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해양영역인식 강화·억제력 증대 목표로 혁신 박차

입력 2026. 02. 20   15:41
업데이트 2026. 02. 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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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돋보기>> 트럼프 2기 정부의 ‘절제’ 대전략과 중동 해양안보 혁신

이 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전략인 ‘절제(restraint)’를 분석하고 중동 지역에서 전개되는 미국의 해양안보 혁신 동향을 살펴본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전략 조정기에 대응해 한국이 준비해야 할 중동 해양안보 협력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미국의 대전략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선별적 개입, 보수주의적 우세(primacy), 자제로 유형화된다. 앞선 세 전략이 패권안정론에 기반해 미군의 전방 전개와 안보 공약 확대를 처방한다면 세력균형론에 기초한 ‘절제’는 핵심 이익 범위를 제한하고, 본토 방위에 집중한다. 절제 전략가들은 미국이 지역 국가에 부담을 전가하는 한편 결정적인 시점에 개입해 균형을 회복하는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 역할을 강조한다.

이른바 ‘돈로주의(Donroe Doctrine)’로 불리는 트럼프 2기의 국가안보전략(NSS)은 1기 정부와 마찬가지로 1945년 전후 비주류였던 절제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안보 연구가 배리 포즌 MIT 교수의 주장처럼 해양강국 미국의 절제 전략이 곧 ‘해양통제’와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절제 전략은 유사시 개입을 통한 억제를 가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양·우주·사이버 등 ‘공공재 통제’를 확고히 하는 것은 서반구의 억제력을 극대화하고, 역외 균형 실효성을 담보하는 근간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의 절제 전략이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님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트럼프 2기 대전략에서 간과하기 쉬운 지점이 바로 중동 해양안보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다변화하고, 미국이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순수출국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걸프 지역 에너지 안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홍해에서 항행의 자유 보장 △테러 방지 △이스라엘 보호 등을 ‘핵심 이익’으로 명시했다.

이는 유럽(관리 가능한 위협으로서의 러시아) 및 아시아(경제 이익 최우선·중국과의 대립 회피)와 관련한 서술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항행의 자유 보장은 이란의 봉쇄 위협과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에 맞선 미국의 명확한 해양안보 목표를 가리킨다.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미 해군 중부사령부의 책임지역인 바레인 마나마항에 기항하고 있다. 출처=미 해군 중부사령부 공식 홈페이지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미 해군 중부사령부의 책임지역인 바레인 마나마항에 기항하고 있다. 출처=미 해군 중부사령부 공식 홈페이지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목표를 ‘부담 전가’ 방식으로 달성하려고 한다. 이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 패권 약화 담론이 부상하자 미국과 공동 주관하는 연합태스크포스(CTF)를 통해 해적, 무기·마약 밀수, 테러 등 역내 해앙안보 과제에 대응해 왔다.

다양한 TF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사례는 미 해군 중부사령부(NAVCENT·5th Fleet) 예하 TF-59(Task Force 59)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한 이 국방혁신 모델은 트럼프 2기의 절제 전략 아래 안착하고 있다. 2021년 출범한 TF-59는 미 해군 최초 무인체계 및 인공지능(AI) 전담부대로 해양영역인식(MDA) 강화와 억제력 증대를 목표로 한다. TF-59는 20여 종의 무인체계를 시험하면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MUM-T) 운용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수상·수중·해저 전 영역에 수백 개의 센서를 배치해 MDA 능력을 극대화하는 ‘디지털 해양(Digital Ocean)’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성과다. 또한 무인 수상함(USV) 기반의 자율 무인기 이착륙 및 체공형 미사일 원격 발사, 1인당 드론 제어 수 최대 100 확장 등은 TF-59가 기록한 세계 최초의 혁신이다. 

이러한 실험을 바탕으로 2024년 1월 창설된 TF-59.1은 검증된 기술을 전력화하고, 실전배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TF-59·59.1은 계약업체 장비를 임대해 실전 요구에 맞춰 검증·개선하는 ‘용역계약(CoCo)’ 방식의 획득 혁신을 구현했다.

트럼프 2기 들어 TF-59의 혁신은 다음과 같은 성과를 낳고 있다. 첫째, 검증된 기술은 미국 국방부의 중기계획(PoR)과 FY2026 혁신기술 조달 및 실전배치 가속화(APFIT) 프로그램에 채택됐다. 둘째, TF-59는 MDA 능력 강화를 위해 중부사령부(CENTOM)의 공군·육군 혁신 TF와도 긴밀히 협력해 왔다. 이는 2025년 9월 창설된 신속배치합동태스크포스(REJTF)의 모태가 됐다. 셋째, 미 해군은 TF-59 모델을 중남미를 담당하는 4함대에 도입, 국경안보 임무(마약 퇴치 및 불법어업 단속)에 활용하고 있다. 미 해군 지휘부가 밝힌 것처럼 미국은 TF-59의 혁신 성과와 MUM-T 교훈을 중국에 대응한 인도·태평양 지역(7함대) 합동작전에 적용할 계획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지난해 6월 TF-59를 벤치마킹해 발트해 해저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Task Force X’를 창설했다.

미 해군 중부사령부 TF-59 마크. 출처=미 해군 중부사령부 홈페이지
미 해군 중부사령부 TF-59 마크. 출처=미 해군 중부사령부 홈페이지


그러나 국방혁신이 중동 해양안보와 억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동 지역의 다양한 불안정 요인은 미국의 대전략 조정기에 후퇴(retrench)를 강요할 수도 있다. 빅데이터 분석·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면 역설적으로 세계질서가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이한은 “미국이 걸프만에서 발을 빼면 호르무즈해협에 의존하는 동북아 국가 간 ‘유조선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산유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 유럽으로 수출처를 확보한다.

따라서 한국은 위험 헤징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국방혁신 국제협력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중동 해양안보 기여를 넘어 우리 국방 전반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TF-59.1 참여를 통한 MUM-T ‘역량 흡수’다. 우방국 참여에 개방적인 TF-59.1의 특성을 활용해 무관 파견을 시작으로 신기술 발굴-개발-전력화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에 조기 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기술 통제와 정보보호 장벽이 높은 오커스(AUKUS)를 우회하는 전략적 경로가 될 것이다. 둘째, CTF-151을 활용한 전술 혁신 주도다.

우리 청해부대가 속한 CTF-151에서 해적 퇴치 전술·기법·절차(TTPs)의 혁신을 주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해양안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셋째, CTF-154 참여를 통한 역내 파트너십 및 방산 협력 강화다. 인도,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처럼 다국적 연합훈련에 특화된 CTF-154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중동 우방국과의 접점을 넓힐 필요가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체결한 인공지능(AI)·국방 신기술·방산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현지 역량 구축 요청에 응한다면 이는 중동 국방교류 협력과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견고한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수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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