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대모집…이번이 찬스, 놓치면 후회"

입력 2026. 03. 13   16:06
업데이트 2026. 03. 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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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그들이 온다 - 중국군 내부 침투 노리는 CIA의 유혹

인민해방군 장교 겨냥한 새 동영상 
불공정 인사 불만에 접촉 방법 제시
상호 불신·갈등 조장…심리·여론전
배신자 색출에 방첩 역량 소진케 해
은밀한 포섭 대신 특정 타기팅 접근
디지털 시대 정보전 새로운 방식으로
외교 압박 수단·협상 카드로도 활용
국가 차원 통합 대응 전략 필요성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군 포섭을 위해 제작한 동영상. CIA 유튜브 캡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군 포섭을 위해 제작한 동영상. CIA 유튜브 캡처


동영상으로 중국군 포섭에 나선 CIA

지난 2월 12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들을 겨냥한 새로운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번 영상은 단순한 홍보물이 아니라 미·중의 치열한 정보전의 하나인 전략적 메시지였다.

중국어로 제작된 단편 영화 형식의 이 영상은 가상의 중국군 장교를 주인공으로 한다. 그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승진에서 배제되고, 무능하며 부패한 자들이 정치적 충성심으로 빠르게 승진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 결국 그는 체제에 대한 좌절 속에서 비밀자료들을 어딘가에 전달한다. 영상은 단순히 불만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토르 등 다크웹(IP 추적이 불가능한 인터넷 공간)을 통한 CIA와의 접촉 방법까지 안내한다.

이미 CIA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내부 불만이 커진 러시아를 대상으로 2023년 6월 페이스북·X·텔레그램 등 SNS에 러시아어로 제작된 동영상을 공개하고 스파이 모집을 시작했다. CIA 국장이던 윌리엄 번스는 2024년 1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실은 기고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 스파이를 포섭할 한 세대에 한 번밖에 오지 않을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숫자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동영상을 통한 스파이 모집이 대단히 효과적이었음을 암시했다. 이후 CIA는 여세를 몰아 2024년 10월 중국, 이란, 북한을 대상으로 공개 스파이 모집 동영상을 제작, 각종 SNS를 통해 배포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외국 시민들을 배신과 반역으로 유혹하기 위한 조잡한 광고”라며 맹비난했다.

이번 중국군 대상 영상은 기존 영상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기존 영상들이 전쟁 피로감이나 사회적 억압을 강조하면서 CIA를 선택하라고 설득했다면 이번 영상은 “지도부가 지키려는 것은 자기 주머니뿐”이라는 주인공의 독백처럼 군 내부의 제도적 문제, 즉 정치적 파벌과 부패가 만연한 중국군의 불공정한 인사 제도를 직접 겨냥했다.

특정한 타깃을 노린 포섭 의도와 구체적 연락 방법까지 제시한 정밀한 접근이라는 차별성도 갖는다. 영상의 발표 시점도 지난 1월 24일 시진핑 주석이 장유샤 중앙군사위 제1부주석 등 중국군 최고 지휘부에 대한 대규모 숙청을 단행한 직후로 내부 혼란과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군 내부 균열을 겨냥한 정교한 타이밍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군 포섭을 위해 제작한 동영상. CIA 유튜브 캡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군 포섭을 위해 제작한 동영상. CIA 유튜브 캡처


복합 심리전과 외교적 노림수

CIA는 이번에도 은밀한 포섭 대신 공개적 캠페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정보전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의 스파이 포섭이 친분을 쌓은 후 비밀리에 접촉하면서 은밀히 포섭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유튜브 같은 공개 플랫폼을 활용해 다수를 대상으로 스파이를 모집할 수 있다. “우리는 당신을 보고 있다. 당신의 불만을 이해한다. 그리고 당신을 필요로 한다”는 메시지가 알지도 못하는 잠재적 포섭 대상자에게 공개적으로 전달되는 셈이다. 물론 중국이 인터넷을 검열하고 특정 콘텐츠를 차단하고 있지만 CIA는 일부 엘리트 계층은 여전히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내 접속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지난번 배포된 동영상으로 얼마나 많은 중국인이 CIA 협력자가 되겠다고 연락을 해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효과가 없었다면 같은 방법을 반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번 영상에서는 군부 내 잠재적 협력자에게 ‘당신의 좌절은 정당하다’는 심리적 공감을 제공하며 포섭 가능성을 높이는 정밀 타기팅 전략을 구사했다. 영상 속 장교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배제되고, 정치적 충성심만으로 승진하는 현실에 환멸을 느낀다. 이는 중국군 내부에서 실제로 존재할 법한 불만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잠재적 협력자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공개적 스파이 포섭 제안은 군 내부를 겨냥한 복합 심리전의 일환으로, 조직 내부에 상호 불신과 갈등을 조장해 결속력을 떨어뜨림으로써 전투력을 상실하게 한다.

아울러 방첩기관에는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증폭시켜 방첩 역량을 소진케 함으로써 전체적인 효율을 저하시키는 전략적 효과가 있다. 영상 공개 시점이 다음달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직전임을 고려한다면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중국이 이미 강하게 반발한 것만 보더라도 미국은 이를 통해 ‘정보전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는 확실한 압박 신호를 보내는 데 성공한 것이며, 상대가 부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협상용 카드를 하나 더 확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장면에서 보여준 것처럼 국가 간 정보전은 단순한 첩보 활동을 넘어 외교 전략의 일부로 작동한다. 이번 영상은 외교와 정보전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공개 스파이 모집은 단순히 특정 대상자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 국가 전체 국민에게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가 있다. 체제에 대한 불만을 야기하는 여론전의 일환으로서 정보기관이 추진하는 영향력 공작의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군 포섭을 위해 제작한 동영상. CIA 유튜브 캡처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군 포섭을 위해 제작한 동영상. CIA 유튜브 캡처


국가 차원의 통합 대응 전략 필요

이번 사례는 중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 방첩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군사작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보전에서도 적은 늘 우리의 취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따라서 근본적인 안보는 언제나 공동체의 내부적 안정성과 결속력에서 출발한다. 변화된 정보전 환경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방첩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공동체 내부 균열을 막아야 한다. 내부 균열은 군사력으로 막지 못한다. 국가안보의 핵심 조직인 군과 정보기관 내부의 불만을 최소화하고 정치적 충성보다 전문성을 존중하는 공정한 인사 제도를 확립하는 것도 큰 틀에서 방첩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내부 불만은 상대 정보기관에 가장 큰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적극적인 심리전 대응이 필요하다. 공개적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심리전에 맞서 자국 군·관료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보안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보안 대책은 지속적인 교육에 있다. 아무리 잘 갖춰진 시스템이 있어도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인간이고, 내부자 위협은 어떠한 보안 시스템으로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셋째, 외교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정보전은 외교 전략의 바탕이 되며 군사정책 수립에도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해 외교·정보·군사 전략을 통합 설계해야 한다. 국경 밖의 상대와 대응하는 이들 세 분야는 개별적 요소가 아니라 통합적인 전략 아래 유기적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CIA의 중국군 장교 포섭 영상은 단순한 선전물이 아니라 정보전의 공개화, 정교화, 외교 전략이라는 현대적 특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보전은 이제 더 이상 은밀한 그림자 속에서만 벌어지는 활동이 아니다. 공개된 디지털 공간에서 심리전과 외교전을 동시에 겨냥하며, 궁극적으로는 국가안보의 마지막 보루인 군사력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정보전의 전장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며, 늘 새로운 국면으로 확장되고 있다. 누가 더 변화에 민감하며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지가 미래 전장에서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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