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대와 함께하는 ‘국방안보진단’
46. 인구절벽 시대 국방개혁 방향과 국방대학교의 역할
임무 수행률·가동률·지속 기간 정량화
인력·장비·교육·제도 패키지로 결합
국방대, 전력 임무 기준 설계 싱크탱크
무인·AI 기반 전력 운용개념·교리 생산
직무형 인재 양성·재교육 플랫폼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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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이라는 현상은 국방개혁을 ‘선택’이 아닌 ‘전제’로 만들고 있다. 병역자원 감소는 상비전력의 규모와 운영방식에 구조적 제약을 가하고, 초고령화는 국가재정의 압박 속에서 국방에도 효율성과 우선순위의 재설계를 요구한다. 여기에 △무인·인공지능(AI)·자율체계 확산 △사이버·전자전의 일상화 △회색지대 도발과 정보전 확대 △재난·복합위기가 계속되며 국방 환경은 더 빠르게, 더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 국방개혁의 질문은 ‘얼마나 많은 병력을 유지할 것인가’가 아니라 ‘줄어드는 병력으로도 필요한 임무를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특정 기간 수행할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정리=윤병노 기자
인구절벽 시대 국방개혁의 출발점은 목표의 전환이다. 과거 국방개혁은 병력·편제·전력 증강의 규모와 배분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인력이 줄어드는 환경에서는 병력의 ‘양’보다 임무 수행의 ‘질’과 ‘지속성’이 전력의 실체가 된다. 따라서 개혁의 성과지표는 병력 규모가 아니라 임무 보장으로 재설정돼야 한다. 경계·감시정찰, 방공·대미사일, 기지방호, 지휘통제, 군수·정비 같은 핵심 임무별로 임무 수행률과 가동률, 전력 지속 기간을 정량화하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력·장비·교육·제도를 패키지로 결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병력 감축’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임무 기준으로 전력을 재구성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
이 목표 전환을 현실화하는 핵심 수단은 ‘무인과 자동화’지만, 이는 결코 장비 도입 목록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절벽에서 무인체계는 선택적 전력 증강이 아니라 병력 감소를 상쇄하는 기본 인프라가 돼야 한다. 다만 플랫폼 단위 도입에만 집중하면 효과는 제한된다.
경계 임무를 예로 들면 센서망-통신-지휘통제-무인체계-대응전력이 하나의 사슬로 이어져야 임무 수행이 안정화된다. 기지방호 역시 자동경계와 무인감시, 신속대응 전력의 연동이 패키지로 설계돼야 한다. 군수·정비는 로봇 물류와 자동재고 관리, 예지정비 같은 운영체계 혁신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인화의 본질은 ‘사람을 줄이기’가 아니라 사람을 더 가치 있는 판단·지휘·핵심 전투 임무에 집중시키는 데 있다.
무인화·자동화가 실전 전력으로 정착하려면 인간·기계 팀의 운용개념과 교리가 선행돼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현장에서 ‘어떻게 쓰는가’가 정립되지 않으면 전력화는 지연되거나 불신을 낳는다. 인간과 기계의 역할 분담, 의사결정 권한과 절차, 표적식별 신뢰성, 전자전·사이버 환경에서의 생존성, 데이터 품질과 보안은 모두 운용개념의 일부다. 결국 무인·AI 시대의 국방개혁은 장비 획득과 더불어 교리화-훈련화-평가체계를 동시에 구축하는 ‘통합 설계’로 추진돼야 한다. 아울러 무인·AI의 확산은 책임성과 윤리, 데이터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정책 과제를 동반한다. 오인·오폭 위험, 데이터 편향, 책임 소재, 사이버 침해 가능성은 단지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교전규칙과 표적식별 원칙, 인간 개입 수준, 데이터 관리·감사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현장 적용은 제약되고 사회적 신뢰 또한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기술·제도·교육’을 묶어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이 인구절벽 시대 개혁의 기본 형식이 돼야 한다.
인력 운영체계 혁신 역시 개혁의 중심 의제다. 사이버, AI/데이터, 전자전, 무인체계 운용·정비, 방공·C2 등은 단기 복무 중심으로 숙련을 축적하기 어렵다. 인구가 줄수록 한 명의 숙련이 끼치는 전력 기여도가 커지므로 직무 기반의 경력 경로를 강화하고, 숙련을 개인이 아니라 조직 자산으로 축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예비전력도 단순 동원형을 넘어 기능·직무형으로 재설계해야 하며, 평시에도 능력을 유지·검증할 수 있는 자격·훈련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전력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군수·정비·기지운영 혁신은 ‘지원’이 아니라 ‘본체’로 격상돼야 한다. 인력절벽 환경에서 전투개념만 혁신하고 운영·지원 체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실제 전쟁지속 능력은 약화한다. 예지정비, 자동화 물류, 수요예측, 표준화된 부품·정비체계, 스마트 기지 운영은 가동률과 지속 기간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국방개혁이 현장에서 실행력을 갖기 위해서는 설계 기능이 필요하며, 그 지점에서 국방대학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국방대는 첫째, 인구절벽형 전력 구조를 임무 기준으로 설계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병역자원 전망과 재정 제약, 위협 양상을 변수로 두고 무인화 수준과 상비·예비 구조, 운영혁신 효과를 정량적으로 비교·분석해 실행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조직·예산·인사·법제)를 제시하는 기능이 요구된다. 둘째, 무인·AI 기반 전력의 운용개념과 교리를 생산하는 본산이 돼야 한다. 워게임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간·기계 팀 작전, 분산·네트워크 전투, 기지방호 자동화, 군수 지속성 모델을 실험하고, 그 결과를 교리·교육과정·평가체계로 빠르게 연결하는 선순환을 주도할 수 있다. 셋째, 직무형 전문인재 양성과 재교육을 위한 플랫폼이 돼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에는 ‘한 번 길러 오래 쓰는 구조’가 전력의 핵심이다. 사이버·AI/데이터·전자전·무인체계·획득/시험평가·군수혁신 등 분야에서 평생 교육형 재교육과 전문화 과정을 확대해 숙련을 다학제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의 국방개혁은 전력의 ‘양’을 관리하는 개혁이 아니라 임무 수행의 ‘질’과 ‘지속성’을 설계하는 개혁이다. 무인화·자동화는 그 전환의 엔진이지만 교리·훈련·제도·윤리·데이터 거버넌스가 결합하지 않으면 엔진은 오래 가지 못하고 멈출 것이다. 인력 운영 혁신과 군수 지속성의 디지털 전환은 전력을 지탱하는 기반이다. 그리고 이 복합 개혁을 ‘구호’에서 ‘실행’으로 바꾸는 연결 지점에 국방대가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국방은 더 과학적이어야 하고, 더 통합적이어야 하며, 무엇보다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 지속 가능성을 설계하는 것이 지금, 인구절벽 시대 국방개혁의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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