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호크스 편대·블랙이글스
어깨 나란히 비행하며 함께 호흡
더 굳건해진 국방협력 대내외 과시
해외 에어쇼 첫 ‘무궁화’ 기동 공개
조종사 기량·T-50B 성능 입증
교민 ‘자부심’ 관람객 ‘경이로움’ 선사
사막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창공이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우정으로 물들었다. 11일(현지시간) 오전 ‘사우디 세계방위산업전시회(WDS) 2026’이 열린 리야드 컨벤션센터 상공에서는 한·사우디 공군 특수비행팀이 우정 비행을 펼치며 더욱 굳건해진 양국의 국방협력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리야드에서 글·사진=임채무 기자
사막의 사다카
신뢰, 푸른하늘을 수놓다
긍지, 무궁화로 피어나다
주기장에 도열한 우리 공군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와 사우디 공군 ‘사우디 호크스’가 동시에 엔진을 깨우자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굉음이 사막 너머로 뻗어 나갔다. 예열을 마친 사우디 호크스가 먼저 활주로를 박차며 올랐고, 곧이어 블랙이글스가 뒤를 따르며 리야드 하늘로 솟구쳤다.
이날 비행은 기량 대결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뒤를 맡기는 신뢰의 무대였다. 먼저 행사장 상공에 진입한 것은 사우디 호크스였다. 녹색 도장의 사우디 호크스 편대가 선두에서 길을 열었고, 그 뒤를 블랙 이글스가 따랐다. 행사장을 빠져나간 이들은 어느새 어깨를 나란히 하고 비행을 시작했다. 국적도 기종도 다르지만 날개와 날개 사이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함께 호흡했다.
다시 행사장 상공에 진입할 때는 블랙이글스가 주인공이었다. 블랙이글스가 선두에 서서 편대를 이끌자 사우디 호크스가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블랙이글스에 하늘길을 내어주고 사우디호크스가 뒤따르는 모습은 양국의 협력관계가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지상에서는 이 색다른 장관을 담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관람객은 탄성과 함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우정비행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인 이날 오후에는 블랙이글스의 단독 에어쇼가 펼쳐졌다. 내레이터 홍주언 소위의 힘찬 멘트와 함께 ‘빅 애로우(Big Arrow)’ 대형으로 진입한 블랙이글스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우주선 모양의 카나드 대형에서 순식간에 스타(별) 대형으로 변환하는 모습은 자로 잰 듯 정확했다.
음악에 맞춰 다이아몬드 대형을 선보이던 블랙이글스는 갑자기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강하하며 폭포수처럼 8개 방향으로 흩어지는 레인 폴 기동을 선사했다. 예측 불허. 푸른 창공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블랙이글스의 기동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블랙이글스의 환상적인 기동에 넋을 놓고 보다가도 진입 방향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면 모든 관람객 시선이 동시에 움직이는 장관이 연출됐다.
백미는 상공에 수놓은 태극 문양 아래 피어난 ‘무궁화’였다. 블랙이글스는 태극 기동에 이어 5개의 무궁화 꽃잎을 형상화한 고난도 기동을 선보였다. 해외 에어쇼에서 처음 공개한 무궁화꽃 기동은 다섯 개의 무궁화 꽃잎을 형상화해 대한민국의 끈기와 불굴의 정신을 표현했다.
특히 블랙이글스는 태극 기동과 함께 무궁화꽃 기동을 동시에 펼쳐 중동 상공에 태극기와 무궁화꽃을 수놓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 모습에 사우디 관람객은 물론 현장에 나온 한국 교민들도 쉴 새 없이 박수를 보냈다.
블랙이글스의 화려한 기동이 이뤄지는 가운데 지상에서는 다른 의미에서 손에 땀을 쥐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지상통제관인 서동혁(중령) 239특수비행대대장. 서 대대장은 블랙이글스가 기동 중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점을 매의 눈으로 보고 이들에게 수시로 무전했다. 축구 경기에 비유해 1번기 조종사가 팀의 주장이라면 서 대대장은 감독인 셈이다. 시종일관 진지한 얼굴로 블랙이글스를 주시하던 서 비행대대장은 준비한 기동들이 하나둘씩 성공할 때마다 미소를 지었다.
서 대대장은 “에어쇼는 매번 긴장의 연속이지만 우리 조종사들의 기량과 T-50B의 성능을 믿기에 완벽한 비행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무대를 보여준 블랙이글스는 수직 상승하며 돌풍 형태를 만드는 토네이도 랜딩을 마지막으로 총 24개 기동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완벽히 마쳤다. 이번 전시회 개막일인 지난 8일부터 매일 관람객들에게 최고의 기동비행을 선보이고 있는 블랙이글스는 이날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블랙이글스의 비행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교민들에게는 자부심을, 현지인에게는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한국 건설회사에 입사해 1984년 사우디 지사로 발령받은 뒤부터 40년 넘게 사우디에서 살고 있는 김효석 사우디 리야드 및 중부지역 한인회장은 “사우디 상공에 태극 문양과 무궁화꽃이 수놓아지는 날이 올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회장에게 블랙이글스의 비행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는 공군병 257기로 1975년 15전투비행단(현 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군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김 회장은 “한국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다시 한번 갖는 계기가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교민들 역시 매 순간 가슴 졸이며 블랙이글스를 응원했다면서 이번 비행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나도 2번기였다”
손석락 공참총장 임무 완수 격려
조종사·정비사 일일이 어깨 다독여
“블랙이글스에 감동…자랑스러워”
사우디아라비아를 공식 방문 중인 손석락 공군참모총장도 현장을 찾아 블랙이글스와 사우디 호크스를 격려하는 등 군사외교의 최전선에 섰다.
WDS 2026 개막일인 지난 8일 손 총장은 투르키 빈 반다르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중장) 공군사령관과 함께 양국 비행팀이 대기 중인 주기장을 찾았다.
손 총장과 알 사우드 사령관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조종사들을 격려했다. 알 사우드 사령관은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에게 한국어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며 일일이 악수했다. 손 총장 역시 사우디 호크스 조종사들과 눈을 맞추며 환한 미소로 악수를 나눴다.
격려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즉석사진 촬영이었다. 알 사우드 사령관이 먼저 대열을 바꿔 사진을 찍자고 제안하자, 손 총장은 ‘엄지척’ 포즈를 제의하며 화답했다. 양국 조종사와 지휘관들은 “블랙이글스 팀워크, 사우디 호크스 팀워크”를 함께 외치며 끈끈한 유대감을 과시했다. 손 총장과 알 사우드 사령관은 양국 비행기 앞에서 서로의 손을 굳게 맞잡으며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어진 선물 교환식에서 자예드 알수피아니(중령) 사우디 호크스 대대장은 손 총장에게 팀의 상징인 호크기 모형을, 노남선(대령) 공군53특수비행전대장은 블랙이글스 비행 장면과 양국 국기가 담긴 사진 액자를 알 사우드 사령관에게 각각 전달했다.
특히 사우디 조종사들이 손 총장과 블랙이글스 팀원들에게 사우디 전통 의상인 구트라와 이칼을 직접 씌워주는 깜짝 이벤트가 펼쳐졌다. 이를 지켜보던 알 사우드 사령관은 “베리 나이스(Very Nice)”라는 감탄사를 연신 쏟아냈다. 구트라를 착용한 손 총장은 사우디 조종사들에게 직접 준비한 코인을 선물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날 오후 블랙이글스가 성공적인 기동을 마치고 복귀하자 손 총장은 다시 한번 주기장을 찾아 조종사는 물론 정비사들까지 일일이 찾아가 어깨를 두드렸다.
2번기 조종사에게 “나도 (블랙이글스) 2번기였다”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손 총장은 블랙이글스 출신답게 비행 기술에 관한 전문적인 조언을 건넸다. 또한 조종사들의 컨디션을 꼼꼼히 챙기며 “멋있었다. 최고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생일을 맞은 5번기 조종사에게는 사비로 격려금을 전달하는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손 총장은 “블랙이글스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감동받고 있다”며 “국위선양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복귀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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