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국군간호사관학교 앞을 지나다가 고(故) 선효선 간호장교의 추모 흉상을 마주한 적이 있다. 그 이름 앞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긴 했지만, 당시 그 흉상이 지닌 의미와 상징성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최근 부상으로 군병원에서 긴 수술 후 약 20일간 입원치료를 받게 되면서 잊고 있었던 그 이름은 전혀 다른 무게로 떠올렸다. 병원에서 마주한 간호사들의 모습에서 ‘간호’라는 말이 지닌 본래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다.
환자 입장에서 바라본 간호사의 하루는 단순한 처치의 반복이 아니었다. 아침이면 환자가 기상했는지,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레르기 반응이나 불편함은 없는지를 살피는 등 작은 행동 하나에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 또한 위생적인 병실 유지와 의복·침구류 교체를 도와주는 등 환자 스스로가 편안한 환경에서 회복하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야간 간호사들의 근무 모습이었다. 환자의 작은 신음이나 병실 바닥에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만으로도 간호사들은 곧바로 병실로 달려갔다. 불편함의 원인을 묻고 환자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곁을 지켰다. 새벽마다 상처 부위를 소독하며 아픔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헌신 덕분에 나와 주변 환자는 신체 회복뿐만 아니라 마음의 불안까지 치유받을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병원 안팎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간호사들은 위험을 계산하거나 망설이기보다 먼저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안위보다 환자의 생명을 우선해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은 응급환자 후송 임무에 자발적으로 나섰던 고 선효선 소령의 선택과 다르지 않았다. 시간과 장소만 달라졌을 뿐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사명감의 본질은 같아 보였다.
그 경험 이후 국군간호사관학교 앞에서 마주했던 고 선효선 소령의 흉상이 떠올랐다. 2008년 2월 19일 당직이 아님에도 응급환자 후송 임무에 자발적으로 나섰던 선효선 소령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길에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했다. 그녀의 선택은 누구의 명령도 아닌 생명을 살리려는 사명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동안 지나쳤던 간호사와 장병들의 모습이 고 선효선 소령의 헌신과 겹쳐 보였다. 부상 악화를 저지하고 장병들의 전투력을 회복시키는 최전선에서 묵묵히 책무를 다하는 모습,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자리에서 이어지는 간호의 손길은 국군 전투력 유지의 조용한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2월 19일 선효선 소령의 기일인 오늘 이름 없이 헌신했던 한 간호장교의 정신이 간호병과 장병들 속에 이어지고 있음을, 그 고마움을 마음 깊이 새긴 한 명의 환자로서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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