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왈, 쇼츠처럼 즐겨라

입력 2026. 02. 04   16:58
업데이트 2026. 02. 0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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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고정관념 깨고 
그때그때 골라 읽으며 사유

김영민 서울대 교수 『논어』 연작 5권 출간
언어·감수성 현대에 맞게 갱신…이해 높여
사유 위한 새로운 방식의 고전 읽기 제안
“군 복무 공부하는 기간으로 삼기를” 당부

 


허를 찌르는 유머와 통찰력 가득한 칼럼을 선보여 ‘칼럼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최근 『논어』 연작을 내놨다.

추석을 맞아 한자리에 모인 친척들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에 철학적으로 대처하는 법을 알려 주는 재기발랄한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주목받았던 김 교수와 공자님 말씀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사상사로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정치사상사』를 내놨던 학자다. 칼럼보다 『논어』 연작이 더 본업에 충실한 저작인 셈이다.

총 5권으로 구성된 이번 연작은 『논어』의 언어와 감수성을 현대적으로 갱신해 고전의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야심 찬 기획이지만, 초보 독서가에겐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 『논어』 자체가 가진 이미지도 난해한데 어느 책부터 읽어야 할지 감을 잡기 힘들 수 있어서다.

이럴 땐 논어 에세이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에서 시작해 『논어: 김영민 새 번역』 『논어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읽어 보는 게 좋을 듯하다.

『논어』의 주제를 소개하고 독자를 ‘논어의 세계’로 안내하는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는 연작의 문을 여는 에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논어』가 ‘옛날 책’임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고전이 현대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지혜’를 주거나 모든 문제에 ‘만병통치약’식 해결책이 될 것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대신 더 넓고 깊은 생각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사유를 자극하는 수단으로 고전을 활용하라고 이야기한다.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저자 특유의 유머와 ‘글발’ 덕분에 한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번 연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논어: 김영민 새 번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을 필요 없이 관심 가는 문장을 그때그때 골라 읽어도 좋은 책이다.

『논어』는 공자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편집자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텍스트여서 문장이 중복되고 흐름이 끊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특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논어는 쇼츠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한 문장을 골라 그날 하루 동안 읽고 생각해 보면 좋다”고 독서법을 조언했다. 무엇보다 270쪽의 부담 없는 분량이 완독의 기쁨을 누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두툼했던 기존의 수많은 『논어』 번역서와 달리 장황한 설명 대신 원문과 번역문만을 간결하게 제시한 덕분이다.

저자의 전매특허처럼 된 ‘○○이란 무엇인가’에서 차용한 것이 분명한 『논어란 무엇인가』는 수천 년 전 삶을 배경으로 하는 『논어』의 세계에 현대의 독자가 접속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15개의 키워드로 목차를 구성해 『논어』의 세계를 조망하며 고전과의 거리감·난해함을 덜어 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층 깊은 『논어』의 세계에 빠져 보고 싶다면 『논어』의 첫 편인 ‘학이’와 ‘자로’ 18장을 현대적 학술 프레임에 담은 『배움의 기쁨』과 기존 『논어』 한국어 번역서 45종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대안적인 번역 방향을 제시한 『논어번역비평』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국방일보 독자들에게 “그 당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번 연작의 중요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면 군대라는 환경이 정신 집중에 좋아서인지 군 복무 때 오히려 공부가 더 잘됐던 기억이 있다”며 “『논어』 연작도 좋고 다른 것도 상관없이 복무기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가영 기자/사진=사회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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