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의 길, 첨단 엔진 국산화

입력 2026. 02. 11   14:30
업데이트 2026. 02. 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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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소티의 시험비행을 무사히 마친 국산 전투기 KF-21이 대한민국 영공을 지키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목표가 정해지면 어떻게든 해내는 게 우리의 특성이다. 산업현장에서 우리 국민을 ‘100도’로 부른다고 한다. 영상 50도의 사막, 영하 50도의 동토에서 현지인보다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단기간에 국제통화기금(IMF)을 극복한 것도 그런 저력에서 나왔다.

전투기 엔진은 마라토너의 심장과 같다. 강력한 추력은 속도와 기동성, 신뢰성은 생존성과 임무 성공을 보장하며 연료소모가 적을수록 전투시간이 길어진다. 같은 기체라면 엔진 차이가 전투력 차이가 되고, 나아가 공중전투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엔진 성능을 높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텔의 창립자 고든 무어가 “반도체 집적 트랜지스터 수는 1~3년마다 2배 이상 증가한다”고 예상한 때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IC칩의 용량은 수억 배로 늘어났으나 자동차 연비는 2배 발전하는 데 그쳤다. 전투기도 센서 능력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나 터보팬 엔진 추력은 30~50% 증가했을 뿐이다. 이렇듯 엔진 제작은 뼈를 깎는 노력을 동반하며 고장이 사고로 이어지는 특성으로 인해 품질 기준이 까다롭고 개발비와 시간이 많이 소요돼 제조업체는 기술 이전에 인색하고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렵다.

첨단 엔진 개발을 놓고 “4세대 엔진도 안 만들어 봤는데 가능하겠는가?”라는 우려 속에 우리는 또다시 결심지점에 서 있다. 일반적으로 전투기의 도입비 중 엔진 가격이 약 25~30%이고, 도입가의 약 3배에 달하는 수명주기 정비비의 40%가 엔진에 들어가므로 엔진 비용은 기체 가격의 2배 이상이다. 더구나 추력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첨단 엔진의 경우 각국이 전략기술로 간주해 판매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차세대 전투기를 만들더라도 구형 엔진을 장착해야 하고, 부품이나 성능 개선이 필요할 때 비용과 시간을 추가로 소모하게 된다.

핵심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는 것은 진정한 자주국방이 아니다. 특정국의 전투자산이나 기술을 제공받으면 그 나라의 국익을 우선 고려해야 하므로 통일, 외교 등 양국 이익이 대립하는 민감한 사안을 우리 의지대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이 외국의 선의에 의존해 방위태세를 유지해 온 측면이 있었지만, 이젠 국격도 높아졌고 자국 우선주의가 노골화된 국제관계 속에서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결론적으로 첨단 엔진 개발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이자 생존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우리에게는 인류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든 DNA와 가장 먼저 64메가디램을 만든 저력이 있다. 국가가 나서 첨단 소재와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건전성 프로그램 등 관련 역량을 극대화하고 우수한 정비 능력을 활용해 매력적인 첨단 엔진을 갖출 때 진정한 국산 전투기 보유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한계점에 이르더라도 그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경험은 공동개발이나 기술협력 분야에서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용감하고 싶으면 용감한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했다. 경제, 기술, 문화 등에서 높은 위상을 되찾은 우리가 걱정을 앞세워 전략적 능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하늘과 대양, 우주를 향해 더 크게 비상할 미래를 꿈꾸며 자신감을 충전하고 군·산·학·연이 힘을 모아 잠재력을 끌어내야 할 때다.

윤우 예비역 공군소장 항공우주력연구원장
윤우 예비역 공군소장 항공우주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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