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 검사 기술과 ‘드론쇼’ 운용 노하우가 공중전 패러다임 바꾼다

입력 2026. 03. 18   16:15
업데이트 2026. 03. 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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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 드론 공포증’ 극복하는 요격 드론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해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뒤 이란은 주변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지난 수년간 이어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기폭제로 자폭 드론의 활용은 이미 현대전의 보편적 현상이 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특징은 과거와 궤를 달리하는 압도적인 수량과 밀도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 한 해 동안 러시아가 발사한 공격 드론이 6000~7000기라고 집계했다. 가장 공세가 극심했던 2024년 10월에는 한 달간 2023기가 투입됐다. 하지만 이번 이란의 아랍 전역 드론 공격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고밀도 공격이었다.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이스라엘을 향해 드론과 미사일을 섞어 쏘는 복합 공격을 가했다. 특히 UAE에는 보름 남짓한 기간 무려 1567대의 이란제 드론이 자폭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며 바야흐로 자폭 드론의 전성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문제는 이러한 드론 공격이 현대전의 판도를 가성비 전쟁으로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샤헤드(Shahed)-136 드론은 사양에 따라 기당 2만~5만 달러(약 3000만~75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투입되는 천궁-2는 발당 약 15억 원, 패트리어트 PAC-3 MSE는 30억 원을 웃돈다. 저가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고가의 대공 미사일을 소모하는 방식은 방어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을 강요하는 셈이다.

이러한 ‘드론 방어의 경제적 비대칭성’을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는 것이 바로 요격 드론(Hardkill Drone)이다. 적 자폭 드론을 직접 충돌하거나 폭약을 싣고 자폭하는 ‘자폭 드론 잡는 자폭 드론’이 바로 요격 드론이다. 이번 글에서는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 중인 요격 드론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해 12월 충남 인근에서 이뤄진 실사격 시험에서 충돌형 요격 드론 카이든이 표적에 접근하고 있다(왼쪽). 니어스랩 연구진과 L3해리스 관계자들이 카이든 비행 시험에 성공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니어스랩
지난해 12월 충남 인근에서 이뤄진 실사격 시험에서 충돌형 요격 드론 카이든이 표적에 접근하고 있다(왼쪽). 니어스랩 연구진과 L3해리스 관계자들이 카이든 비행 시험에 성공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니어스랩


美도 인정한 기술력…니어스랩 ‘카이든’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요격 드론은 니어스랩(Nearthlab)의 카이든(KAiDEN)이다. 니어스랩은 국내 최초로 요격 드론 개발에 나섰기 때문에 국내 업체 중 기술력이 가장 높고 검증된 업체 중 하나로 꼽힌다.

원래 풍력발전기 검사용 드론으로 사업을 시작한 니어스랩은 비전 인공지능(AI), 즉 영상을 인식해 자동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였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풍력발전기의 외형 결함 대신 비행하는 적 드론을 추적하는 기술을 적용한 것이 카이든이다. 무게가 2.8㎏에 불과하지만 시속 250㎞ 이상으로 고속 비행해 적 드론과 직접 충돌, 실제로 드론을 요격하는 시연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11일 카이든은 미 대형 방산업체 L3해리스(L3 Haris)를 만나 기술시연을 직접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L3해리스는 한국을 방문해 카이든 드론의 요격시험을 진행하고 크게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든과 비슷한 능력과 임무를 지닌 미국 안두릴(Anduril)의 엔빌(Anvil) 등 경쟁 제품 대비 성능과 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니어스랩은 2024년부터 카이든을 수출시장에 내놨고, 이미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납품했다.

군집 요격 드론 개념도. 출처=파블로항공
군집 요격 드론 개념도. 출처=파블로항공

 

혁신적 가성비와 원거리 요격능력…파블로항공 ‘C10s’ 
파블로항공의 요격 드론인 C10s와 C05s는 자폭 드론을 잡기 위해 자폭 드론의 특성을 역이용한다. 이란의 샤헤드-136은 기동성이 뛰어나거나 탐지가 어려운 기체는 아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수천㎞를 비행하며 아군의 고가 자산을 소모시킨다는 점이 가장 큰 골칫거리다. 파블로항공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가형 자폭 드론인 S10s 설계를 응용했다. 

C10s는 가벼운 폼보드(Foam Board) 소재를 사용해 제작 단가와 공정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델타익(Delta Wing) 구조를 채택해 효율적인 장거리 순항 능력을 확보했다. 기존 지상 타격용 기체에 정밀 짐벌 카메라를 장착해 공중의 드론을 추적하도록 개량함으로써 최대 30㎞ 거리의 적기를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만약 C10s의 1차 요격을 회피한 적기가 종심으로 진입할 경우 최종 방어는 C05s가 담당한다. 미사일 형태의 동체에 4개의 프로펠러를 장착한 C05s는 시속 300㎞의 고속 비행이 가능하며, 10㎞ 이내의 근거리에서 고기동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한다.

파블로항공의 요격 드론 솔루션의 또 다른 특징은 인공지능(AI)을 사용한 일명 ‘군집 요격’ 개념이다. 드론쇼 운용 노하우를 군용 드론에 적용해 최종 단계에서 자동으로 표적을 포착하는 능력을 요격 드론에 부여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백 대 드론을 동시 운영해 최적의 요격 계획을 짜는 미션 플래닝 부분에서도 AI를 활용한다.

이란의 사례처럼 수백 대의 공격드론이 한꺼번에 몰려와 ‘포화 공격’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대규모의 요격 드론을 통제할 수 있는 솔루션은 특기할 만하다.

C10s 드론·C05s 드론이 적 드론을 요격하는 상상도. 출처=파블로항공
C10s 드론·C05s 드론이 적 드론을 요격하는 상상도. 출처=파블로항공


‘가성비 전쟁’ 승부 위한 아이디어 빛나
북한 역시 이란의 샤헤드-136과 비슷한 자폭 드론을 대량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해 수도권 및 주요 시설에 대한 대규모 드론 공격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방어하는 아랍 국가처럼 우리 역시 수천만 원대의 적 드론을 막기 위해 수십억 원의 미사일을 소모하면 장기전에서 방어 역량이 고갈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적의 공격 드론보다 저렴하거나 대등한 비용으로 요격이 가능한 요격 드론 체계의 도입은 단순한 신형 무기 체계가 아니라 현대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가성비 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필자 김민석은 에비에이션 위크 한국특파원으로, 국내 방위산업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다. 국내 매체 비즈한국 및 유튜브 채널에서 국내외 방위산업 소식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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