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춘의 언어는 자유롭다. 친한 사이라면 격의 없는 ‘반말’이 소통의 주를 이루고, 예의를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도 끝에 ‘~요’를 붙이는 ‘해요체’가 자주 사용된다. ‘해요체’는 정중함의 표현인 동시에 심리적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는 편안한 도구다.
군에 들어오면 말의 옷이 완전히 달라진다. 말끝을 다듬는 훈련이 시작된다. ‘~했습니다’와 ‘~입니까’로 대변되는 이른바 ‘합쇼체(하십시오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선임이 부르면 “네” 대신 “예, 알겠습니다”가 먼저 나오고, 보고할 때는 주어와 목적어를 빠뜨리지 않고 끝까지 말하게 된다.
이제 막 입대한 장병들에게 이 격식체는 마치 몸에 맞지 않는 뻣뻣한 새 옷과 같다. 친구 사이에서 쓰던 반말과 해요체가 입가에 맴돌 때마다 그것을 억지로 삼키고 단단한 종결어미로 바꿔 내뱉는 과정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말이 입에 붙지 않아 머뭇거리거나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요’ 자 때문에 당황하는 모습은 흔히 겪는 통과의례다. 하지만 이 어색하고 불편한 ‘말투의 변환’은 군 생활이 장병들에게 건네는 본질적인 교육의 단면이다.
언어는 단순히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아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언어는 존재의 집(Die Sprache ist das Haus des Seins)”이다. 언어는 사람이 존재하는 터전이며, 우리는 언어란 틀로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는 의미다. 어떤 말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머무는 생각의 집이 달라진다.
군대에서 격식 있는 말투를 쓰게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상황에 따라 언어의 층위가 다양하다는 점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다. 일상적으로 친밀한 언어가 있는가 하면 공적 책임과 질서를 담보하는 격식 있는 언어가 있음을 강렬하게 배우며, 다양한 언어 사용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성숙한 사회인으로 나아가는 필수적 단계다.
두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극기(克己)’, 즉 자기를 이기는 훈련이다. 흔히 군대 훈련이라고 하면 고된 행군이나 사격을 떠올리지만 진짜 힘든 훈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진다. 그것은 나를 제어하고 넘어서는 연습이다. 평소 습관대로 편하게 말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단어 하나와 글자 하나에 신경 쓰며 격식을 갖추는 행위는 늘 깨어 있는 의식을 요구한다. 자기 입에서 나가는 문장 하나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고 나라를 지키는 책임을 다할 수 있겠는가!
결국 군에서 말투를 정제하는 과정은 자기제어의 힘을 기르고 진정한 어른이 돼 가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대인관계에서 합쇼체가 주는 격식의 틀을 배움으로써 장병들은 비로소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을 절제할 줄 아는 완성된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언어 경험은 전역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에 나가면 말투는 다시 다양해지지만, 군에서 익힌 격식의 감각은 큰 자산이 된다. 회의에서 말의 구조를 세워 설명하는 힘이 생기고, 낯선 대화 상황에서 관계를 안전하게 여는 방법을 깨닫는다. 갈등이 생겨도 표현을 한 번 걸러 상대를 존중하는 어른의 기술을 갖게 된다.
말끝을 단정히 세우는 훈련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든다. 오늘 사용하는 격식 있는 한마디가 내일의 나를 더 성숙하게 하리라고 확신한다. 그 절제된 말투와 문장이 장병들의 인생을 지탱하는 단단한 기둥이 되기를, 그 깊은 여운이 앞날을 지켜 주는 든든한 힘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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