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목소리’ 학습한 AI…실시간 통화 분석해 예방

입력 2026. 02. 09   16:37
업데이트 2026. 02. 0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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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 이슈>> 부모의 공포 노린 AI 보이스피싱

학원 밀집지역 소액 송금 요구 범죄 늘어
통신사,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 지원
자녀 우는 목소리·금전 요구 땐 의심부터
송금했다면 112에 신고해 지급정지 요청
경찰청 통합대응사이트에 전화번호 제보
10분 내 긴급 차단 조치…추가 피해 막아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연합뉴스


어느 날 갑자기 걸려 온 전화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게 믿어지시나요? 안타깝게도 좋은 쪽이 아닌 안 좋은 쪽으로 말입니다. 바로 보이스피싱 이야기인데요. 특히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미성년 자녀와 학부모의 이름, 연락처 등의 정보를 악용해 자녀 납치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유독 성행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본능적 불안’과 ‘AI 기술의 정교함’을 교묘히 결합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입니다. AI로 조작한 아이의 울음소리로 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소액 송금을 요구해 단시간에 범죄를 일으키는 방식인데요. 최근 교육사업 운영 회사의 해킹 사고까지 겹치면서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자녀가 있는 분들이라면 쉽사리 넘길 일이 아닌 만큼 조금 더 구체적인 보이스피싱범들의 수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주된 접근은 학원 밀집 지역 등에서 이뤄집니다. “OO 엄마죠? OO 바꿔줄게요. OO아, 전화 받아봐. 울지 말고” “여기 XX동 학원 앞인데, □□ 엄마시죠?”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아주 교묘하게 이들은 아이들이 학원에 있어 쉽게 연락되지 않는 저녁 또는 늦은 오후 시간대를 노립니다.

자세한 상황 설명 없이 우선 자녀와 통화하게 하고, 자녀의 우는 목소리를 들려주며 공포를 조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자녀의 울음소리는 AI로 조작한 가짜 목소리인데요,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상황 판단 능력을 흐리게 만듭니다. AI 음성합성 기술은 이제 몇 초 분량의 음성만 확보해도 특정인의 말투, 억양, 감정 표현을 그대로 묘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이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면 한순간 부모의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공포의 도구로 변합니다. 울음소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발음이 불분명하고, 사람마다 차이가 크지 않아 부모라고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당황한 상황에서는 실제 자녀의 목소리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후 보이스피싱범은 본론에 들어갑니다. 피해자의 자녀가 욕을 했다거나 자신의 휴대폰 액정을 망가뜨렸다는 등 일상에서 있을 법한 거짓말을 하면서 아이를 차로 납치 또는 감금했다며 술값, 수리비 등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과거 아이를 납치하거나 장기 밀매를 빙자해 고액을 요구하던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범죄 대상을 특정하고, 일상에서 있을 법한 거짓말로 소액을 요구하는 등 교묘하게 진화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보이스피싱과 달리 50만 원 등 소액 송금을 요구하며 단시간에 범죄를 일으키는 것도 특징인데요. 예·적금 해지 또는 대출 실행 없이 바로 송금이 가능해 순식간에 범행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에라도 이런 상황이 나에게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먼저 전화기로 아이의 우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금전 요구를 받았다면 의심이 첫 번째입니다. 공포감에 휩쓸려 바로 송금하거나 지시에 따르지 말고, 일단 전화를 끊고 자녀에게 직접 전화해 자녀의 위치와 안전을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합니다. 간혹 아이와 직접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에는 학교나 학원에 연락해 보는 것도 방법이죠.

보이스피싱범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며 “지금 끊으면 아이가 다친다”고 협박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전화가 끊기지 않는 상황 자체가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패턴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가족, 주변 사람에게 부탁하거나 자녀의 휴대폰 위치 확인 서비스 등을 이용해 자녀의 위치와 안전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부모 마음이라는 게 막상 자녀가 위협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으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만약 사기범에게 속아 금전을 송금했다면 112에 즉시 신고하고 해당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하는 게 우선인데요. 지급정지 요청이 빠를수록 피해금을 환급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명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후 즉시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게 가장 중요한 셈이죠.

보이스피싱 전화번호 제보 경로. 경찰청 통합대응단 사이트(counterscam112.go.kr)에서 ‘통합 제보하기’ 클릭. 금융감독원 제공
보이스피싱 전화번호 제보 경로. 경찰청 통합대응단 사이트(counterscam112.go.kr)에서 ‘통합 제보하기’ 클릭. 금융감독원 제공


일부 금융기관과 통신사는 ‘자동 지급정지 연계 시스템’을 도입해 피해 첩보가 접수되면 관련 계좌를 실시간 차단하기도 합니다. 피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기술 대응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일례로 통신사에서는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바로 이 목소리’ 등 실제 피해사례를 학습한 AI가 사용자의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보이스피싱 의심 통화에 대해 경고메시지나 알람을 송출하는 방식입니다.

자녀 납치를 빙자한 이번 보이스피싱 수법은 피해자 자녀의 이름뿐만 아니라 학원명, 주소, 연락처 등 다양한 개인정보를 조합해 자녀의 일상에서 있을 법한 내용 및 방식으로 접근하는 등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는데요. 피해자 스스로 사기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진화한 것입니다. 통신사의 AI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이스피싱 여부를 휴대폰 알람으로 받을 수 있어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또 중요한 건 추가 피해자를 막는 것입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전화번호가 긴급 차단될 수 있도록 제보해 주신다면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제보받은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번호는 통신사를 통해 10분 내 긴급 차단됩니다. 경찰청 통합대응단 사이트에서 ‘통합 제보하기’를 클릭한 뒤 ‘보이스피싱 신고’를 통해 제보 가능합니다. 피해를 당하지 않더라도 의심스러운 번호를 발견하면 신고하는 적극적인 시민 참여가 범죄 예방의 큰 힘이 됩니다.

AI가 만든 목소리가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들리는 시대, 우리의 첫 번째 방패는 ‘합리적 의심’과 ‘즉각적인 확인’입니다. 그리고 그 의심이 또 다른 피해를 막는, 가장 강력한 예방책이 될 것입니다.

<br>필자 백지연은 매경AX 기자로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증권사, 자산운용사와 같은 증권가 현장 소식과 주식시장 관련한 기사를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필자 백지연은 매경AX 기자로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증권사, 자산운용사와 같은 증권가 현장 소식과 주식시장 관련한 기사를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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