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해병대, KMEP 연합보병훈련 실시
국적 달라도…넘지 못할 벽은 없다
10여 명씩 팀 이뤄 머리 맞대며 문제 해결
15개 고난도 장애물 극복하며 ‘원팀’ 완성
시야 막혀도…침투 못할 곳은 없다
도심 격렬한 교전…엄호·경계 사각지대 지워
강력한 전투 태세로 연합 전력 시너지 극대화
지난 13일 경북 포항시 일대 훈련장. 우박과 강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한미 해병대원들의 뜨거운 함성이 훈련장을 가득 메웠다. 해병대1사단 선봉여단 상륙기습대대와 미 해병대 3사단 연안전투팀(LCT)이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MEP)을 펼친 것. 양국 해병대 장병들은 국적과 언어를 초월해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며 진정한 ‘원팀’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글=조수연·박성준/사진=김병문 기자
|
15개 사선(死線) 넘는 전우애… “언어 달라도 우리는 해병”
전장 리더십 훈련장에 들어서자마자 장병들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총기와 헬멧, 방탄복, 방독면 등을 착용한 한미 장병들이 움직일 때마다 육중한 장비들이 부딪히며 금속음을 냈다.
10여 명씩 팀을 이룬 장병들 앞에는 보기만 해도 아찔한 15개 장애물들이 거대한 벽처럼 서 있었다. 훈련장에는 △교량 잔해를 이용한 도하 △높은 교량 철골 도하 △파괴된 교량 건너편 부상자 후송 △널빤지 이용 도하 등 15개 실전 상황을 가정한 고난도 장애물이 곳곳에 배치됐다.
제한된 시간 안에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집단지성’과 ‘전장 리더십’이 핵심이었다.
“레드 라인(Red Line)! 리스타트(Restart)!”
우리 해병대 중대장의 날카로운 외침이 정적을 깨뜨렸다. 발을 헛디뎌 붉게 칠해진 금지 구역을 밟자 여지없이 재시작 명령이 떨어진다.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한 곳은 3m 높이의 수직 장애물 구간이었다. 개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높이, 여기에 탄약 상자를 아래에서 위로 전달해야 하는 가혹한 과제가 더해졌다. 한 미군 장병이 난간을 잡기 위해 대여섯 번을 연달아 뛰어올랐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그가 마침내 동료들의 어깨를 딛고 난간을 꽉 붙잡는 순간, 지켜보던 한미 장병들 사이에서 “와우(Wow)!” 하는 환호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나이스 캐치(Nice Catch)!” “잘했어!”라는 응원이 뒤섞이며 훈련장은 금세 열기로 달아올랐다.
훈련은 쉼 없이 이어졌다. 10여 개 과제가 진행될수록 한미 해병대의 호흡은 더욱 견고해졌다. 특히 약 5m 높이에서 밧줄에 의지해 드럼통을 내리는 순간에는 모두가 숨을 죽였다. 우리 장병이 위에서 드럼통을 천천히 내려보내자 아래에서 기다리던 미군 장병이 이를 안전하게 받아냈다. 긴장이 풀린 순간, 두 장병은 밝은 표정으로 서로의 등을 두드리며 국경을 초월한 신뢰를 확인했다. 훈련을 마친 팀은 곧바로 다른 팀을 향해 박수와 함성으로 응원했다. 국적은 달랐지만 장애물을 넘는 순간만큼은 하나의 팀이었다. 이날 한미 해병대 장병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연합’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
|
|
韓 체력·기량과 美 실전 전술 만나 시너지
협동심으로 장애물을 돌파한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 다른 한편에서는 차가운 정적과 팽팽한 긴장감이 교차하는 도시지역전투가 시작됐다.
실제 도심지를 옮겨놓은 듯한 교장에는 신문사 건물, 버스와 전차가 뒤엉킨 도로, 법률사무소 간판이 걸린 건물 등이 마치 전장 속 도시 한복판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목표는 대항군이 점거한 최상층 건물을 탈환하고 억류된 인질을 구출하는 것. 특히 이번 훈련에서는 대항군의 배치와 매복 지점이 철저히 비밀로 유지됐다.
한미 연합팀은 적의 위치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구역별 교전을 벌였다. 선두에 선 장병이 ‘전진’ 수신호를 보내자, 팀원들은 벽면을 따라 몸을 최대한 낮춘 채 소리 없이 목표물로 접근했다. 곧이어 연막탄이 터지며 색색의 장막이 골목을 가득 채웠다.
시야가 가로막힌 찰나, 팀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건물 입구로 모여들었다. 내부 진입 후에는 격렬한 교전 상황이 이어졌다. 미군 장병이 선두에서 계단을 확보하면, 우리 장병은 즉각 후방 경계와 엄호 사격을 맡아 사격 사각지대를 지웠다. 이들은 방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이동할 때마다 짧고 명료한 전술 구호를 공유하며 위치를 식별했다.
교관은 전투 중 노출이 심했거나 대응이 늦은 장병을 전투 사망자로 간주해 즉각 대열에서 분리했다. 동료를 잃은 상황에서 남은 인원들이 어떻게 임무를 완수할지 시험하는 대목이었다.
동료를 잃은 혼란 속에서도 남은 인원들은 지체 없이 진형을 재편하고 임무를 완수해 나갔다. 실전보다 더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 양국 장병들은 현대전의 냉혹함과 협력의 절대적 가치를 동시에 체득하고 있었다.
훈련을 지휘한 부영준(대위) 중대장은 “한미 해병대가 ‘원팀’으로서 실전적인 전장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었다”며 “어떠한 복잡한 지형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적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미 해병대 매슈 맥기(소위) 소대장은 “이번 훈련은 단순한 전술 숙달을 넘어 서로의 노하우를 배우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한국 해병대의 압도적인 훈련 수준과 열정은 우리 대원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고, 이런 교류가 역내 안보를 위한 흔들림 없는 우정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훈련은 전 세계 분쟁 지역의 전장을 누비며 축적된 미군의 실전 근접전투기술(CQB)이 우리 해병대의 강인한 체력·기량과 만나 연합 전력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계기가 됐다. 장애물을 넘고 격실을 장악하며 흘린 이들의 땀방울은 ‘혈맹’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금 증명하고 있었다.
해당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