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전에서 승리하는 힘 ‘미디어 리터러시’

입력 2026. 02. 04   15:07
업데이트 2026. 02. 04   16:55
0 댓글

지난해 9월 공보과에서 주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다녀왔다. 미디어 정보를 검증·분석하고 공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정훈장교를 대상으로 처음 마련된 교육이었다. 정보 혼란이 일상화된 시대,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서 있는 군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뉴스를 읽는 능력이 아니다.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왜곡되거나 조작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며, 정보가 만들어진 의도까지 파악하는 고급 역량이다. 군인에게 이런 역량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전의 양상이 사람의 생각·감정·의지를 겨냥하는 전쟁인 ‘인지전’으로 변하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에선 이미 인지전의 사례가 명확히 관측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만든 ‘항복 딥페이크 영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 SNS를 뒤덮은 조작 이미지 등은 인지전이 실전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여 준다. 인공지능(AI)의 발달은 이러한 공격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만들었다. 허위정보는 이제 단순한 소문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개인과 조직의 판단을 흐리고 나아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무기가 된 것이다.

현대전은 총알 대신 정보가 날아다니는 전장이며, 인지전은 비정규전이 아니라 사실상 정규전의 한 축이다. 적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거나 군의 신뢰를 약화시키기 위해 허위정보와 가짜뉴스, 조작 이미지 등을 끊임없이 흘려보낼 것이다. 따라서 장병 한 명 한 명이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군의 정신전력이자 국가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첫째, 정보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공식 발표인지,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지, 단순한 개인 의견은 아닌지 구분해야 한다. 출처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허위정보에 속을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둘째, 하나의 정보만 믿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비교해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서로 다른 시각의 기사나 의견을 함께 살펴보면 정보의 맥락과 쟁점을 균형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셋째, 감정을 자극하는 제목이나 단정적인 표현일수록 한 번 더 의심해 보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제목에 흔들리기보다 본문 내용과 근거를 차분히 살펴보는 태도가 미디어 리터러시의 출발점이다. 한 번 공유된 정보는 빠르게 퍼지며, 그 영향은 조직과 사회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라면 공유를 멈추는 선택이야말로 성숙한 민주시민이자 군 장병 및 군무원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다.

허위정보가 넘치고 가짜뉴스가 범람하더라도 스스로 올바른 기준을 갖고 있다면 적의 인지전 공격은 힘을 잃는다. 적이 흔들기 전에 내가 먼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 군인의 정신적 대비태세이며, AI 시대 안보를 지키는 강력한 힘이다.

최송이 대위 육군5군수지원사령부 정훈실
최송이 대위 육군5군수지원사령부 정훈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댓글

오늘의 뉴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