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를 평생 벗으로 만드는 관계의 법칙

입력 2026. 02. 04   15:06
업데이트 2026. 02. 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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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군(軍)은 수많은 개인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조직이다. 이곳에서 전투력을 지탱하는 핵심은 첨단 장비나 치밀한 작전계획만이 아니다. 생사를 함께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형성되는 전우 간의 신뢰와 믿음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우리는 생활관과 훈련장, 작전현장에서 수많은 말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대화가 오간다고 마음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의로 던진 한마디가 오히려 상처가 되거나 진심이 문장 사이에서 미끄러져 버리는 순간도 적지 않다. 그 이유는 관계의 겉모습인 말, 즉 텍스트에만 집중한 채 그 아래 흐르는 콘텍스트를 읽지 못해서다. 전우애는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보내는 신호를 정확히 읽어 내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신호는 시선이다. 인간의 눈은 의도를 숨기기보다 드러내도록 진화해 왔다. 이것이 동물과 달리 인간의 눈에 흰자위가 있는 이유다. 흰자 때문에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상대방은 정확히 알게 된다. 이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협력과 공존을 전제로 한 존재임을 보여 준다.

군대에서 전우의 시선을 놓친다는 것은 단순히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가 무엇을 중요하게 바라보는지, 마음이 어느 지점에서 흔들리는지를 읽어 낼 기회를 잃었다는 뜻이다. 대화 중 시선을 떨구거나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은 말로 표현되지 않은 부담이나 피로, 혹은 임무와 관련된 불안을 드러내는 신호일 수 있다. 전우의 눈을 온전히 바라보는 행위는 “지금 당신의 상황을 이해하려 한다”는 가장 분명한 비언어적 메시지다. 이 신호를 읽지 못하면 아무리 정확한 지시와 보고가 오가더라도 관계는 공허해진다.

다음으로 중요한 단서는 표정이다. 군에서는 규율과 책임이 강조되는 만큼 장병들이 고통을 숨기는 일이 잦다. “괜찮습니다”라는 말 뒤에 불안과 두려움을 감추는 것이다. 그러나 얼굴 근육의 미세한 변화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단정한 대답과 달리 굳어진 눈매나 경직된 입가에는 말보다 솔직한 심리가 담긴다. 표정을 읽는다는 것은 말의 행간을 읽는 일과 같다. 이 신호를 외면한 채 던지는 논리적 충고나 ‘옳은 말’은 공감을 잃은 채 상대를 고립시킬 수 있다. 전우의 감정을 먼저 알아차리고 속도를 맞추는 태도에서 진정한 리더십은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섬세하게 다뤄야 할 것은 아픔의 흔적이다. 누구에게나 건드리면 다시 아파지는 마음의 지점이 있다. 낯선 환경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군인들에게 이러한 흔적은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친하다는 이유로 던진 농담이 상대의 깊은 상처를 건드리는 사례는 생각보다 흔하다. 관계에서의 배려는 함께 웃는 기술보다 상대의 흉터가 있는 위치를 알고 피해 가는 사려 깊음에서 완성된다. 어떤 화제 앞에서 침묵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방어적으로 변하는지를 살피는 게 전우를 지키는 최소한의 존중이다.

결국 관계는 콘텍스트를 읽고 설계하는 과정이다. 군대의 소통은 명령과 보고라는 데이터의 교환을 넘어 전우의 시선과 표정, 그 이면의 아픔을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의 축적이다. 이 신호들을 읽어 낼 때 부대의 대화는 소음이 아니라 울림으로 바뀐다.

오늘 당신이 마주한 전우의 눈과 얼굴, 말 너머의 마음에 좀 더 집중해 보길 권한다. 그 순간부터 부대는 더 단단해지고, 그 어떤 적도 쉽게 흔들 수 없는 전우애가 자라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강한 군대, 승리하는 군대의 진짜 힘이다.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 관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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