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질문하는 군대가 이긴다

입력 2026. 02. 11   14:30
업데이트 2026. 02. 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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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인간계 바둑 최강 이세돌 9단을 격파하며 파란을 일으킨 지 10년이 됐다. 그 사이에도 AI는 믿기 힘든 속도로 진화하며 기존 딥러닝 기술을 뛰어넘는 생성형 AI, 에이전틱 AI, 피지컬 AI로 공상과학적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AI 출현은 인류사의 가장 큰 변곡점이라는 관측이 나올 만큼 엄청난 미래 충격이다.

AI가 인류 종말을 부를 것이라는 묵시론적 우려를 포함해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AI 시대를 살아가는 동안엔 ‘질문하는 능력’이 인간의 가장 중요한 힘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다. AI는 모든 질문에 답할 준비가 돼 있기에 누가 더 좋은 질문을 할 줄 아느냐가 곧 경쟁력이 된다. 답보다 질문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를 한국적 현실에 대입하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교육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지만, AI 시대에도 그 성공 방정식이 통하리라고 낙관하긴 어렵다. 주입식 암기 위주의 한국 교육은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자(Fast Follower) 양성에는 탁월했지만,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선도자(First Mover) 육성에는 적합하지 않다.

한국의 교실에선 정해진 답을 빨리 찾아내는 게 우등생의 조건이었다. 지식 전달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교실에서 괜한 질문 행위는 민폐에 가까웠다. 질문하는 능력은커녕 궁금증 자체가 퇴화하는 구조다. 질문에는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해 내는 메타인지, 정답을 맹신하지 않는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는 시간과 비용 투자가 만만치 않기에 한국에선 환영받기 어렵다. 지식의 최전선을 돌파할 창의력을 기르지 못한 이유다.

우리 군의 경직된 문화도 어쩌면 질문 능력을 상실한 학창 시절의 연장선일 수 있다. 군대는 어디나 비슷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선진국 군대는 집단의 엄정한 기율과 개인의 자율성을 조화시키고, 가능한 수평적 관계에서 원활한 상하 소통을 추구한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기탄없는 토론문화는 유명하다. 일개 병사라도 작전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낼 수 있고, 군은 이를 적극 반영한다. 이스라엘 정보부대 출신 인발 아리엘리는 저서 『후츠파』에서 “민간기업이든 군사조직이든 현대사회에서 수직적 계급문화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후츠파는 뻔뻔함, 무례함, 용기, 도전 등의 뜻이 복합된 히브리어다. 도전적 질문을 통한 창의적 사고의 원천이자 작지만 강한 군대의 비결이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군국주의 독일군도 겉보기와 달리 내적으로는 유연했다. 군사학자 외르크 무트는 저서 『군사교육과 지휘문화』에서 “독일 청년들은 고도로 권위주의적인 사회에서 성장했지만 진보적이고 거의 자유주의적인 전문 군사교육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독일군은 초급장교의 의견을 높이 평가했기에 그들의 개인적 견해를 중시했고, 의견 충돌을 수용하고 더 나아가 장려했다”고 말했다.

미래 전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확인된 드론 전술, 동시·입체 다영역작전, AI와 결합한 유·무인 체계 등으로 크게 바뀔 것이다. 전통적 상명하복 체계만으론 이 거대한 변화를 온전히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 보완책은 장병 개인의 역량과 자율성에 근거한 하의상달이다. 이는 말단 병사에게도 질문할 권리, 아니 질문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AI 혁명은 익숙한 과거와의 과감한 결별을 요구하고 있다.

홍제표 CBS 정치부 선임기자
홍제표 CBS 정치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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