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군사명저를 찾아서>>카라 리글리, 머리 사이먼스.『군사적 복합성과 창의성』
Cara Wrigley & Murray Simons. 2025. Creativity in Military Complexity: Design, Disruptors and Defence Forces. Routledge. pp. 160.
기술 발전·회색지대 분쟁 등 중첩되며
안보환경 복합적 적응체계로 전환돼
변화된 상황 활용 우위 선점 중요해져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활용 대표 사례
조직문화·교육·리더십 전반 재구성
혁신 기반 ‘군사 디자인 사고’ 제시
복잡성을 통제 대상으로 보지 않고
수용·활용해야 할 조건으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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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에 대한 논의에서 핵심 의제는 미래 전쟁이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하는 것이 불확실성(Uncertainty)과 복합성(Complexity)이다. 여기에 폭발성(Volatility)과 애매함(Ambiguity)이 결합해 ‘VUCA’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문제는 현재 군사적 사고방식은 산업화 시대에 부합하는 선형적·기계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의 두 학자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복잡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현대 군사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군대가 전통과 교리를 중시하는 조직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다만 이런 성격이 미래 전쟁에 대비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기안정화 경향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거의 전쟁을 학습하는 것”이 평시에는 안정감을 주지만 실제로는 인지적 경직을 심화하는 문제가 있다.
현대 안보환경의 혁신적 변화
현대 안보환경은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서 벗어나고 있다. 가속적인 기술 발전, 회색지대 분쟁, 다영역작전, 국내 정치적 압력 등이 중첩되며 복합적 적응체계(complex adaptive system)로 전환돼 왔다고 진단한다.
여기서 복잡성이란 다양한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전혀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단순히 부품이 많고 절차가 복잡한(complicated) 것과 다르다. 비행기는 복잡하지만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전투 상황은 수많은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체계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면서 진화하며, 그렇지 못할 때는 체계를 유지할 수 없다.
저자들은 국가안보는 단일 행위자나 단순 인과관계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계로 존재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입력과 출력의 관계가 비선형적이며, 같은 조치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히 병력과 장비의 우위가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가 전투력의 핵심 요소가 된다. 저자들은 서구 군대가 여전히 평시 관료주의와 기술 중심의 혁신에 매몰돼 있으며, 인지적 혁신을 체계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군은 본질적으로 수렴적 사고에 강하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질서 회복에는 유리하다. 하지만 복잡한 환경에서는 문제를 성급히 규정하고 기존 해법을 강요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상황 규정하기’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이는 문제를 이해하기 전에 결론을 설정하는 위험한 관행이다. 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복잡성을 제거하려 하기보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변화한 상황을 잘 활용해 제한된 자원으로도 국지적 우위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장병들이 보여주고 있는 드론 활용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차원의 사고체계, 교육, 인사제도 전반에서 ‘인지적 민첩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 군은 기술을 보유하고도 패배할 수 있으며, 반대로 사고체계를 전환한 군은 제한된 자원으로도 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논지다. 전통적 군사기획이 주로 분석적·선형적 사고에 기반한 반면 현대 전쟁은 다수 행위자, 비선형 인과관계, 예측 불가능성을 특징으로 하는 복잡한 적응체계이므로 사고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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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디자인 사고의 특성
저자들은 기존 군사계획과 문제 해결 방식이 복잡한 현대 전장 환경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인식한다. 이를 대체·보완할 접근법으로 군사 디자인 사고(Military Design Thinking)를 제시한다. 군사 디자인 사고는 “복잡한 작전환경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먼저 문제를 재구성(problem framing)하는 사고방식”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핵심은 해답보다 ‘문제에 대한 이해’를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생각을 디자인(재구성)하는 측면이 강하다.
군사 디자인 사고는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 특성을 지닌다. 우선 현대 전쟁을 ‘복잡하고 적응적인’ 전쟁으로 인식한다. 지휘관과 참모를 단순한 계획 실행자가 아니라 창의적 행위자로 간주한다. 기존 교리 중심의 문제 정의 대신 문제의 이해(재구성)를 중시한다. 작전환경과 반복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상황인식을 계속 수정해야 하며, 개인이 아닌 집단적 사고와 협업을 중시한다. 작전환경을 정치·군사·사회·경제 요소가 결합한 시스템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군·민·적·중립 행위자를 포괄하는 다중 행위자 분석을 수행한다. 끝으로 작전 접근법을 시각화하고 공유 가능한 형태로 표현한다.
군사 디자인 사고가 단순한 사고 기법이 아니라 조직문화·교육·리더십 전반을 재구성하는 인지적 재구성임을 강조한다. 특히 교리를 절대적 정답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타당성을 확인해야 할 ‘가설’로 다뤄야 하며, 실험과 학습을 통해 지속해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현대 군이 복잡한 전쟁 환경에서 의미 있는 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적 사고가 필요하며, 이는 기술 혁신보다 더 근본적인 사고체계의 혁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고체계의 혁신은 ‘창의성’이라는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존 관행과 생각에서 벗어나는 혁신적 태도를 창의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창의적이지 못한 군대를 어떻게 창의적인 집단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군 조직에서 창의성이 개인의 재능 문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설계되고 관리돼야 할 문화적 산물임을 전제로 한다. 저자들은 군의 혁신 담론이 종종 제도나 조직 구조에 집중되는 반면 실제 성패는 개인과 조직 차원의 인지적 태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어떻게 조직을 혁신할 것인가
저자들은 군 조직 내 혁신이 좌절되는 원인을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문화적 제약에서 찾는다. 저자들은 군대가 본질적으로 위험 회피와 오류 최소화에 최적화된 조직이기 때문에 창의성과 실험이 자연스럽게 억제되는 경향을 가진다고 진단한다. 혁신을 억제하는 대표적 제약요소는 △경력 관리 중심의 인사제도 △실패에 대한 처벌 문화 △과도한 규정과 승인 절차 △단기 성과 중심의 평가를 제시한다.
그렇다면 현대 군사조직이 직면한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저자들은 복잡성을 더 이상 관리나 통제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수용하고 활용해야 할 조건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성공 기준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군은 ‘실패 없는 수행’을 이상으로 삼아 왔으나 복잡한 환경에서는 실패 없는 혁신은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제한된 실패를 조기에 허용하고 이를 통해 더 큰 실패를 예방하는 접근이 전략적으로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실패를 ‘비용’이 아니라 ‘정보’로 인식하는 사고 전환이 요구된다.
이러한 혁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군 리더십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저자들은 창의적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통제자가 아니라 ‘촉진자’여야 한다고 정의한다. 이를 위해 △자기과시적 리더십 배제 △협업적 사고 장려 △배타적 경쟁보다 협력적 경쟁 △과도한 관료주의 완화 △의사결정 권한의 하향 위임을 제시한다. 특히 리더는 완벽주의를 경계하고 실험을 학습으로 인정해야 하며, 다양한 지식과 관점을 수용하는 인식적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레드팀 같은 비판적 사고 장치를 제도화함으로써 조직의 자기만족과 집단사고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특정 해법이나 매뉴얼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군이 스스로 사고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지적 자극임에는 분명하다. 미래 전쟁에서의 우위는 기술이나 규모가 아니라 변화에 대응하는 사고의 질에서 결정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익숙하지만, 늘 필요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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