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인 듯... 아닌 듯 … 정보전, 국가의 운명을 흔들다

입력 2026. 02. 22   16:28
업데이트 2026. 02. 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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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그들이 온다>>마두로 체포 작전과 CIA의 ‘비밀공작’

강대국, 주권국 대통령 체포·압송…국가주권 침해 논란 확산
군사작전·법 집행 경계 모호…‘CIA 비밀공작’ 개념 논쟁 촉발
주권국가 자강능력, 정보력서 시작…방첩 실패, 국력 약화 직결

미국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재판을 받기 위해 헬기에서 내려 미국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재판을 받기 위해 헬기에서 내려 미국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냉혹한 국제사회와 국가 주권의 원칙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압송 작전은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사이버전 무기를 활용한 전력 차단, 레이다 교란, 통신 마비 등 전격적 무력화 능력도 놀라웠지만 핵심은 강대국이 주권국 대통령을 현지에서 폭력적으로 체포해 자국으로 압송한 극히 이례적 사건이라는 데 있다. 이 작전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압력을 행사한 뒤 특수부대인 델타포스가 체포를 수행했다. 하지만 압송 과정에 법무부 직원을 동행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마약 카르텔과 관련된 불법 행위자를 체포하는 법 집행 활동으로 표현됐다.

이는 국가주권의 원칙을 기준으로 한다면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 국제법의 기본 원칙은 모든 국가의 법은 국경 내부에서만 효력을 지닌다는 것으로, 다른 국가의 영토에서 자국 법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간 주권평등에 기반한 주권면제(Sovereign Immunity) 원칙에 따라 어떤 국가도 타국에 대해 재판 관할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다. 유엔 헌장도 속지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타국 영토에서의 강제적인 법 집행을 주권 침해로 간주한다. 하지만 회원국 간 무력행사금지 원칙이 존재함에도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고, 국제법이 국내법처럼 원칙대로 지켜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번 작전은 외적으로는 군사작전을 통한 법 집행이라고 하지만 사전 기획과 작전 이후의 상황 전개 등을 미리 분석하고 대상국에 잠입, 현지 스파이망을 구축해 표적의 정확한 위치와 동선, 경호 수준을 평가하는 등 현장 정보를 지원한 것은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이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CIA는 이미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베네수엘라 대상 비밀공작 활동을 승인받았다. 요원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 등 내부 정보원을 활용해 마두로 대통령의 위치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상세한 정보를 파악해 체포 작전의 기반으로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부 스파이 포섭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현상금 5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CIA의 이번 활동을 ‘비밀공작(Covert Action)’으로 볼 수 있는지도 논란이 됐다. 보통의 생각과는 다르게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은 ‘비밀스러운 공작활동’이 아니라 엄격한 요건을 수반하는 활동이다. 이번처럼 미국의 개입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군사작전에 정보 지원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활동이다.

정보기관의 ‘비밀공작(Covert Action)’

비밀공작은 수집, 분석, 방첩과 더불어 정보기관의 4대 업무로 분류된다. 이는 자국 정부의 개입을 숨긴 채 다른 나라의 정치·군사·사회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은밀한 행위를 일컫는 정보 용어다. 단순히 ‘비밀스럽게 하는 활동’이 아니라 자국 정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설계된 특정 정보활동이다. 따라서 비밀공작은 정보수집이나 군사작전과 다르다. 스파이가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나 방첩공작의 수행도 비밀리에 이뤄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밀리에 행해지는 정보활동일 뿐 비밀공작은 아니다. 미국의 정보활동을 규정한 정보수권법(Intelligence Authorization Act) 등 법률에 따르면 비밀공작은 ‘대통령의 결정(Presidential Finding)’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는 단순한 결재가 아니라 ‘이 행위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며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이 진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 승인이 없이는 정보기관이 비밀공작을 수행할 수 없다. 그래서 비밀공작은 실제로는 매우 드물게 사용된다. 1953년 모하마드 모사데크 이란 총리 축출(아작스 작전),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 정부 전복 공작(퓨벨트 작전) 등이 미국의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긴 전형적인 비밀공작이었다.

그렇다면 마두로 체포 작전은 비밀공작인가? 일부에서는 ‘CIA의 비밀공작’이라고 표현하지만 공개된 내용을 기준으로 보면 이 작전을 비밀공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선 미국의 개입 사실이 숨겨지지 않았다. 작전 이후 미국의 관여는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고, 부인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비밀공작의 핵심 요건과 맞지 않는다. 또한 작전 성격이 정권 전복이나 정치 조작이 아니라 법 집행 또는 군사작전의 연장선으로 설명되고 있다. 설령 CIA가 정보 제공이나 분석을 지원했더라도 이는 정보기관의 통상적 역할에 해당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언론이 CIA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지난해 8월 베네수엘라에 대한 비밀공작을 승인받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나중에 이를 인정한 것을 보면 비밀공작이 수행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적어도 5개월간 CIA는 베네수엘라에서 비밀공작의 전형적 수단인 심리전을 통한 내부 분열, 정치·경제적 압박, 반대 세력 지원 등을 수행해 마두로 정권을 약화시켰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번에 실제로 이뤄진 마두로 대통령 체포작전 자체가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보기관 활동을 둘러싼 논쟁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용어의 정확성이다. 정보기관의 활동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력·국제적 위상에 맞는 정보력 갖춰야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쿠바 정보기관에 의지해 왔다. 파견된 쿠바 정보요원들은 베네수엘라 정보기관 운영에 관여하면서 군의 쿠데타 음모나 반체제 인사들의 저항운동을 감시해 왔다. 하지만 유능한 것으로 알려진 쿠바 정보요원들도 결국은 베네수엘라의 국가안보와 국익보다 쿠바의 국익을 위해 베네수엘라를 관리해 왔을 것이다.

이번 마두로 체포 작전도 압도적 군사력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의 능력과 의도를 먼저 파악하고 자국 내 적의 정보활동에 대한 방첩능력이 결여된 정보력 부족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각국 정보기관은 자국의 국제 정치적 위상과 체제 성격,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책임 범위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초강대국은 국제 질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보기관을 운용하지만 약소국 정보기관은 국가 생존을 위한 정보 확보와 위험의 조기 경보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이는 능력의 차이라기보다 선택과 제약의 차이다.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동맹 구조, 군사력과 외교력의 범위가 정보기관의 역할을 규정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주권 국가로서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자강 능력은 정보력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군사력과 경제력은 눈에 보이지만 위협을 먼저 읽고 위험을 관리하는 힘은 보이지 않는 정보 역량에서 나온다. 정보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국가는 특정 세력이나 외국에 의존하게 되고 그 순간 주권은 형식만 남게 된다. 정보력은 국가가 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반 인프라인 것을 인식하고 정보기관 역할을 냉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경제 성장에만 몰두해 온 우리나라도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력과 국제적 위상에 맞는 정보력을 갖췄는지 돌아보며 자강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br>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 배정석 성균관대학교 국가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국가정보원에서 방첩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정보사학회와 한국국가정보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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