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르고 땅을 박차고… 가장 긴박한 순간, 가장 완벽한 길을 열다

입력 2026. 03. 17   17:17
업데이트 2026. 03. 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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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기동정찰사 ‘비상활주로 이착륙 훈련’ 현장에 가다

멈추지 않는다
CCT요원 강하…비상활주로 전개
순식간에 위협 정찰·착륙 여건 구축
C-130·CN-235 수송기 편대 투입
보조시설 없이 조종사 이착륙 숙달
끊기지 않는다
엔진 가동 상태서 ‘전투하역’ 실시
항공기 생존성 확보·신속 물자 지원
악조건 속 공수·보급 작전력 입증

 

17일 오전 경남 창녕군 남지 비상활주로. 평소라면 고요했을 아스팔트 위로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굉음이 쏟아졌다. 상공을 가르고 등장한 공군 C-130 수송기는 거친 흙먼지를 일으키며 육중한 바퀴를 활주로에 안착시켰다. 공군 기지 내 활주로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한 ‘비상활주로 이착륙 훈련’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공군공중기동정찰사령부(기동정찰사)가 주관한 이날 훈련 현장에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작전 지속 임무를 기필코 완수하겠다는 수송기 조종사와 공수지원 요원들의 뜨거운 의지가 땀방울과 함께 진하게 묻어났다. 글=임채무/사진=김병문 기자

 

17일 경남 창녕군 남지 비상활주로에서 공군기동정찰사령부 주관으로 이뤄진 ‘비상활주로 이착륙 훈련’ 중 기지평가대 임무수행을 위해 항공특수통제사(CCT)들이 강하하고 있다.
17일 경남 창녕군 남지 비상활주로에서 공군기동정찰사령부 주관으로 이뤄진 ‘비상활주로 이착륙 훈련’ 중 기지평가대 임무수행을 위해 항공특수통제사(CCT)들이 강하하고 있다.



이날 훈련의 시곗바늘은 수송기 도착 수시간 전부터 긴박하게 돌아갔다. 가장 먼저 현장에 투입된 이들은 공군항공특수통제사(CCT)로 구성된 기지평가대. 항공기에서 강하해 비상활주로에 전개한 이들은 활주로의 안정성, 항공기 이착륙 가능 여부, 장애물 등 주변 위협 사항 확인 등을 차례로 점검했다. 어느 하나만 놓쳐도 항공기가 착륙할 수 없기에 선글라스 안 CCT 요원들의 시선은 매섭게 느껴졌다. 옆에 있던 훈련통제관은 “중점은 활주로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항공기가 이착륙이 가능한지, 몇 대가 주기 가능한지, 폭발물이나 화생방 위협은 없는지 등을 평가하게 돼 있다”고 귀띔했다.

기지평가대가 활주로 운용이 가능하다고 최종 판단하자 지휘통신 및 공수지원 요원으로 구성된 기지개소대가 즉각 투입됐다. 이들은 항공기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이동형 전술항법장비(TACAN)와 통신망을 세우며 순식간에 항공기의 착륙 여건을 구축해 냈다.

이윽고 김해기지와 서울기지에서 출격한 C-130, CN-235 수송기 편대가 시간을 두고 차례로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지 비상활주로를 비롯한 전국의 비상활주로에는 일반 비행기지와 달리 항공기 이착륙 때 정보를 알려주는 비행 보조 시설이 없다. 조종사들은 오직 CCT가 전달한 정보와 함께 자신의 눈과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만을 보고 착륙해야 한다.

기동정찰사 관계자는 “비상활주로에는 계기 접근 시설, 레이다 등 착륙 지원 시설이 없어 평소 반복 훈련이 필수”라며 “특히 불어오는 바람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 조종사의 섬세한 조작과 고도의 집중력, 항공기를 유도하는 CCT와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송기의 바퀴가 땅에 닿기 무섭게 훈련은 ‘전투하역’ 국면으로 전환됐다.

 

 

 

CCT가 C-130 수송기 착륙간 주변 경계를 하고 있다.
CCT가 C-130 수송기 착륙간 주변 경계를 하고 있다.

 

공수지원 요원들이 지게차를 이용해 화물을 하역하는 모습.
공수지원 요원들이 지게차를 이용해 화물을 하역하는 모습.

 

착륙한 수송기가 멈추지 않고 기동하며 활주로에 화물을 투하하는 모습.
착륙한 수송기가 멈추지 않고 기동하며 활주로에 화물을 투하하는 모습.



전투하역은 항공기가 활주하는 상태로 관성을 이용해 물자를 긴급으로 하역하는 방식이다. 혹시 모를 적 공격에 노출되는 시간을 단 1초라도 줄여 항공기의 생존성을 확보하고 물자를 보급하기 위한 전술로 꼽힌다.

수송기는 육중한 램프 도어를 연 채 멈춰 서지 않고 기동하며 화물을 활주로에 투하했다. 이어 전개 요원들이 지게차를 사용해 화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수신호와 눈빛으로 소통하며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평소 흘린 땀방울의 무게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화물 적재를 통제하던 군수사령부 60수송전대 김성식(준위) 김해지원반장은 “이번 훈련의 성공 여부는 적시에 물자와 병력이 보충돼 임무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에 달렸다”며 “앞으로도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작전요원들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지원할 대비태세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숨 가쁜 하역이 훈련의 끝은 아니었다. 곧바로 화물을 다시 수송기에 싣는 새로운 임무가 부여됐다. 전개 요원들의 일사불란한 손놀림 속에 빈 화물칸이 곧 채워졌다. 허허벌판이던 비상활주로가 유사시 보급을 책임지는 작전 지속지원의 연결점으로 완벽히 기능하는 순간이었다. 모든 적재를 마친 수송기들은 다시 한번 대지를 울리는 굉음을 토해내며 이륙해 모기지로 복귀했다.

흔히 ‘공군’ 하면 창공을 가르는 화려한 전투기 조종사만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성공적인 항공작전의 이면에는 전장의 혈맥을 묵묵히 잇는 육중한 수송기가 있다. 또 이들이 안전하게 내릴 수 있도록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땅 밑에서 길을 여는 지상 요원들의 피땀 어린 헌신도 존재한다. 이날 훈련은 악조건의 낯선 활주로에서도 완벽한 공수·보급 작전을 수행해 내는 수송기와 전개 요원들의 저력을 입증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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