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돋보기
2026년 주변 4개국 관계 동향과 전망 -미·중 관계
전략경쟁 뒤흔들 중대 사항 발생 없어
美, 관세·이민 단속·중동 개입 어수선
中, 경기 침체·숙청 정국 등 이중 압박
각자 힘 비축·상대 영향력 약화에 초점
대만 문제는 평행선…대립 불씨 상존
한국은 北 관련 양국 입장 흐름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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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미·중 관계는 한마디로 ‘숨 고르기’로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대적인 대(對)중국 관세 부과로 포문을 연 미·중 관계는 같은 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경주에서의 정상회담 이후 일종의 ‘정전’ 상황에 놓여 있다. 올해에도 이러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양국 간 관리할 만한 수준의 약한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관계가 주로 공세적 미국의 행동(action)과 반응적인 중국의 대응(reaction)에 의해 좌우된다고 가정할 때 지난해 이 시기에 국방일보 지면을 빌려 필자가 예상한 미·중 전략경쟁의 본질을 바꿀 만한 중대한 사항이 그간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미·중 관계는 ‘동병상련(同病相憐)’과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단기적으로는 ‘동병상련’
동병상련 측면에서 미·중 정상은 국내 정치와 경제 상황으로 인해 서로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2026년은 집권 2년 차이자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분수령이다. 지난해 단행한 강력한 관세 정책은 지지층을 결집시켰지만 동시에 국내 물가 상승과 공급망 교란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민세관국(ICE)의 과도한 단속으로 인한 사회불안도 생각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입지를 약화시켰다. 이러한 결과로서 작년 11월 뉴욕시장 선거에 이은 올 2월 텍사스 보궐선거 패배로 올해 국정운영 동력이 많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가져왔다. 더군다나 최근 중동 문제 개입도 국내적 지지세가 약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올해 미국이 중국에 집중할 여유는 많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2026년은 중국의 경제 지도가 바뀔 ‘제15차 5개년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다. 점차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부동산 침체의 장기화와 내수 부진, 높은 청년 실업률이라는 복합적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이번 양회(兩會)에서 발표한 것처럼 대내적인 경제 회복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도 불안정을 보이며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마저 숙청되는 정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4연임과 관련된 21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결국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 문제를 놓고 볼 때 미국과의 긴장관계가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러한 입장 때문에 올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상호 방문과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회의 계기의 만남을 합쳐 실제 총 4차례 회담을 열 수 있다는 전망이 점점 유력해지고 있다.
양회 직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인터뷰도 같은 맥락을 보였다.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한 이후 미·중 간 정상회담이 쉽게 성사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올 한 해에만 여러 차례 만남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은 그만큼 대립보다는 대화 분위기가 우선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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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기를 바라보는 ‘동상이몽’
국내적 과제로 인한 동질적인 고민과 달리 궁극적으로는 동상이몽의 속내가 숨어 있다. 미국은 최근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에서 보이듯 글로벌 관여를 줄이고 서반구에 집중하면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은 억제하고자 한다. 실질적으로 현재 중국을 직접적으로 약화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어느 정도의 갈등 관리를 통해 미국 역량을 키우고 중국의 성장을 늦추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먼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고 이란을 전격 공격하는 것으로 미국의 여력이 낭비될 여지를 줄여나가고 있다. 미국의 이와 같은 조치는 단순히 골칫거리를 제거한다는 것을 넘어 중국이 이를 미국과의 경쟁에 활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봐야 한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이런 ‘글로벌 정리’와 서반구 집중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 이번 NSS와 NDS에서 나타난 미국의 대중국 인식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그것이 전략경쟁 자체의 근본적 변화는 아니라는 점을 경계한다.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를 중심으로 전방위적 접근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유럽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는 기존 사회 인프라 지원을 넘어 인공지능(AI)과 5G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영역에서의 영향력 확장에 힘쓰고 있다. 결국 미·중은 단기간에 서로 간 숨을 고르는 이 시기가 중장기적으로 각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국이 숨 고르기를 통해 자신의 힘을 비축하려는 동일한 행태를 띠면서도 대만 문제는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달 말 방중을 앞둔 미국이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연기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돌발 행동 등 제3의 요인으로도 양국은 언제든 대립할 수 있다. 따라서 미·중 관계가 동병상련과 동상이몽 사이에서 어디에 더 가까이 위치하는가는 대만 문제를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의 함의
2026년이 미·중의 숨 고르기가 진행되는 1년이라면 한국은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양국의 갈등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 해서 우리가 안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정전’의 시기는 한국에 더 높은 수준의 전략적 판단을 요구한다. 미·중이 숨을 고르는 동안 한국은 스스로 체력을 기르고, 전략적 선택지를 넓힐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짧은 시기에 모든 역량을 고르게 키울 수는 없으며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핵심 역량에 집중투자해 최대한의 성과를 우선 확보해야 할 것이다. 국방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혁과 현대화를 설계, 추진해야 한다.
한편 북한 문제가 미국이 정리하고자 하는 글로벌 사안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대만 문제처럼 미·중의 견해 차이를 강화하는 요인인지에 대한 판단도 우리에게 중요하다. 전자든 후자든 우리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우리로서는 북한 문제가 이 두 가지 유형에 해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국 미·중이라는 거대한 두 파도 사이에서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흐름을 읽고 그들이 부딪히는 에너지를 이용해 우리의 길을 나아가는 영리한 항해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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