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군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공개한 자료에선 최근 3년 연속 세계 5위에 올랐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다음이며 프랑스, 일본, 영국을 앞질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이나 주요 선진국(G7)으로서도 쉽지 않은 순위다. 비핵국가 중에선 1위나 마찬가지다.
평가의 신뢰성 논란이 있기는 하다. 재래식 무기만으로 군사력을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전체적 의미가 퇴색하진 않는다. 핵은 다른 차원의 무기다. 현실적으로 쓸 수 없는 무기이기에 일반적인 평가에는 넣기 어렵다. 러시아가 소형 전술핵이라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진작 끝났을 것이다.
많은 기관의 군사력 평가는 국가 재정, 천연자원, 지리요소 등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므로 나름 공신력을 인정받는다. 병력이나 무기로 초점을 좁히더라도 외형적 규모뿐만 아니라 훈련이나 규율 같은 정성평가가 포함된다.
호주 로위연구소의 조사는 그런 점에서 흥미롭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아시아·태평양국가 중 군사력 5위였지만, 훈련·준비태세와 지휘·통제 항목에선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 분야에서 우리보다 앞선 곳은 미국과 호주(지휘·통제 2위)뿐이며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 뒤에 있었다. 북한의 6·25 남침 이후 70여 년을 와신상담해 온 한국군의 피와 땀의 결실이다.
식민지와 전쟁, 분단의 3중 폐허를 딛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이룬 한국의 성취는 경탄스럽지만 건설은 그 이상의 기적이다. 대표적 국력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3위, 1인당 GDP는 36위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 국가 경쟁력은 27위였고 세부 항목인 정부 효율성(31위), 기업 효율성(44위), 인프라(21위)도 중상위 수준이다. 이와 비교하면 군사력 5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안보와 경제, 사회 발전까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은 국민의 지대한 희생 덕분이었다. 국군 강령이 ‘국민의 군대’를 강조하는 이유다. 투철한 충성심과 진정한 용기를 갖춘 군을 만들기 위해 국민은 최상급의 무기를 손에 쥐여 줬다. 몇 년 내 ‘글로벌 빅4’ 자리까지 넘보는 K방산도 국군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런 값진 성과와 기회에도 한국군의 사기는 위험 수위로 떨어져 있다. 이는 12·3 불법 비상계엄 여파 때문만은 아니다. 그 훨씬 전부터 신입 간부 모집이 쉽지 않고 기존 인원은 군을 떠나는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좋은 무기와 장비는 많은데 정작 사람이 없다면 이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어디에 있겠는가.
정부가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등 복무여건 개선에 적극 나선 것은 다행스럽다. 2029년쯤에는 초임간부 봉급이 중견기업 초봉 수준은 될 것이란 발표도 나왔다. 각 군은 간부들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교육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병영환경도 바꾸고 있다.
다만 군인의 사기 진작은 물질적 혜택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도 이를 알기에 제복 근무자의 예우 등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그들의 헌신을 잊지 않는다는 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장군 진급자에 대한 삼정검 수여 같은 의식을 부사관에게도 비슷하게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이 지면을 빌려 제안한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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