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큰 상처 남긴 불법 비상계엄
재발 막기 위해 총체적 정비 시급
충성 대상은 오로지 헌법과 국민
명령 따라도 범죄라면 면책 안 돼
할리우드의 전설 톰 크루즈, 데미 무어, 잭 니컬슨이 열연한 ‘어 퓨 굿맨(A Few Good Men)’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서 발생한 해병 사망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미국 법정 드라마다.
이 작품을 연출한 롭 라이너 감독은 군 조직의 명령 복종, 사법적 책임, 국가안보와 인권의 충돌이라는 민감한 쟁점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관타나모 기지에 근무하던 산티아고 이병은 당시 미 해병대의 잘못된 관행을 상징하는 ‘코드 레드’, 즉 집단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뒤 사망했고, 가해자로 지목된 도슨 상병과 다우니 일병은 살인 혐의로 구속된다.
피고 측 변호를 맡은 법무관 대니얼 캐피(톰 크루즈) 중위는 군검찰과의 합의를 통해 사건을 조기에 종결하려 한다. 그러나 동료 법무관 갤러웨이(데미 무어) 소령은 두 피고가 ‘상관의 명령’을 이행했을 뿐이라며 정식 재판을 통해 무죄를 주장해야 한다고 캐피 중위를 압박한다. 플리바게닝(유죄답변협상) 위주의 실무를 선호한 캐피 중위는 법과 정의의 편에 섰던 부친을 회상하며 태도를 바꾼다. 그는 실체적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 네이선 제섭(잭 니콜슨) 대령이 부하 장병에게 ‘코드 레드’를 사실상 지시했고, 이후 증거 인멸까지 시도한 정황을 포착한다.
증인으로 출석한 제섭 대령은 캐피 중위의 집요한 추궁 끝에 결국 “내가 코드 레드를 명령했다”고 자백하며 법정에서 체포된다. 제섭 대령의 위법한 ‘코드 레드’ 지시를 이행한 두 피고는 살인과 공모 혐의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지만, 군인품위손상 혐의로 불명예 전역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제섭 대령은 체포 순간까지도 해병대의 전통 수호와 군기 유지를 명분으로 ‘코드 레드’의 불가피함을 강변하며 국가 폭력과 인권 침해를 정당화한다. 제섭 대령에 대한 최종 판결은 여전히 관람객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법률적으로 영화의 핵심 쟁점은 어 퓨 굿맨, 즉 사회를 지키는 소수정예의 도덕적 책임과 무게는 무엇이며, 위법한 명령을 이행한 개인과 조직은 어디까지 책임지는가로 수렴한다. 12·3 불법 비상계엄이 우리 군에 남긴 상처는 깊고 크다. ‘87년 체제’ 확립 이후 용어 사용조차 금기시됐던 계엄이 재현됐고, 그 과정에서 육군수도방위사령부와 특수전사령부, 국군방첩사령부 등 핵심 부대가 동원됐다. 내란 관련 중요 임무에 관여한 주요 지휘관은 재판을 받고 있으며, 계엄사령부 구성에 가담한 ‘계엄 버스’ 탑승자들은 중징계 처분을 받거나 진급 및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는 등 그 여파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다시는 군이 불법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되지 않기 위해선 인적 쇄신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군단 의식 개혁, 계엄법을 포함한 관련 법령과 제도, 장병 교육체계 전반에 대한 총체적 정비가 시급하다. 위법한 명령에 대한 거부 의무와 군인의 헌법 수호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군인복무기본법’ 개정 등 신속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군 내부의 명령 체계와 가치 판단 기준을 재정립하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국방부와 각 군은 사관학교, 육·해·공군 대학 등 교육기관은 물론 전군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헌법 수호 교육을 연중 지속 실시하고, 교육 효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 전범 재판을 거치며 정립된 ‘뉘른베르크 원칙’은 상관의 명령을 이행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범죄에 대해 자동으로 면책되지 않는다는 점을 국제 규범으로 확립했다. 영화 속 재판부가 살인은 무죄로, ‘해병답지 못한 행위’는 유죄로 판결한 대목은 상관의 암묵적·명시적 명령이 존재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도덕적·법적 판단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군의 특성상 상명하복은 절대적 가치이자 원칙이다. 상급 지휘관의 의도를 파악하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능력은 군 간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돼 왔다. 그러나 군의 충성 대상은 정권이나 특정 권력자가 아니라 오로지 헌법과 국민을 향해야 한다.
재래식 군사력 기준 세계 5위의 역량을 보유한 한국군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진정한 어 퓨 굿맨’이다. 그 힘과 용기가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데 사용될 때 비로소 우리 군은 민주국가의 군대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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