고, 과거에는 높은 가격 때문에 접근이 어려웠던 의료기술에도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기술은 인류를 더욱 오래 살게 한다. 이는 건강관리가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의미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앞으로는 모든 시장의 주체들이 ‘건강’이라는 화두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 입장에서는 헬스케어 기업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건강지능이 높은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에 녹아들까’를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호텔에서는 사우나에서 커피챗 이벤트를 열어 소비자에게 웰니스 경험을 제공한다. 조직은 구성원의 업무효율성과 조직만족도를 위해 웰니스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명상이나 자세교정 프로그램이 복지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개인에게도 건강지능은 곧 경쟁력이 된다. 오늘은 나의 건강지능이 몇 점일지 점검해 보자.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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