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첫눈을 보며 1년 전 첫눈을 떠올렸다. 당시 40㎝가 넘는 폭설로 온 누리가 하얗게 변했다. 멀리서 바라보는 새하얀 눈꽃 세상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푸르름은 자취를 감추고 흰 눈의 무게에 발버둥 치는 소나무들과 기울어진 전신주, 아슬아슬한 결빙도로 위 차량을 포함해 일순간 변해 버린 폭설의 잔상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부대 내외 모든 곳에 제설작전이 긴요한 상황이었다. 제설작전 임무요원들은 당연히 그래 왔던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SE-88(공군비행기지 대형 제설장비)을 가동해 하얀 카펫으로 변해 버린 활주로와 유도로를 위용 넘치게 오갔다. 곤경에 처하면 나타나는 ‘슈퍼맨과 어벤져스’처럼 그날도 임무요원들은 중단 없는 항공작전 지원을 위해 흰 눈과 사투를 벌인 끝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시나리오 전개에 성공했다.
애국심과 사명감이 충만한 임무요원들은 굳은 의지와 뜨거운 열정을 더해 활주로 위 화이트카펫을 왕복하며 제설작전을 성료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올겨울도 제설작전본부가 가동된 지 벌써 3개월째여서 절반 이상 해낸 셈이다. 부르면 언제나 달려오는 영화의 영웅처럼 눈 내리는 날이면 서울기지 제설작전요원들은 ‘짠!’ 하고 나타나 기쁜 마음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사랑과 감사가 넘치는 존재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눈 내리는 날, 제설작전을 한다고 임무요원들에게 일반인이 느끼는 감정과 감성이 없는 건 아니다.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해 가는 모습에 잠시나마 하나 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고 서로 다른 존재를 사랑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멀리 있는 설산(雪山)을 바라보며 시선을 조금만 높여도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깨달음으로 넓은 세상을 눈에 담고 밝은 미래를 마음에 담으며 느낀 감흥을 창작시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화이트카펫을 달리는 임무요원들을 포함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불철주야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레드카펫을 걷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외국 국빈이나 특별한 사람들, 소수만이 주로 레드카펫을 걷지만 국가와 국민을 직접 지키는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도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길고 빛나는 영광스러운 레드카펫을 끊임없이 걷고 있는 존재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깊은 새벽녘 임무 완수 후 피곤하겠지만 잠든 존재들에게는 사랑의 마음을, 함께 고생한 동료들에게는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인생의 레드카펫을 계속 함께 걸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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