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군대 ‘백워드 플래닝(Backward Planning)’의 효과

입력 2026. 02. 12   14:51
업데이트 2026. 02. 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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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은 지금 거대한 전환의 변곡점에 서 있다. 인구절벽이라는 엄청난 도전에 초급·중견간부의 이탈, 직업적 매력 감소와 사회적 위상 저하 등이 겹치며 ‘군인이란 직업에 미래가 있나’라는 자조까지 번진다. 그럼에도 군은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최우선 기반 조직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정체성과 존재의 소중함은 결코 흔들릴 수 없다. 다만 이들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고 본연의 매력과 위상을 회복하느냐가 문제다. 이제 그 답을 만들어야 할 시기다.

우리는 흔히 현재의 문제점을 수정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단단하고 변화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 당장의 결핍을 메우기에 급급한 ‘포워드 플래닝(Forward Planning)’ 방식은 기존의 관성과 이해관계에 부딪혀 결국 ‘어제와 비슷한 오늘’을 반복하게 만든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장의 현안에 매몰돼 오늘을 고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도달해야 할 미래를 먼저 확정하고 그 미래로부터 오늘을 거꾸로 설계하는 방식, 즉 ‘백워드 플래닝(Backward Planning)’이다.

백워드 플래닝의 핵심은 4단계의 유기적 연동에 있다. 가장 먼저 상상해야 할 것은 20~30년 후의 ‘먼 미래군(Far Future Forces)’이다. 기술 진보와 전장환경의 변화를 예측해 우리 군이 갖춰야 할 궁극적인 모습과 가치를 정의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상된 비전 중 실현 가능한 소요들은 10년 후를 상정한 ‘미래군(Future Forces)’으로 구체화된다. 이는 다시 예산과 자원의 우선순위에 따라 5년 단위의 ‘중간군(Mid-term Forces)’으로 연결된다. 이 치밀한 역순의 흐름은 마침내 ‘현재군(Current Forces)’에 도달해 오늘의 현장을 우리가 소망하는 미래의 모습으로 점진적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4단계는 단절된 조각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변화의 여정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분명하다. 먼 미래를 그리는 일은 당장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에 다양한 의견 수렴과 수정이 가능하다. 이는 개혁의 리스크를 줄여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든다는 점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보상을 줄 수 없는 한계에도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가 만드는 미래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 줄 때 현장의 고통은 버틸 만한 의미로 바뀌고 비로소 헌신할 명분을 찾게 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십수 년 전 단순 그래픽 카드 회사를 넘어 ‘가속 컴퓨팅’이라는 먼 미래를 먼저 확정했다. 당시엔 시장의 이해가 부족했고 적자와 비난도 컸지만, 그는 정한 미래에서 출발해 오늘 필요한 기술을 거꾸로 설계했다. 그 전략적 인내가 결국 인공지능(AI) 혁명의 핵심 기반을 만들었다. 우리 군의 혁신도 다르지 않다. 미래를 선택하면 손해와 갈등을 견딜 이유가 생기며, 미래는 오늘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비전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상상하고 그려 나가는 설계도다. 백워드 플래닝으로 도출된 명확한 미래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에게 자부심의 근거가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바로 이 역설적 상상력에 있다. 미래로부터 오늘을 설계하라. 승리는 이미 확정된 미래를 향해 걷는 자의 몫이다.

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김용우 월드투게더 회장 전 육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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