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장기전 셈법…미국은 고비용·국내 반발 부담

입력 2026. 03. 06   16:49
업데이트 2026. 03. 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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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돋보기>> 美·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배경과 전쟁 양상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했다. 이번 공습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긴밀한 공조로 단행됐다. 미국은 ‘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작전명하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지휘통제시설, 방공체계와 미사일·드론 발사기지, 군용 비행장 등을 중점적으로 타격했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은 ‘사자의 포효(Lion’s Roar)’라는 작전명으로 이란 지휘부를 겨냥한 참수작전을 전개했다. 그 결과 이란 이슬람 신정체제의 정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지휘부 상당수가 사망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공습 여파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공습 여파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공습은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국면에서 전격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다. 양국은 지난해 4월부로 오만이 중재하는 간접대화 방식으로 협상에 착수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서 이견에 직면했다. 이란은 협상 주제를 핵 문제에 한정하자고 제안했다. 미국은 미사일 프로그램과 무기체계 검증도 요구했다. 친(親)이란 대리세력 지원 문제도 부상했다. 올 들어 진행된 3차례 협상에서도 이견은 해소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2개 항공모함 전단 등 2003년의 이라크 전쟁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배치해 이란을 압박했으며, 결국 마지막 협상이 진행된 2월 27일 직후 공습을 단행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이번 공습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재건을 시도하고 “핵 야망을 포기할 모든 기회를 포기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더는 이를 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만약 지금 대응하지 않았다면 미래에는 어떠한 대응도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미국이 감행한 대대적인 핵시설 공습 이후에도 이란이 관련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이번 공습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공습은 이란 내부의 취약성이 커진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는 체제의 취약성을 보여 준 대표적 사례다.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 따른 경제난으로 촉발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상인들이 화폐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을 이유로 시위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이란 정부는 반정부 시위를 외세가 관여한 안보 위협행위로 규정했으며 인터넷과 국제전화를 전면 차단한 가운데 대대적인 유혈진압으로 대응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머물던 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직후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머물던 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이란의 내부 상황은 이번 공습 직후 미국이 이란 국민에게 정권 교체를 촉구한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사망이 “이란 국민이 그들의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위대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공백에 따른 혼란을 신정체제 종식의 기회로 인식한 것이다. 체제를 수호해 온 IRGC와 군·경이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이 올해 초 전격 단행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축출작전 역시 이번 공습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로 명명된 마두로 축출작전을 통해 미국은 육·해·공군 및 해병대, 우주군 등 합동군 전력과 정보기관·법 집행기관들의 유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급습해 마두로를 체포한 다음 본토로 압송했다. 또 베네수엘라 부통령을 과도통치의 협력 파트너로 지목하면서 친미 국가로 변모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은 이러한 베네수엘라 사례를 이란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정치상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이란 공습이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와도 밀접히 연계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의회의 예산안이 오는 31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의회는 자동 해산된다. 이에 따른 총선 결과 총리직을 상실하게 되면 이미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심판 속도가 빨라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이란 공습은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 문제는 이스라엘의 여야와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슈여서다.

이번 공습 이후 이란은 하메네이의 사망을 공식 확인하면서 40일의 전 국민적 추도기간을 선포했다. 또한 최고지도자 유고 시 권한대행을 규정한 헌법 111조에 따라 이란 대통령, 사법부 수장,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등 3명이 참여하는 임시 지도자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에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기구인 전문가 회의에서 하메네이의 차남이자 IRGC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후계자로 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이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공식 발표한 뒤 정부 지지자들이 그를 애도하기 위해 거리에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이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사망을 공식 발표한 뒤 정부 지지자들이 그를 애도하기 위해 거리에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즉각적 반격과 함께 서방 외교시설을 향한 공격도 이어졌다.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의 군기지 여러 곳을 공격했으며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도 미군기지를 상대로 공격을 감행했다. 여기에 헤즈볼라가 지중해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 공군기지를 공격하면서 분쟁의 불씨가 유럽으로도 확대됐다.

스페인은 미국이 이란 공격에 자국 내 군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불허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과의 무역관계를 단절하겠다고 협박했다.

주목할 점은 이란의 장기전 셈법이다. 이란은 샤헤드-136 드론과 탄도미사일·순항미사일을 동원, 중동 전역의 목표물을 향해 타격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미군기지, 석유시설, 민간 건물 등을 겨냥한 드론 공격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는 드론이라는 저비용의 공격수단을 운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고비용 요격미사일 재고 소진을 유도하려는 소모전의 방식이다. 또한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장기전을 이어 가겠다는 이란의 의도를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이 애초 언급한 4~5주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공식화하면서 미국이 전쟁을 지속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전쟁 장기화는 미국에도 부담요인이다. 막대한 비용 부담과 함께 거센 국내적 반발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진영에서도 이번 공습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이 커졌다.

미국의 지상군 투입 여부도 주목된다. 전쟁 양상에 영향을 초래하는 결정적 변수여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시사했지만, 그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란계 쿠르드족으로 구성된 민병대를 지원해 이란에서의 지상작전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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