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군 생활 중 챙겨야 할 최고의 공부

입력 2026. 03. 16   15:05
업데이트 2026. 03. 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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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전 일상적인 아침 풍경을 떠올려 보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유튜브 ‘숏츠’와 인스타그램 릴스를 끝없이 넘기며 세상과 연결돼 있다고 느끼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공존하는 인간을 뜻하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용어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요즘은 디지털에 중독된 신인류를 뜻하는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라는 말도 낯설지 않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미디어 생활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사용해 왔는가’ ‘알고리즘이 떠먹여 주는 정보에 길들어 있었는가’ ‘미디어의 노예가 돼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전역 후 복학 또는 취업이란 현실을 앞둔 장병에게 지금 필요한 무기는 디지털 미디어를 슬기롭게 다루는 능력과 태도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진실을 가려내고 미디어를 현명하게 읽고 활용하는 힘을 기르는 것,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가 군 생활 중 챙겨야 할 최고의 공부일지도 모른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출발점은 ‘미디어 조절’이다. 귀한 여가시간을 의미 없는 스마트폰 스크롤로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미디어가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 사용시간을 점검하고, 미디어를 스스로 조절하고 절제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둘째는 ‘질 높은 미디어 접근’이다. 음식의 영양을 따지듯이 소비하는 정보의 질도 살펴야 한다. 검색 결과의 첫 화면만 믿지 말고, 다른 자료와 비교하며 교차 검증하고 심층 검색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셋째는 ‘비판적 평가’다. 경계근무를 설 때 수상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듯이 미디어를 볼 때도 냉철한 눈으로 살펴봐야 한다. 누가 만들었는가, 왜 만들었는가, 근거는 충분한가, 출처는 믿을 만한가. 특히 자극적인 제목과 단정적인 표현은 한 번 더 의심할 필요가 있다. 목소리가 크고 그럴듯하다고 진실인 것은 아니어서다.

넷째는 ‘미디어 생산’이다. 미디어를 직접 만들어 보면 생산자의 제작과정을 이해하게 되고, 그만큼 미디어를 바라보는 눈도 깊어진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결합한 ‘생비자’라는 말이 보여 주듯이 이제 미디어 소비뿐 아니라 미디어 생산 역시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다. 다섯째는 ‘윤리적 실천’이다. 온라인에서도 말과 행동은 책임을 동반한다. 저작권과 초상권을 지키고, 인공지능(AI)이 만든 정보를 활용할 때는 출처와 한계를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AI의 답변은 빠르고 그럴듯하지만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공신력 있는 정보와 여러모로 비교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AI는 편리함을 주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인간의 판단과 평가까지 대신할 순 없다.

군 생활은 사회와 단절된 멈춤의 시간이 아니라 제3의 눈으로 거리를 둬 미디어를 바라보는 성찰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미디어를 덜 쓰는 시간이 아니라 미디어를 더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스마트폰이 잠시 손에서 멀어진 자리에서 전우와 더 많은 이야기와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정보를 차분히 쌓아 가는 단단한 태도를 기르기를 바란다. 군 생활에서 다진 대화와 성찰의 습관은 전역 후 어떤 정보의 파도를 만나더라도 휩쓸리지 않고 바르게 나아가게 하는 든든한 방향타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을 만날 때 잠시 자신에게 물어보자. ‘지금 미디어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가’ 아니면 ‘미디어에 조용히 소비되고 있는가’.

강용철 경희여중 국어교사 EBS 강사
강용철 경희여중 국어교사 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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