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다가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돌아봄’이라는 단어 앞에 서게 됩니다. 한 해의 끝자락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이 시기엔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군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설을 맞는 장병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향의 온기와 가족의 웃음소리를 떠올리며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새해에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스승이 “목욕해 몸을 씻듯이 지난 과거의 집착과 망상을 씻어 내는 게 참된 새해의 시작”이라고 답하셨다고 합니다(『대승기신론』).
이 짧은 예화는 새해의 의미가 단순히 달력의 변화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의 방향에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설날은 ‘새로워지는 날’이기 이전에 ‘다시 마음을 고르는 날’입니다. 바쁜 훈련과 긴장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쌓였던 피로와 서운함, 말하지 못한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시간입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때로는 이유 없이 답답해지고 괜히 마음이 거칠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수행의 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설날의 돌아봄은 관계의 돌아봄이기도 합니다.
나와 가족·친구·동료의 관계를 돌아보는 날입니다.
말하지 못한 고마움, 미처 전하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면 마음속으로라도 떠올려 보십시오.
그 마음 하나가 여러분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마음이 모든 것을 이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환경이 마음을 만드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됩니다. 설날을 맞아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 주면 어떨까요? “그동안 수고했다” “잘 버텨 왔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말입니다.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것도 중요한 수행입니다.
군종장교로서 장병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누구나 강해 보이는 제복 안에 저마다의 사연과 그리움을 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설 명절 고향에 가지 못하는 아쉬움, 가족을 향한 미안함, 미래에 대한 불안이 교차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를 향한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됩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안부를 묻고, 웃음을 건네는 순간이 바로 공동체의 힘이 됩니다.
설날의 의미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를 살아 내는 그 자체가 이미 존귀한 공덕입니다. 오늘의 노력이 모여 내일의 평화를 만들고, 개인의 성장이 공동체의 안정을 이룹니다.
새해에는 모든 장병의 마음에 평안이 깃들길 바랍니다. 각자 자리에서 흔들리지 않되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설날 아침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며 이렇게 발원해 보십시오. “잘 버텼다. 충분히 애썼다. 이제 다시 한 걸음 가 보자.”
새해가 갑자기 우리를 바꿔 주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의 마음이 내일의 방향을 정할 뿐입니다. 설날의 이 짧은 돌아봄이 여러분의 군 생활과 삶 전체에 조용한 중심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은 지금도 잘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말고, 오늘만큼은 스스로에게 따뜻해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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