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생명을 살린 순간, 하트세이버의 의미

입력 2026. 02. 04   15:07
업데이트 2026. 02. 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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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전반기 체력 측정이 있던 날, 별일 없이 측정을 끝낸 뒤 3㎞ 달리기 결승점에서 휴식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사람이 쓰러졌다!”는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가까이 가 보니 의식이 없었고 호흡도 멈춘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이 신속하게 119에 신고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심폐소생술을 준비했다.

부대에서 배운 응급처치 방법을 기억해 내며 두려움과 긴장 속에서 흉부 압박을 이어 갔다. 간절한 마음으로 5분, 10분….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칠 수밖에 없었고 환자는 의식을 차리지 못했다. 모두 지쳐 힘들어할 때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도착했다. 우리는 전문의료진이 오기 전까지 AED를 사용하면서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았다.

전문의료진이 도착한 뒤에도 계속 심폐소생술을 하고 AED를 쓴 끝에 쓰러졌던 환자가 다행히 의식을 찾아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 순간의 안도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다만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 이후에도 계속 손과 발이 떨렸던 게 생각난다. 그날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당시 심폐소생술을 했던 손의 감각, 제발 다시 의식을 차리길 바랐던 마음, 긴박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해 6월 의무대로부터 당시 환자가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는 기쁜 소식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공로를 인정해 소방서에서 ‘하트세이버(Heart Saver)’라는 영예로운 인증서를 수여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해 줬다.

하트세이버는 심정지 환자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처치를 시행해 생명을 소생시킨 이에게 주는 인증서다.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엔 부끄럽고 조심스러웠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렇게 행동을 했을 텐데 받을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하트세이버의 의미인 ‘생명을 살린 사람’이라는 뜻 그대로 의료인이 아닌 일반시민도 구조활동에 참여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떠올리니 오히려 자부심과 명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상은 그 어떤 상보다 값지고 뜻깊은 훈장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 확신하게 된 게 있다. 응급상황은 언제·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그 순간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응급처치 지식이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두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전문가가 아닌 바로 여러분일 수 있다.

심폐소생술은 단순히 배워 두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반복적인 훈련으로 몸에 익혀야 한다. 이는 우리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국민의 의무이자 군인의 책임이다.

전재수 상사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전재수 상사 육군미사일전략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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