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계급장 위에 독서의 지혜를 새겨라!

입력 2026. 02. 10   15:50
업데이트 2026. 02. 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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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독서가 하나의 멋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말이 바로 ‘텍스트힙(Text Hip)’이다. 글자를 뜻하는 ‘Text’와 멋지다는 의미의 ‘Hip’이 결합한 이 용어는 책을 읽고 SNS에 인증하거나 감상평을 공유하는 행위를 개성 있고 세련된 취향으로 인식하는 흐름을 이른다. ‘독파민(독서+도파민)’ ‘오독완(오늘의 독서 완료)’ 같은 신조어가 유행하는 현상은 독서가 자신을 브랜딩하고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상징이 됐음을 보여 준다.

이 현상이 주목받는 이유는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속도를 늦추고 몰입을 회복하는 경험이 된다. 독서는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중심을 잡으려는 이들의 가장 ‘힙’한 반항이자 선택이다.

독서를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안중근 의사다. 중국 뤼순감옥에서 그가 남긴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이라는 유묵은 보물 제569-2호로 지정돼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훈계에 머물지 않고 죽음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인간적 고뇌와 자기수양의 핵심을 보여 준다.

오늘날 우리는 ‘일일부유튜브 구중생형극’의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증상이 만연하고, 손안의 작은 화면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우리의 생각은 조금씩 얕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다시 독서라는 구호를 외치기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군대다. 군대야말로 사회의 소음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생각근육’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어서다.

독서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고전을 읽으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시대를 앞서간 명사들을 만나고, 명작을 보면서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자신의 마음에 오롯이 담을 수 있다. 또한 역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수많은 타인의 삶을 경험하며, 단 한 번뿐인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사색의 시간은 전역 후 마주할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교육현장에서 제자들에게 ‘내 키만큼 책 읽기 운동’을 하자고 제안하곤 한다. 신체가 자라는 만큼 책을 읽으면서 마음과 생각의 키도 키워 보자는 취지다. 학생들은 때로 “책을 세워 쌓아도 되느냐, 교과서가 포함되느냐?”라는 짓궂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면이 성장하는 기쁨을 깨닫는 제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독서의 힘을 다시금 확신한다.

이제 군대에서도 ‘내 품 안의 책’ 운동을 시작해 보길 권한다. 사물함 한편에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작은 책을 한 권 품어 보자. 혼자 읽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전우들과 대화를 나누며 책을 통한 소통에 도전하자. “이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내 마음을 울렸다”는 짧은 나눔이 삭막한 병영 생활을 풍요로운 지혜의 장으로 바꿀 것이다.

장병들의 청춘은 지금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빛나지만, 그 위에 독서라는 깊이를 더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 하나하나가 미래를 짓는 벽돌이 될 것이다. 군 생활 중 잠시라도 한 권의 책에 몰입하는 여러분의 모습은 세상 그 누구보다 ‘힙’하고 아름답다. 청춘의 계급장 위에 독서의 지혜를 새기는 그대를 응원한다.

강용철 경희여중 국어교사 EBS 강사
강용철 경희여중 국어교사 EBS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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