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不凍)의 땅, GOP 철책선 이상 무!

입력 2026. 02. 06   13:53
업데이트 2026. 02. 08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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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위성사진 한 장이 SNS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한반도 허리에서 북한까지 하얗게 눈이 쌓여 있는데, 일반전초(GOP) 철책선 지역만 끊어 놓은 듯 깨끗하게 정리된 사진이었다. 전방부대에서 군 생활을 해 봤거나 현재 임무를 수행 중인 장병들에게는 공감 가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습은 2026년 전방에서도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GOP 부대원들은 계급 고하를 막론하고 저마다 또 다른 ‘개인화기’를 집어 든다.

모 중위는 송풍기, 모 중사는 눈삽, 모 일병은 염화칼슘이 든 포대를 준비한다. 모 원사는 앞장서 트랙로더로 길을 뚫는다. 든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는 대대장도, 중대장도, 행정보급관도 저마다 자신의 개인화기 하나씩을 준비해 병력 사이로 스며든다. 그야말로 ‘평등의 시간’이다.

어느 부대건 제설작전은 중요하겠지만, 우리 부대의 제설작전은 그 이상의 의미다. 철책로는 초소 근무 투입과 철수를 위해 안전하게 제설돼야 하고 철책 투입로는 신속한 초동조치를 위해 깔끔하게 정돈돼야 한다. 또 전술도로는 내일의 부식작전을 위해 매끈하게 정리돼야 한다.

오늘 맡은 구역 제설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우리 분대원이 투입 중 넘어지고 내일의 식사가 준비되지 못할 수 있다. 유사시 적의 침투나 귀순자 발생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후송이 지연되고 우리와 함께 고생하고 전역하는 전우의 귀가가 늦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세상이 하얗게 물들기 전 감상의 시간은 포기하고 서둘러 철책로, 투입로, 전술도로에서 눈꽃을 지워 낸다.

1차전이 끝났다면 이제 2차전의 시간이다. 도로 굴곡 사이사이 남아 있는 잔설은 얼어붙어 통행을 어렵게 하고, 눈이 녹아 생긴 블랙아이스는 차량사고의 주범이 된다.

해가 뜨기 전 다시 한번 염화칼슘 포대를 둘러메고 우리의 전장으로 돌아가 이곳저곳의 위험요소를 재차 확인한다. 그 뒷모습에서는 마치 전우와 함께 전장으로 걸어가는 결연함이 엿보인다.

어떤 날은 허탈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열심히 송풍기를 돌리고, 눈삽·싸리비로 눈과 사투하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다시 소복이 쌓여 있는 눈을 보면서 힘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하나. 오늘 중식에 나올 뜨끈한 국물과 때로는 미리 사 둔 컵라면 하나를 기대하며 힘내는 수밖에. 어느 일병은 길을 뚫어야 내일 휴가를 나갈 수 있음에 기운을 내기도 할 것이다.

저마다의 이유를 품고 오늘도 제설작전에 나서는 우리 GOP 부대는 영하의 기온에도 여전히 뜨겁다. 그렇기에 부동의 땅 우리 GOP 철책선은 오늘도 이상 무, 계속 작전하겠음!

강민구 소령 육군3보병사단 진백골여단
강민구 소령 육군3보병사단 진백골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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