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을 훔치는 것, 범죄일까?

입력 2026. 02. 03   15:02
업데이트 2026. 02. 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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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틱톡커’가 타인의 얼굴 사진을 무단 도용해 콘텐츠에 사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를 항의하자 “인공지능(AI)이 생성한 이미지인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법적 공방을 벌이게 됐다.

SNS와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타인의 사진·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단순한 ‘사진 퍼오기’를 넘어 얼굴을 바꾸거나 사칭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까지 늘면서 문제 양상도 한층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타인의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해 SNS 계정을 개설하고 신뢰를 형성한 뒤 보이스피싱이나 사기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사진 도용은 범죄의 출발점이 된다.

누구나 자신의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촬영·공표·이용되지 않을 권리, 즉 초상권을 가진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의 한 내용이다. 타인의 사진을 동의 없이 SNS 프로필이나 영상 콘텐츠에 게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설령 해당 사진이 이미 온라인에 공개된 것이어도 제3자가 이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아가 사진을 이용해 본인인 것처럼 외모나 신분을 사칭하는 경우 문제의 성격은 달라진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정보통신망으로 타인의 이름·사진 등을 이용해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를 ‘스토킹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사칭행위 자체가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타인의 사진을 도용해 SNS 계정을 만들고 본인 행세를 하는 행위가 범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엔 위 틱톡커 사례와 같이 AI 기술을 이용해 얼굴을 합성하거나 변형한 뒤 “원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특정인을 연상할 수 있거나 원본 사진의 신체적 특징이 유지된다면 초상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

사칭 계정이나 콘텐츠가 보이스피싱이나 사기범죄에 이용되면 형사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타인의 사진으로 신뢰를 형성하고 금전을 편취했다면 사기죄가, 수사기관을 사칭했다면 공무원 자격 사칭죄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사진의 무단 사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명예훼손 책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사진 도용으로 피해를 본 경우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우선 해당 플랫폼에 삭제와 차단을 요청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와 함께 초상권 침해 및 명예훼손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사기나 개인정보 침해 형사 고소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범죄에 이용된 경우라면 적극적으로 초기 대응을 해 범죄 해결에 조력하고, 자신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가능성도 줄여야 한다.

스마트폰과 SNS, AI 기술의 발달 등 기술적 변화로 타인의 얼굴을 사용하는 문턱은 유례없이 낮아졌지만 그 심각성의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타인의 사진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소재’ 또는 심심풀이 놀잇감으로 치부하는 이가 많고, 그로 인한 문제도 생각보다 적지 않다.

이름만큼이나 사진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널리 알려진 세상에서 사진의 가치와 활용은 점점 커질 것이다. 그러나 재미와 조회 수를 위해 타인의 얼굴을 빌리는 순간, 그 책임 역시 함께 따라온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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