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영역 조직으로서 해병대의 가치

입력 2026. 02. 24   16:17
업데이트 2026. 02. 2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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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국군조직법은 육군, 해군, 공군이라는 3군 체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각 군이 특정 작전 영역(domain)에서의 우세 확보를 주 임무로 한다는 전통적 전장 인식에 기반한다. 육군은 지상, 해군은 해양, 공군은 공중 영역에서의 지배를 통해 전쟁 수행 주도권을 확보하도록 설계돼 왔다. 그러나 다영역 전장으로 대표되는 현대전에선 단일 영역에서의 우세만으로는 작전적 성과를 보장할 수 없다. 오히려 특정 영역에서 확보한 우세를 다른 영역으로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영역 간 성과 전이가 전쟁 수행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해병대는 기존 3군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전력을 대표한다. 해병대는 특정 영역의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군종이라기보다 한 영역에서 확보한 우세를 바탕으로 다른 영역의 작전 성과를 창출·확대하는 ‘교차영역 부대(cross-domain force)’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

해병대의 핵심 임무인 상륙작전은 본질적으로 교차영역 작전이다. 상륙작전은 해양이나 공중 영역으로부터 지상 영역에 전투력을 투사하고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전장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해병대는 어느 한 영역의 종속 전력이 아니라 영역 간 연결과 전이로 작전공간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중요한 점은 해병대의 이러한 교차영역적 성격이 단순히 임무만이 아니라 조직·훈련·교리 전반에 내재돼 있다는 사실이다. 해병대는 평시부터 육·해·공 전력과의 합동작전을 전제로 전력을 운용하며, 특정 영역에 장기간 고정되기보다 상황에 따라 작전공간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데 최적화돼 있다. 이는 영역 우세를 목표로 설계된 기존 3군 군종 구조와는 질적으로 다른 전력 운용 논리다.

미래전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도서·연안·회색지대 분쟁에서 해병대는 단순한 보조 전력이 아니라 초기 억제와 신속 대응의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다. 분쟁 초기 단계에서 상대의 계산을 흔드는 능력, 제한된 공간에서 다영역 효과를 창출하는 능력은 해병대와 같은 기동성·융통성을 가진 조직에 적합하다.

우리는 해병대를 교차영역 조직으로 규정하고, 합동작전 구조 속에서 어떻게 그 가치를 극대화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교차영역 전장은 이미 도래했고, 그에 가장 먼저 적응해 온 조직이 바로 해병대다. 앞으로 해병대의 전략적 가치는 과거 전사에서 이뤄 낸 신화만이 아니라 미래 전장의 구조 그 자체에 있다.

곽호재 소령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
곽호재 소령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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