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K방산, ‘애자일’로 진화하는 스마트 무기를 기대하며

입력 2026. 03. 16   15:06
업데이트 2026. 03. 17   08:47
0 댓글

현대인에게 스마트폰 업데이트는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다. 테슬라는 주차된 상태에서 무선 업데이트(OTA)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 이처럼 민간 분야에서는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도 새로운 기능이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우리 군의 무기체계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 전력화된 이후 초기 성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운용에 중점을 두는 구조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현대전은 기술 변화의 속도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느냐가 승패를 결정짓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례만 보더라도 수년이 소요되는 기존 획득절차에만 의존할 경우 급변하는 전장환경 적응이 제한돼 무기체계 운용 효율이 저하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최근 방위사업청은 무기체계를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개발하기 위한 ‘애자일(Agile) 개발지침’을 마련했다. ‘민첩하다’는 뜻의 애자일 방식이 도입되면서 우리 군도 현장 요구에 대응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무기체계를 구현할 제도적 기반이 갖춰졌다.

이번 지침의 핵심인 ‘속도’와 ‘현장성’은 개발 방식의 혁신을 불러온다. 완벽한 결과물을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리는 대신 핵심 기능을 담은 ‘우선 출시 버전(MVP)’을 1년 이내에 제작해 전장에 신속히 투입하는 식이다. 이후 실제 사용자인 장병들의 피드백을 통해 성능이 확인되면 복잡한 절차를 효율적으로 조정해 실전 배치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 여기에 개발·보안·운용을 통합한 ‘국방형 업데이트 체계(DevSecOps)’가 더해진다면 우리 무기체계는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한 하나의 ‘진화적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지침이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제도적 여건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먼저 예산체계의 유연성이다. 요구사항이 수시로 변하는 애자일의 특성에 맞춰 예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구조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보안 인증절차의 고도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자동화된 보안 검증도구를 도입해 안정성과 속도를 동시에 확보하는 ‘디지털 고속도로’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학습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전제돼야 한다. 완성도를 높여 가는 과정을 하나의 진화 단계로 인식하는 신뢰가 형성될 때 애자일은 국방 분야에서도 중요한 추진력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K방산은 하드웨어의 견고함 위에 소프트웨어의 유연함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지침 제정이 우리 군의 무기가 전장환경의 변화를 신속히 반영하는 ‘스마트 무기’로 발전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유혁문 군무주무관 육군항공사령부 정보참모처
유혁문 군무주무관 육군항공사령부 정보참모처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