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입력 2026. 02. 09   14:45
업데이트 2026. 02. 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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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현대전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 놨다. 그중 하나가 과거에 없던 새로운 포식자 ‘드론’의 등장이다.

전쟁 초기 정찰용으로만 사용됐던 드론은 곧 자폭드론과 수류탄 투하용으로 진화하더니 박격포탄을 수직으로 투하하는 ‘비행포병’으로 진화했다. 보병의 생명줄이었던 참호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드론의 정밀타격 표적이 됐다. 혹자는 첨단 안티드론체계가 드론의 위협을 차단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모든 비구름을 우산 하나로 막을 수 없듯이 수없이 쏟아지는 저가형 드론의 파상공세를 고가의 요격장비로만 저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현재 전방지역에는 무개호, 유개호 등 다양한 참호가 구축돼 있다. 특히 유개호는 견고해 보이지만 드론이 지배하는 전장에선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드론은 포병 사격과 달리 호의 입구나 환기구를 조준해 직접 타격할 수 있으며, 일인칭시점(FPV) 드론은 보병처럼 참호 내로 침투해 자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류탄, 박격포탄 등 중량이 있는 폭발물을 수직 투하한다면 그 위력은 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위로부터 쏟아지는 드론의 공격을 방호하고 드론의 내부 진입을 막을 참호를 구축해야 한다.

그 대안으로 구축된 진지나 임의지역에서 신속히 유개화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참호키트’를 제안한다. 이는 보병이 현지 자재를 활용해 신속히 방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탄소섬유나 초경량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으로 뼈대를 구성하고 포탄의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탄성 와이어망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상부 방호를 위한 중량물(흙·모래주머니 등)은 현지에서 자재를 활용해 휴대 하중을 최소화한다. 규격화된 모듈형 키트는 어떤 지형에서도 단시간 내에 강력한 유개 구조를 완성할 수 있으며 일부 파손 시 부분 교체가 가능해 유지보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에 더해 참호를 구축하는 방법을 변화시켜야 한다. 단순히 직사화기나 포병 사격의 파편 피해를 방호하는 수준을 넘어 드론의 내부 진입을 차단하는 분절형 구조(가림막 활용)와 폭발물이 참호 내에서 폭발하더라도 그 지역만 피해를 볼 수 있도록 폭압 분산형 구조(폭압 차단벽)를 적용한 참호 구축법이 개발돼야 한다.

현대전의 복잡한 양상 속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본질은 명확하다. 전장의 주인공인 장병들이 어떤 위험에서도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도록 최소한의 물리적 생존요건을 보장하는 것이다. 혁신은 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에 녹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병석 대령 육군56보병사단 참모장실
이병석 대령 육군56보병사단 참모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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