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9여단 92대대 쌍방교전훈련

입력 2026. 03. 05   17:19
업데이트 2026. 03. 05   17:24
0 댓글

쉿, 숲의 정적
해병대 본능 깨웠다
전투 세포를 깨웠다

삼나무 숲에 연막탄 피어오르고
통제관 외침 정적 깨자
첨병조·방어조 공방전 전개
제주 주요시설 방호·침투 저지
다목적 임무 수행능력 극대화
분기 전술훈련·무장행군 정례화
‘평화의 섬 수호’ 멈추지 않는다

제주 서귀포시 상천리훈련장. 빽빽하게 뻗은 삼나무숲 사이로 빨강, 노랑, 초록 연막탄이 매캐한 화약 냄새와 함께 피어올랐다. “포탄 낙하! 화생방 상황 부여!” 통제관의 외침이 숲의 정적을 깨자 공격 중대 발걸음이 한층 조심스러우면서도 분주해졌다. 평화의 섬 제주도를 최전선에서 지키는 해병대9여단 92대대의 쌍방교전훈련 현장을 지난달 25일 찾았다. 글=조수연/사진=조용학 기자

해병대9여단 92대대 장병이 쌍방교전훈련 중 삼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수신호로 작전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해병대9여단 92대대 장병이 쌍방교전훈련 중 삼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수신호로 작전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현무암 너덜길 넘어 적 수색… 삼나무 숲속 실전 교전 

92대대의 야외전술훈련은 서귀포 일대 산속의 울창한 삼나무숲에서 진행됐다. 하늘로 길게 뻗은 삼나무 사이로 햇살이 간신히 비쳐 들었다. 숲은 훈련의 난도를 높이는 천연 요새였다. 연막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솔잎 소리, 습기 찬 흙냄새가 시야와 감각을 가렸다. 오전에 내린 비로 질퍽해진 진흙길과 거친 돌길, 경사면 탓에 발목·허리에 전해지는 피로도는 일반 산악지형의 두 배 이상이었다.

전술 쌍방교전 상황. 연막 사이로 울리는 명령과 공포탄 총성, 발자국, 숨소리가 섞이며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공격 중대 첨병조는 먼저 전방으로 나서 숲속 지형을 면밀히 관찰하며 방어조 움직임을 탐지했다. 진흙과 돌길, 쓰러진 나무뿌리 사이를 조심스럽게 넘으며 소리와 흔적으로 적의 위치를 추정했다.

적의 위치가 확인되자 공격 중대는 소부대 단위로 신속히 이동하며 연막을 활용해 시선을 차단하고 접근했다. 진흙으로 미끄러운 바닥을 넘으며 각 분대는 서로 간격을 조절하고 적의 사각을 공략했다. 방어조를 압박하며 연막 속에서 교전을 이어가 모든 목표를 격멸했다.

김혁수(대위) 중대장은 “첨병조를 운용해 적의 접근 경로를 차단하고 가혹한 지형 조건 속에서도 소부대 단위의 유기적인 공방전을 전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우발 상황에서도 즉각 대응할 실전 감각과 신속한 판단력을 전 대원이 몸소 체득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붉은 연막이 피어오른 숲 사이로 장병들이 기동하고 있다.
붉은 연막이 피어오른 숲 사이로 장병들이 기동하고 있다.


제주 전역이 전장…야간 33㎞ 무장행군


이날 훈련은 지난달 시작해 이달 말까지 계속되는 ‘교육훈련 활성화 기간’에 맞춰 추진됐다. 제주도라는 특수한 전장 환경에서 해병대 특유의 다목적 임무 수행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92대대는 평시 제주 시내 주요 국가 중요시설 방호부터 산악 및 해안가 침투 저지까지 폭넓은 작전 영역을 담당한다. 장병들은 ‘교육훈련 활성화 기간’을 통해 평소 숙달한 전술 이론을 야전에서 증명하며 전투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김 중대장은 “우리 부대는 제주 도심과 산악, 해안을 아우르는 복합 임무를 수행하는 만큼 대원들에게 요구되는 전술적 수준과 체력이 매우 높고 크다”며 “실전적·지속적인 훈련을 바탕으로 각 소대원이 작전의 핵심을 정확히 꿰뚫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임무를 완수하는 강인한 전투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치열했던 주간 쌍방교전을 마친 대원들에게 또 다른 극한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상천리훈련장에서 제2산록도로와 평화로, 애조로를 거쳐 대대 주둔지로 복귀하는 ‘33㎞ 야간 전술 무장행군’이다.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진 무박 행군은 30㎏에 육박하는 완전군장을 메고 평탄한 길과 산악 지형을 번갈아 넘어야 하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 시험장이었다. 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어깨는 짓눌렸지만, 대원들은 끈끈한 전우애로 어둠과 추위를 이겨냈다.

 

 

목표 지점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하게 지형지물을 통과하는 장병들.
목표 지점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하게 지형지물을 통과하는 장병들.

 

성공적인 훈련 종료를 자축하는 92대대 장병들.
성공적인 훈련 종료를 자축하는 92대대 장병들.


도민 70%가 해병대… ‘무적해병’ 핏줄이 제주를 지킨다


9여단 위험성폭발물개척팀(EHCT)·군사경찰특임대(SDT)는 경찰과 연계해 공항 등 다중이용시설의 대테러 작전을 지원하고, 적 침투 시 즉각 출동하는 기동타격대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92·93대대는 평시 제주 전역의 예비군 훈련을 연중 도맡아 하는 ‘교육훈련 전담 부대’ 성격이 강하다. 누군가를 가르치던 이들이 이번엔 직접 총을 겨누고 땀을 흘리는 훈련의 주체로 나섰다.


무엇보다 제주는 ‘해병대의 뼈대’와도 같은 곳이다. 6·25전쟁 당시 자발적으로 참전해 무적해병의 신화를 창조한 해병 3·4기의 고향이며, 현재도 제주 남성 60~70%가 해병대 출신일 정도로 도민들의 해병대 사랑과 전우회의 끈끈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현역 장병들에게 막중한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대원들은 이번 지휘소 운영, 화생방, 쌍방교전, 무장행군 등 일련의 종합 전술훈련을 소화하며 제주 지역 안보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온몸으로 새겼다. 

 

김현수(중령) 92대대장은 “제주 해병대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강인함을 유지하고 있다”며 “선배 해병들의 무적해병 신화를 계승하며, 지역 안보를 책임지는 존재로서의 자부심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여단은 앞으로 분기 단위 전술훈련과 전술 무장행군을 정례화하고, 올 하반기에는 전 부대 100㎞ 완전무장 행군을 실시하는 등 제주도와 부속 도서 수호를 위한 강인한 훈련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