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하루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준비에서 시작된다. 훈련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장비를 점검하듯이 급식 역시 사전에 식단을 편성하고 정확한 청구량을 예측해 식재료를 조달받는 사전 준비 과정을 거친다.
군 급식 영양사로서 하루를 시작하며 마주하는 첫 질문은 ‘오늘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한 끼가 국방력 유지와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다.
식단표는 단순한 메뉴 나열이 아니다. 체력과 회복, 집중력과 사기까지 고려한 전술계획서다. 이 계획이 어긋나면 용사들의 하루 리듬도 흔들린다. 훈련 강도와 계절의 변화, 병과별 활동량의 차이, 국가 기준에 따른 영양 기준과 한정된 예산까지 숫자와 기준을 맞추는 일은 영양사의 기본이지만 그 위에 용사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얹고 있다.
오늘 필요한 에너지는 충분히 제공하는지, 단백질의 질은 적절한지 등. 식단은 단순한 칼로리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용사들의 하루 컨디션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과정이다.
군에서 급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정업무가 아니다. 강도 높은 훈련과 긴장 속에서 임무를 견디게 하는 힘의 근원이다. 균형 잡힌 한 끼는 체력 회복으로 이어지고 안정된 체력은 집중력과 안전, 전투력으로 연결된다. 식단 작성은 곧 국방을 유지하기 위한 또 하나의 작전계획인 것이다.
식단을 짜는 동안 늘 용사들을 떠올린다. 훈련이 이어지는 날 소화에 무리는 없을지, 다음 훈련 전 충분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을지를 우선 고려한다. 매달 진행하는 설문조사와 짧은 대화는 다음 식단에 반영한다.
우리 22보병사단은 매월 22일을 ‘율곡인의 날’로 지정해 조식부터 석식까지 장병들이 선호하는 메뉴로 식단을 구성한다. 열량은 평소보다 다소 높을 수 있지만,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영양 비율은 균형 있게 유지한다. 한 달간 훈련과 임무에 매진한 장병들을 응원하기 위한 의미 있는 선택이다. 식단을 준비하면서도 이날만큼은 영양 기준과 함께 ‘기대감’이란 요소를 함께 고민한다.
장병들이 달력을 보며 22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그 기대가 식당에서 웃음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때면 급식이 식사를 넘어 작은 보상이 될 수 있음을 다시금 실감한다.
“군대는 위(胃)로 행군한다”는 나폴레옹의 말처럼 식량과 급식은 군 전투력의 핵심이다. 영양사로서의 자부심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된다. 식단표 속 영양소 하나하나에 용사들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는다. 장병들의 전투력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이 오늘도 식단표 앞으로 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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