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 인공지능전환(AX) 조직 (하)
조직 구성원의 전문성·적응력 필수
외부 넘어 사내 인재 영입에도 적극
실전서 교훈 얻고 배우는 자세 중시
시도에 따른 실패마저 투자로 생각
KPI 위주 평가 기준 OKR로 전환
팀·개인 함께 목표달성 자율성 부여
그럼에도 자기만의 전문성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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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회사에서 하는 일이 바뀌었어.”
얼마 전 커머스 분야에서 PD로 일하는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듣게 된 말이다. 영상 제작 인공지능(AI) 성능이 급격히 향상하면서 간단한 영상 정도는 AI로 해결하게 됐고, 그만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었다.
지금까지 PD 업무를 생각해보면 영상 촬영을 위해 여러 사람과 스케줄을 조정하고 편집하는 등 촬영 외에도 부수적 업무가 상당량을 차지했다. 그런데 AI로 영상을 제작하면 업무가 효율화돼 개인 차원에서 좋을 뿐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비용이 줄어드니 적극 장려할 수밖에 없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향후 PD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촬영 기법이 아니라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될지 모른다.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AI 시대를 맞이하며 조직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위 사례에서처럼 개인의 업무 자체가 바뀌기도 하고 요구되는 역량도 달라진다. 조직 차원에서는 구조와 문화가 변화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AI 전환(AX) 조직’ 시대에 필요한 일하는 방식, 즉 조직 문화 이야기를 다루려 한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AX 조직을 만드는 조직 문화는 첫 번째, ‘잼 세션(Jam Session)’ 문화다. 마치 재즈 연주자들이 정해진 악보 없이 그날의 분위기에 맞춰 즉흥적으로 화음을 만들며 공연을 완성하듯 특정 이슈가 발생했을 때 상황에 맞춰 조직 구성원이 각자의 역량을 선보이는 협업 문화를 표현하는 말이다. 공연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각 연주자의 실력인 것처럼 조직 구성원의 전문성과 적응력이 필수 요소가 된다.
필요한 인재를 그때그때 영입하는 것도 잼 세션 문화와 관련 있다. 최근에는 외부로부터 적극적인 헤드헌팅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내 인재 영입을 활성화하는 움직임도 관찰된다. 내부 인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회사 차원에서 효율적이며 구성원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유니레버는 ‘FLEX Experiences’ 제도를 운용한다. 구성원이 각자 자신의 경력 목표, 원하는 경험, 필요 기술, 관심사를 프로필에 등록하고 다양한 사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내부 인재 시장을 열었다. 이러한 유연한 문화는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흥성과 유연함을 강조하는 문화가 구조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 각자의 의지에만 충실하다 보면 단기적 성과는 없지만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프로젝트나 선호도가 낮은 업무는 방치되기 쉽다. 재즈 연주자들도 정해진 곡 흐름 안에서 즉흥성을 발휘하는 것처럼 조직에도 누구나 따를 수 있도록 투명성에 기반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AX 조직의 두 번째 조직문화는 ‘레슨앤드런(Lesson & Learn)’이다. 실전에서 교훈(Lesson)을 얻고 배우는(Learn)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이미 확인된 정답을 기다리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빠르게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레슨앤드런은 시도했을 때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고 ‘투자’ 또는 ‘새로운 교훈을 얻었다’고 정의한다. 이는 조직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시도를 감행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망으로 작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모든 것을 아는(know-it-all) 문화에서 모든 것을 배우는(learn-it-all) 문화로의 전환’이라고 정의한다. 이전까지는 구성원 각자가 전문가로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어야 했다. 특히 인사고과에서 상대평가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스택 랭킹’ 제도를 운용하며 직원들을 서로 경쟁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모두가 안전한 성과에만 머무르도록 해 혁신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는 모두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배운다는 태도로 임할 것을 강조했고,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협력관계가 될 수 있도록 상대평가를 폐지했다. 그 결과 시장에서 지위를 잃어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
AX 조직을 현실화하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일 것이다. 최근 많은 기업이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목표와 핵심결과(OKR)로 평가 기준을 전환하는 흐름은 이와 궤를 같이한다. KPI가 주로 수치로 측정하며 조직에서 정한 목표치를 구성원이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하향식 평가 방식이라면 OKR은 목표를 조직과 팀, 개인이 함께 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지표로 삼을지에 자율성을 부여한다.
KPI는 특정 지표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하는 수동적 태도를 야기하는 반면 OKR은 수단과 목적이 전치되지 않고 자기주도적 태도를 장려한다. 반드시 OKR이라는 형태는 아닐 수 있지만 변화하는 조직에 맞춰 구성원에게 동기부여하기 위한 평가 방식이 요구된다.
개인이 이른바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로 평가받는 기준도 변화한다. 이제까지 조직에 필요한 인재상이 주어진 프로세스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성실한 관리자’였다면 앞으로는 조직의 목적의식을 공유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한 역할을 스스로 찾는 ‘주도적 실무자’가 각광받는다.
무엇보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끊임없이 학습하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익숙했던 방식을 버리고(unlearn)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relearn) 역량이 필수다. 서두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업무에 요구되는 기술이 바뀔 수도 있고, 분야에 따라서는 아예 업무 자체가 사라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공고히 지켜야 하는 것도 있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이다. 서두에서 방송업계에서 AI가 영상을 만든다고 이야기했는데, 누군가는 ‘PD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AI를 쓰더라도 PD가 제작한 영상은 문외한인 사람이 제작한 영상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현직 PD에게는 다년간의 경력을 통해 어떤 영상이 필요한가에 대한 전문적 안목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만의 안목을 기를 것인가? 그것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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