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강국의 꿈… 문학의 혼으로 그려내다

입력 2026. 02. 10   16:29
업데이트 2026. 02. 10   16:32
0 댓글

해군, NAVY 문인클럽 창립 15주년

국내 대표 시인·소설가 모여 2011년 발족
제2연평해전 등 중요 사안 기록으로 남겨
국가 정체성 지키는 ‘종군 해군 작가단’ 명명
해군 주도의 체계적 운영 15년 이어온 비결
해군지 연재한 작품 묶은 기념작품집 발간
33명 참여해 시·수필·소설 등 308편 수록
강동길 해군참모총장 주관 기념행사도


군이 국가의 육신을 지킨다면 문학은 그 영혼을 수호한다. 해군과 문학이 한자리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온 지 15년. NAVY 문인클럽이 11일로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2011년 서울 해군회관에서 첫발을 뗀 이후 NAVY 문인클럽은 군 내 유일의 문학 교류단체로서 해군 장병과 문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왔다. 전투와 훈련현장을 직접 참관하고, 바다 위에서 느낀 감각을 언어로 기록하며 해군의 임무와 가치를 문학으로 축적해 온 시간이었다. 글=조수연/사진=조용학 기자

 

2011년 발족 이후 해군에 문학이라는 언어를 불어넣어 민·군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온 NAVY 문인클럽이 11일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예술원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하는 이승하·오세영·이근배 시인과 고은주 소설가(왼쪽부터).
2011년 발족 이후 해군에 문학이라는 언어를 불어넣어 민·군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온 NAVY 문인클럽이 11일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예술원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하는 이승하·오세영·이근배 시인과 고은주 소설가(왼쪽부터).



전방부대 방문·사관생도 순항훈련 함께해

NAVY 문인클럽은 2011년 2월 11일 김성찬 당시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발족했다. 국내 문학계를 대표하는 시인·소설가 30명이 ‘바다가 잉태한 문학의 혼, 해양강국의 꿈을 키운다’는 모토 아래 모였다. 이후 15년간 해군과 가장 밀착된 민간 문학공동체로 활동해 왔다.

해군은 문인들을 일회성 행사의 초청 인사가 아닌 해군문화의 동반자로 받아들였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해군 창설 등 국가의 중요한 기억이 간직돼야 할 순간마다 NAVY 문인클럽은 헌시를 남겼고, 월간 ‘해군’을 통해 시와 수필을 매달 연재하며 해군의 시간을 언어로 기록해 왔다. 교류방식 역시 현장 중심이었다. 해군사관학교와 전투함정, 잠수함, 도서 전방부대 방문은 물론 사관생도 순항훈련 동승과 국제관함식 함상문학제 참가까지 이어졌다. 문인들은 군함에서 파도를 맞으며 시를 썼다.

15년간의 축적은 최근 해군본부가 2011년부터 2025년까지 NAVY 문인클럽 회원들의 작품을 묶은 기념작품집 『문인들, ‘해군’에서 바다를 노래하다』로 집대성됐다. 문인 33명이 참여해 시 159편, 수필·소설 149편 등 총 308편이 수록됐다. 이는 해군과 문학이 함께 쌓아 올린 집단적 기록이자 해군이 선택한 문화전략의 결과물이다.

해군은 NAVY 문인클럽 창립 15주년을 맞는 11일 국방컨벤션에서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이 주관하는 기념행사를 연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영 NAVY 문인클럽 회장과 이근배 초대회장 겸 고문을 비롯한 기존 회원 10명과 15주년을 계기로 새로 가입한 이숭원·고형진·우찬제·유성호 평론가, 이재무·한경옥·손택수 시인이 참석한다. NAVY 문인클럽은 신규 회원 7명을 더해 39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군인은 국토를, 시인은 언어를 지킨다”

최근 회장직을 이어받은 오세영(서울대 명예교수) 시인은 NAVY 문인클럽의 성격을 “종군 해군 작가단”으로 정의했다. 그는 국가를 육신과 영혼으로 나누며 철학적 비유로 문학과 군의 관계를 풀어냈다.

“헤겔은 국가에도 영혼과 육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국가의 육신은 국토, 영혼은 언어입니다. 언어가 없으면 국가는 성립될 수 없습니다. 문학은 그 언어를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고, 시인은 언어를 발전시키는 사람입니다. 군인은 국토를, 시인은 언어를 지킵니다. 지키는 대상만 다를 뿐 원리는 같습니다.”

오 시인은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문인들이 늘 군과 함께했다는 역사적 맥락도 짚었다. 총 대신 펜을 들었을 뿐 문인들 역시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다는 것이다. “전쟁이 나면 문인들은 기록하고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6·25전쟁 당시 문총구국대가 만들어졌고, 이후 육·해·공군 종군작가단이 조직됐습니다. 해군 종군작가단은 전투가 끝나면 보고서를 쓰고, 해군의 승전을 국민에게 알렸습니다. 지금의 NAVY 문인클럽은 그 전통을 평시로 이어온 조직입니다.”

오 시인은 언어를 잃으면 민족도 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문학의 역할을 국가 존속의 문제로 확장했다. 만주족의 사례, 해외 교포사회의 언어 단절을 언급하며 “군대가 강해도 언어를 잃으면 국가는 희미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과 문학의 결합이 단순한 문화 활동을 넘어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해군본부 정훈실이 15년간의 회원 작품을 엮어 최근 발간한 기념작품집 『문인들, ‘해군’에서 바다를 노래하다』.
해군본부 정훈실이 15년간의 회원 작품을 엮어 최근 발간한 기념작품집 『문인들, ‘해군’에서 바다를 노래하다』.



군 해양적 특수성이 작가에게 상상력 제공

초대회장이자 전임 회장인 이근배 시인은 15년이라는 시간을 “화살같이 지나간 세월”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NAVY 문인클럽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를 ‘해군 주도의 체계적인 운영’에서 찾았다. 해군은 창설 초기 시인 15명, 소설가 15명을 해군 차원에서 공식 선정했고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과거에도 군과 문학의 교류 시도는 있었지만 대부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주체가 불분명했고, 운영도 느슨했습니다. NAVY 문인클럽은 해군이 중심을 잡고 시작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시인은 해군사관학교 강연, 관함식 참석, 부대 방문, 순항훈련 동승 등 지난 활동을 떠올리며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해군이 가진 해양적 특수성이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힘줘 말했다.

“해군은 전투 무대가 바다입니다. 국내에만 머무는 군도 아닙니다. 문인들이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는 감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순항훈련에 참가하고 싶어 하는 작가가 많습니다. 살아 있는 현장을 경험하고 싶어서입니다.”


복무 중인 제자들 해군지 건네며 격려 전해와

소설가 고은주 작가는 NAVY 문인클럽 활동이 “바다를 새롭게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부산이 고향인 그는 바다에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군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바다는 전혀 다른 공간이었다고 고백했다.

“문인에게 바다는 노래의 대상이지만, 군인에게 바다는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전장입니다. 평화로움과 긴장이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죠. 그 교차하는 감정이 글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해군지에 실린 작품을 꾸준히 읽으며 군문화와 용어를 익히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공부였다고 귀띔했다. ‘소설가는 경험을 먹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이 작가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한 셈이다.

이승하 시인은 군과 민의 신뢰를 NAVY 문인클럽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그는 “민은 군을 믿고, 군은 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며 문학이 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자들이 군 복무 중일 때 해군지를 건네며 격려의 말을 전해 왔다고 했다. “문인들이 수필과 시로 군을 이야기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해군을 알고 나니 바다를 지키는 게 얼마나 치열한 일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NAVY 문인클럽은 창립 이후 ‘해군’지에 매달 시와 수필을 연재하며 현재까지 수백 편의 작품을 축적했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사건, 해군 창설 등 국가적 기억의 순간마다 문학이 빠지지 않았다.

15년 동안 군과 문학이 서로를 이해하며 쌓아 온 신뢰의 역사 속에 바다를 지키는 힘은 총과 함정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NAVY 문인클럽은 언어로 증명해 왔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