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좀 더 경험이 많은 나이에 배우(활동명 권지우)라는 직업을 뒤로하고 군 복무를 시작했습니다. 6주간의 훈련병 생활을 거치며 힘들어하는 전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할 수 있다는 응원을 외치며 손을 잡고 수료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곁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 주는 말 한마디의 가치를 체험했습니다.
저는 육군훈련소 병역심사관리대의 분대장이 됐습니다.
병역심사관리대는 입대 후 정신적 어려움이나 복무 부적응을 겪는 장병들이 일정기간 교육생으로 입소해 심리적 안정과 복귀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받는 부대입니다. 이곳에서 분대장 임무를 수행하며 아픔이 있는 교육생들을 마주할 때면 처음 면접 봤던 순간부터 했던 다짐을 떠올립니다.
‘만나는 교육생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따뜻한 사람이 돼 주자’.
이런 마음가짐과 훈련소에서 동기들과 훈련을 끝까지 이겨 냈던 경험, 사회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배역을 맡아 사람을 이해하려 했던 마음은 이곳에서 교육생들을 마주할 때 큰 도움이 됐습니다.
병역심사관리대에 입소하는 교육생들은 겉으론 말이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구보다 큰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기 힘든 고민, 처음 느껴 보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 타인을 넘어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된 날들 속에서 그들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곁에서 진심으로 그들의 회복을 바라고 있다는 것,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눈빛, 차가움보다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태도는 교육생들에게 다시 한번 일어나게 돕는 힘이 됩니다.
자해충동이 심한 교육생 옆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줬던 일, 식사를 거부하며 마음을 닫았던 교육생 곁을 끝까지 지키며 마음을 움직여 식사를 마쳤던 일 등 한 번 더 다가가는 행동과 배려는 거창하지 않지만 강한 메시지로 전달됩니다.
군 복무를 하면서 이곳은 단순히 교육생들을 통제하고 훈련시키는 장소가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한 가지 깨달은 점도 있습니다. 이 모든 행동이 바로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생명 존중은 행동입니다. 아주 작고 사소할 수 있는 행동. 누구나 생명 존중이란 단어는 알고 있지만 막상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는 막막합니다.
이곳에서 생명 존중은 결코 복잡하지 않음을 배웠습니다. 곁에 앉아 주는 것, 말없이 들어주는 것, 끝까지 기다려 주는 것. 이 모든 마음이 생명을 지키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대장으로서 매일 경험합니다.
오늘도 교육생들의 침묵 속에 담긴 아픔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는 결코 어려운 게 아닙니다. 바로 옆에 있는 전우에게 한 번 더 관심을 갖는 것,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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